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에서 받은 술 마신 뒤 마약 양성 — 비자발적 투약 항변
사건 개요
클럽에서 처음 본 사람이 건넨 술을 한두 잔 받아 마셨습니다. 그때부터 기억이 토막토막 끊기고, 정신을 차려 보니 몇 시간이 사라져 있습니다. 몸이 이상해 병원을 찾거나, 혹은 며칠 뒤 전혀 다른 사건의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다가 소변 간이시약검사에서 양성이 뜹니다. 그 순간부터 신분은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바뀌고,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떤 경위로 투약했느냐"는 질문이 시작됩니다.
이런 상담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은 "저는 마약이 뭔지도 모릅니다"라는 호소입니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보는 것은 그 호소가 아니라 검사 결과지 한 장입니다. 몸에서 성분이 나왔다는 사실 자체는 다툴 수 없는 경우가 많고, 결국 싸움은 "그 성분이 몸에 들어온 경위가 무엇인가"라는 한 지점으로 좁혀집니다. 억울함을 아무리 반복해도, 그 경위를 뒷받침할 자료가 없으면 진술은 변명으로만 읽힙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마약류 투약죄는 고의범이므로 자기 의사에 반해 몸에 들어온 경우에는 범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형법 제14조에 따라 과실 행위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을 때만 처벌되는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는 과실 투약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습니다. 대법원 역시 마약류를 스스로 투약·흡연·섭취하지 아니한 사람은 같은 법 제40조의2 제2항의 수강명령 대상인 '마약류사범'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자발성이 없는 경우를 법이 다르게 취급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문제는 그 비자발성을 말이 아니라 자료로 보여줄 수 있느냐입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 갈림길이 되는 것은 네 가지입니다. 첫째, 검출된 성분이 무엇이고 그에 따라 적용 법조와 형량대가 어디인지입니다. 메트암페타민(필로폰)처럼 마약류관리법 제2조 제3호 나목에 해당하는 향정신성의약품의 투약은 같은 법 제60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이고, 이른바 '물뽕'으로 불리는 GHB처럼 라목에 해당하는 것은 제61조 제1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둘째, 간이시약검사 양성이 곧 유죄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간이키트는 정밀감정의 필요를 가리는 선별 도구일 뿐이고, 일부 감기약·식욕억제제 성분에서 위양성이 나올 수 있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정으로 확정되어야 증거로 힘을 갖습니다. 셋째, 투약의 일시·장소·방법이 특정되는지입니다. 공소사실은 특정되어야 하고, 그 특정과 고의를 증명할 책임은 전적으로 검사에게 있습니다. 넷째, 술을 건넨 상대방에 대한 수사가 함께 열리는지입니다. 이 사건은 본질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한 자리에 있었던 사건인데, 상대방이 수사선상에 오르지 않으면 사건은 '자발적 투약자 1명'의 구도로 굳어집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투약의 '고의'를 자료로 무너뜨리기
비자발적 투약 항변은 심증에 호소하는 주장이 아니라, 객관 자료로 구성해야 하는 사실 주장입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자료를 세웁니다.
1) 소변과 모발을 함께 감정해 '단발성 노출'의 그림을 만듭니다.
소변·혈액은 최근의 노출만을 보여 주고, 모발은 과거의 투약 이력을 길게 담습니다. 모발은 한 달에 약 1cm 자라므로 두피 쪽부터 구간을 나누어 감정하면 대략의 시기 분포를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소변 양성 + 모발 음성이라는 조합이 나오면, 반복 투약자가 아니라 최근 한 차례 노출되었다는 정황이 됩니다. 상습 투약자를 전제로 짜인 수사 가설을 정면으로 흔드는 자료이므로, 모발 감정은 불리할까 봐 피할 것이 아니라 먼저 요청해 확보하는 편이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2) 사건 당일의 몇 시간을 외부 기록으로 복원합니다.
본인의 기억이 끊긴 구간일수록 기억 밖의 기록이 결정적입니다. 클럽과 주변 상가의 CCTV, 출입 기록, 카드 결제 내역, 택시·대리운전 호출 기록, 휴대전화 위치정보와 걸음 수, 지인과 주고받은 메시지와 통화 시각을 시간표로 정리합니다. CCTV는 짧게는 2주 안팎이면 덮어쓰기로 사라지므로 지체 없이 보존을 요청해야 합니다. 여기에 술을 받아 마신 정황, 이후 갑작스러운 의식·거동 이상이 담기면, 스스로 투약한 사람의 행동과는 다른 궤적이 눈에 보이는 형태로 남습니다.
3) 마약과의 접점이 없다는 사실을 소극적 증거로 쌓습니다.
투약 고의가 있는 사람에게는 대개 흔적이 남습니다. 구매 대금의 이체·가상자산 송금 내역, 텔레그램 등 익명 메신저의 판매상 접촉, 투약 도구 소지, 관련 전력이 그것입니다. 그래서 계좌 거래내역과 휴대전화 포렌식을 방어 측에서 먼저 열어 그런 흔적이 없음을 확인시키고, 검출 성분과 무관함을 밝히기 위해 처방전·약제 복용 이력도 함께 제출합니다. 하나하나는 약한 사실이지만 겹쳐 놓으면 "이 사람은 마약을 구할 경로 자체가 없었다"는 그림이 만들어집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상대방에 대한 수사를 실제로 열게 하기
비자발적 투약 항변은 "그렇다면 누가 넣었는가"에 답할 수 있을 때 설득력을 얻습니다. 상대방을 수사선상에 올리는 일은 감정적 보복이 아니라 방어의 핵심 절차입니다.
1) 피의자 진술이 아니라 고소장으로 사건을 만듭니다.
피의자 신문조서에 "누가 탄 것 같다"고 말해 두는 것과, 상대방을 피고소인으로 특정해 고소장을 내는 것은 절차상 무게가 완전히 다릅니다. 후자는 별건의 수사 단서가 되어 수사기관이 응답할 의무가 생기는 사건이 됩니다. 인상착의, 만난 경위와 시각, 함께 있던 일행, 연락처나 SNS 계정 등 상대방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모아 고소장에 담고, 앞서 확보한 시간표와 감정 결과를 소명자료로 붙입니다.
2) 상대방의 죄명을 구체적으로 특정합니다.
몰래 약물을 먹인 행위는 그 자체로 마약류관리법상 투약·제공에 해당합니다. 나아가 대법원은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를 투약해 피해자를 일시적으로 수면 또는 의식불명 상태에 이르게 한 것이 강간치상죄 등의 '상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17. 6. 29. 선고 2017도3196 판결). 성적 침해가 있었다면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형법 제299조 준강간·준강제추행이 함께 문제 됩니다. 죄명을 이렇게 특정해야 수사 범위가 넓어지고, 사건이 '투약자 한 명'의 문제로 축소되지 않습니다.
3) 사라지는 증거의 보전을 서면으로 촉구합니다.
GHB류는 수 시간 만에 체외로 빠져나가 시간이 지나면 검출 자체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기억 소실을 자각한 즉시 병원에서 혈액·소변을 채취해 보관하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기회이고, 입었던 옷, 마시던 잔, 응급실 진료기록도 그대로 남겨야 합니다. 수사기관에 대해서는 클럽 CCTV 영상과 상대방의 통신·계좌 자료에 대한 압수수색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보존 기한이 지나기 전에 제출합니다. 요청 시점이 기록에 남는다는 점 자체가, 나중에 "왜 확인하지 않았는가"를 다툴 근거가 됩니다.
결론
클럽에서 건네받은 술 한 잔으로 시작된 사건에서, 억울함의 크기는 결과에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결과를 가르는 것은 양성 반응이 나온 뒤 며칠 동안 무엇을 남겼는가입니다. 체내 성분은 몇 시간이면 사라지고 CCTV는 몇 주면 지워지므로, 이 사건의 승패는 사실상 초기 며칠에 결정됩니다.
또한 자신을 피의자로만 두지 말고 피해자의 지위를 절차 안에서 분명히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대방에 대한 수사가 함께 열릴 때 비로소 비자발적 투약이라는 설명이 사건 전체와 맞아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지금 예상치 못한 양성 반응으로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어떤 감정을 먼저 신청하고 어떤 기록을 어느 순서로 보전할지 대응의 방향과 시점을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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