애인 부탁으로 마약대금 송금만 했다면 방조죄일까
사건 개요
연인 사이라면 서로 계좌를 빌려주거나 대신 돈을 부쳐 주는 일이 낯설지 않습니다. "지금 급하게 쓸 데가 있는데 대신 좀 보내줄 수 있어?"라는 부탁을 받고 별다른 의심 없이 상대 계좌로, 또는 상대가 알려준 제3자 계좌로 돈을 송금해 준 경우가 그렇습니다. 문제는 그 돈이 필로폰 등 마약류 매매대금이었고, 애인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매매) 혐의로 구속된 뒤 수사기관이 송금인인 본인에게까지 방조 혐의로 출석을 요구하면서 시작됩니다.
당사자로서는 억울함이 앞섭니다. 대금이 오간 계좌를 눈으로 본 적도, 마약이라는 말을 들어 본 적도 없이 그저 "돈 좀 보내달라"는 말만 믿고 이체 버튼을 눌렀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연인 관계라는 밀접성, 송금의 반복성, 액수의 규모를 근거로 최소한 마약 거래와 관련된 돈이라는 것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쪽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지점에서 방조죄가 실제로 성립하는지, 성립한다면 어느 범위까지인지가 사건의 승패를 가릅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단순히 돈을 이체한 행위가 형법 제32조가 정한 방조행위(정범의 실행을 용이하게 하는 직접·간접의 행위)에 해당하는지입니다. 둘째, 방조범이 성립하려면 방조의 고의와 정범의 고의라는 '이중의 고의'가 모두 필요한데, 송금 당시 그 돈이 마약 매매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는지입니다(대법원 2018도7658 판결 등이 확립한 원칙). 셋째, 송금이 매매행위가 진행되는 중에 이루어졌는지, 이미 종료된 후였는지입니다 — 실행행위가 끝난 뒤의 이른바 사후방조는 방조로 처벌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마약대금을 차명계좌로 입금한 사건에서, 그 입금행위가 정범의 불법행위를 돕는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어야 방조가 성립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22. 6. 30. 선고 2020도7866 판결). 반대로 말하면, 인식이 없었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증명해 낸다면 방조 고의 자체가 부정될 여지가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방조행위' 자체를 객관적으로 다투기
고의를 논하기에 앞서, 송금이라는 행위가 애당초 정범의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지부터 짚어야 합니다. 방조행위로 평가되려면 그 자금이 실제로 마약 매매의 실행에 기여한 것으로 인정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이 단계에서 다음을 확인합니다.
1) 송금의 성격을 통상적 자금이전으로 재구성합니다.
연인 사이의 송금은 생활비 보조, 채무 변제, 물건 대금 대납 등 일상적인 명목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계좌이체 내역, 함께 주고받은 메시지, 평소의 송금 패턴(금액·주기·명목)을 모아, 문제된 송금이 다른 시기의 송금과 형태·규모 면에서 특별히 다르지 않았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재구성합니다. 이는 그 송금을 '마약 매매를 위한 자금 지원'으로 단정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뒷받침합니다.
2) 송금과 매매의 시점을 대조해 사후방조 여부를 가려냅니다.
정범의 마약 매매행위가 이미 완료된 이후에 이루어진 송금이라면, 아무리 그 돈의 성격을 알았다 하더라도 방조범이 성립할 수 없습니다(사후방조 불가벌). 수사기관이 제시하는 계좌 거래내역과 매매 시점(마약 인도 시점, 대화 기록상 거래 완료 시점)을 시간 순으로 대조해, 송금이 실행행위 종료 이후였다면 이를 명확히 특정해 방조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지점을 찾습니다.
3) 자금의 최종 용처와 본인의 관여 정도를 분리합니다.
송금 이후 그 돈이 실제로 마약 매매대금으로 쓰였는지, 아니면 애인이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인지는 본인이 확인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송금 이후의 자금 흐름에 대한 관여나 통제가 전혀 없었다는 점을 부각해, 방조행위의 인과적 기여 자체를 최소화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미필적 인식조차 없었음을 증명하기
객관적 방조행위가 다투기 어려운 사안이라면, 승부는 결국 주관적 고의로 넘어갑니다. 미필적 인식조차 없었다는 점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증명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방어선을 세웁니다.
1) 송금 요청 당시의 대화 내용을 원문 그대로 확보합니다.
애인이 어떤 말로 송금을 요청했는지가 인식 여부를 가르는 가장 직접적인 증거입니다. "생활비 좀", "급전이 필요해서" 등 마약과 무관한 명목으로 요청받았다는 문자·메신저 기록을 원본 그대로 확보하고, 은어나 암시적 표현이 없었다는 점을 대조해 둡니다. 반대로 검찰이 문제 삼을 만한 표현(구체 은어, 반복적인 현금화 요구, 특정 계좌로만 보내라는 지시 등)이 있다면 그 표현이 통상적인 맥락에서도 쓰일 수 있다는 점을 함께 소명합니다.
2) 마약을 알 수 있었던 정황의 부존재를 적극적으로 증명합니다.
동거 여부, 애인의 마약 관련 전력을 알고 있었는지, 함께 있는 자리에서 마약 관련 물건이나 대화를 접한 적이 있는지가 미필적 인식 인정 여부의 핵심 판단 자료가 됩니다. 이런 정황이 전혀 없었다면 이를 뒷받침할 진술과 자료(따로 거주했다는 자료, 교제 기간, 평소 생활 태도에 대한 제3자 진술 등)를 준비해 인식 가능성 자체를 낮춥니다.
3) 초기 진술의 일관성을 확보합니다.
방조 혐의 사건에서는 최초 경찰 조사 단계의 진술이 이후 절차 전반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황한 상태에서 정확하지 않은 표현을 쓰면 뒤에 가서 이를 번복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조사 출석 전 사실관계와 송금 경위를 시간 순으로 정리하고, 인식이 없었다는 사실을 일관된 진술과 객관적 자료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한 뒤 조사에 임하도록 안내합니다.
결론
연인의 부탁으로 계좌이체를 해 준 것뿐이라도, 그 돈이 마약 매매대금으로 밝혀지는 순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매매)의 방조범으로 조사받을 수 있습니다. 마약 매매죄 자체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만큼 무거운 범죄인 만큼, 그 방조 혐의 역시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닙니다.
다만 방조범이 인정되려면 단순한 송금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방조행위와 이중의 고의가 모두 증명되어야 합니다. 송금 당시의 대화 기록과 평소의 송금 패턴, 매매 시점과의 선후관계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정리해 두었는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수사기관의 연락을 받은 상황이라면, 조사에 응하기 전에 송금 경위와 관련 자료부터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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