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보석을 허가했는데도 정작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해 구치소를 나오지 못하는 피고인이 적지 않습니다. 보석 보증금은 반드시 현금으로만 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보증서로 대신할 수 있는 길이 형사소송법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 보증서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이용하면, 나중에 보석이 취소되거나 재판 결과에 따라 소환에 응하지 않을 때 생각보다 훨씬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보증금이 어떤 기준으로 정해지고, 어떤 경우에 몰취되며, 보증서를 썼을 때는 그 몰취가 어떻게 다르게 작동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보석 보증금 — 구속을 대신하는 조건
보석은 구속된 피고인을 조건부로 석방하는 제도이고, 형사소송법 제98조는 법원이 보석을 허가하며 붙일 수 있는 조건 아홉 가지를 나열합니다. 그중 실무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것이 8호의 "피고인 또는 지정한 자가 보증금을 납입하거나 담보를 제공할 것"입니다. 보증금은 형벌이 아니라 재판이 끝날 때까지 피고인이 소환에 응하고 도망하지 않을 것을 담보하는 경제적 장치이고, 이 조건이 붙는 이유는 구속의 목적, 즉 도주·증거인멸 방지를 몸을 가두는 대신 돈으로 대체하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보증금은 액수가 크다고 해서 무조건 유리하거나 불리한 것이 아니라, 그 사건에서 피고인이 도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법원에 줄 수 있는 수준으로 맞춰집니다. 형사소송법 제100조 제1항에 따라 보석허가결정은 원칙적으로 보증금 납입 후가 아니면 집행하지 못하므로, 법원이 보석을 허가해도 보증금을 실제로 내기 전까지는 석방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법원이 정한 보증금이 사건의 중대성에 비례해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억 단위까지 책정되는 경우, 피고인이나 가족이 현금으로 그 금액을 즉시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 자주 생기는 것입니다.
보석 보증금은 형벌이 아니라 재판이 끝날 때까지 피고인의 출석을 담보하는 경제적 장치이며, 원칙적으로 이를 납입한 후에야 보석허가결정이 집행된다.
보증금 낼 형편이 안 된다면 — 보증서로 갈음하는 길
이런 상황을 위해 법은 현금 납입만을 강제하지 않습니다. 형사소송법 제100조 제3항은 "법원은 유가증권 또는 피고인 외의 자가 제출한 보증서로써 보증금에 갈음함을 허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법원의 허가만 있으면 현금 대신 유가증권을 맡기거나, 제3자가 발급한 보증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도 보석을 집행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실무에서는 제3자가 개인 명의로 보증서를 쓰는 경우보다, 보증보험회사가 발급하는 보석보증보험증권을 제출하는 방식이 압도적으로 많이 쓰입니다.
다만 이 보증서에는 아무 조건이나 붙지 않습니다. 같은 조 제4항은 보증서에 "보증금액을 언제든지 납입할 것"을 기재하도록 요구합니다. 다시 말해 보증서는 단순히 "이 사람을 믿어달라"는 신원보증이 아니라, 법원이 몰취를 결정하면 그 순간 보증금 전액을 즉시 지급하겠다는 확정적 채무를 발급자(주로 보증보험회사)가 미리 지는 문서입니다. 이 성격을 이해하지 못하고 "보증서니까 내 돈이 나가는 게 아니다"라고 생각하면, 뒤에서 살펴볼 몰취 국면에서 예상 밖의 부담을 지게 됩니다.
보증서(보증보험) 발급 — 실무 절차와 비용 구조
보증서를 이용하려면 먼저 법원이 보석을 허가하면서 보증금액을 정하고, 그 보증금을 유가증권이나 보증서로 갈음하는 것을 허가한다는 취지를 결정문에 포함해야 합니다. 법원 허가가 나면 피고인 측은 서울보증보험 등 보증보험회사에 보석보증보험 가입을 신청하고, 보험사는 피고인의 범죄사실·전과·도주 우려 등을 심사한 뒤 보증서(보증보험증권)를 발급합니다. 이 보증서를 법원에 제출하면 비로소 보석허가결정이 집행되어 석방으로 이어집니다.
이 절차에서 피고인 측이 부담하는 비용은 크게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보증서를 발급받는 대가로 보험사에 내는 보험료이고, 다른 하나는 뒤에서 다룰 몰취가 현실화됐을 때 보험사가 법원에 대신 지급한 금액을 되갚아야 하는 구상금입니다. 즉 보증서는 목돈을 당장 마련하지 못해도 석방을 가능하게 해주는 유용한 수단이지만, 비용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시점과 형태가 바뀌는 것이라는 점을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법원의 보석허가결정 — 보증금액 및 보증서 갈음 허가 여부 명시.
보증보험회사에 가입 신청 — 범죄사실·전과·주거관계 등 심사.
보증서(보증보험증권) 발급 및 법원 제출 — 확인 즉시 집행.
몰취 시 보험사의 대납과, 이후 피고인·연대보증인에 대한 구상금 청구.
법원이 보증금 액수를 정하는 기준
형사소송법 제99조는 법원이 보석 조건(보증금액 포함)을 정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범죄의 성질 및 죄상, 증거의 증명력, 피고인의 전과·성격·환경 및 자산, 피해자에 대한 배상 등 범행 후의 정황에 관련된 사항이 그것입니다. 죄질이 무겁고 증거가 명확할수록, 그리고 피고인의 자산이 많을수록 도망의 유인과 능력이 크다고 보아 보증금이 높게 책정되는 경향이 있고, 반대로 피해회복이 상당 부분 이루어졌거나 주거·직업이 안정적이면 상대적으로 낮은 금액으로도 석방이 허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조는 동시에 "피고인의 자력 또는 자산 정도로는 이행할 수 없는 조건을 정할 수 없다"는 제한도 두고 있습니다. 즉 법원이 보증금액을 정할 때는 그 사건의 중대성만이 아니라 피고인이 실제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무에서는 이 조항을 근거로, 변호인이 의견서를 통해 피고인의 자산 상태와 보증서 활용 가능성을 함께 소명하면 법원이 현금 일시납 대신 보증서 갈음을 허가하는 방향으로 조건을 조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사기 혐의라도, 피해액이 상당 부분 변제되고 피고인이 자가에 거주하며 직장이 안정적이면 도주 유인이 낮다고 평가되어 보증금이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로 피해 회복이 전혀 없고 해외 출국 이력이 잦거나 별다른 국내 재산·직업이 없는 경우라면, 법원은 도망 가능성을 높게 보아 같은 혐의라도 더 높은 보증금을 요구하거나 보증서 갈음 자체를 신중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액수는 죄명 하나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구체적인 생활기반과 사건 정황을 함께 반영한 결과입니다.
보증금이 몰취되는 경우 — 임의적 몰취와 필요적 몰취
보증금(또는 보증서)이 언제 몰취되는지는 형사소송법 제103조가 두 갈래로 나눠 정합니다. 제1항의 임의적 몰취는 법원이 보석을 취소할 때 그 재량으로 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몰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보석취소 사유는 제102조 제2항에 열거되어 있는데, 도망한 때, 도망하거나 죄증을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 소환을 받고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아니한 때, 주거의 제한 기타 법원이 정한 조건을 위반한 때, 피해자나 사건 관련자·그 친족의 생명·신체·재산에 위해를 가하거나 가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가 이에 해당합니다.
제2항의 필요적 몰취는 재량이 아니라 의무입니다. 보증금 납입을 조건으로 석방된 피고인이 같은 범죄사실로 형의 선고를 받아 그 판결이 확정된 후, 형을 집행하기 위한 소환을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거나 도망한 때에는 검사의 청구 또는 법원 직권으로 반드시 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몰취해야 합니다. 재판 중 조건을 잘 지켰더라도, 형이 확정된 뒤 수형 절차에서 도망치면 그때는 법원의 재량 여지 없이 몰취로 이어진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재판 도중 보석취소 사유가 생기면 몰취 여부는 법원의 재량(임의적 몰취)이지만, 형이 확정된 뒤 집행 소환에 불응하거나 도망하면 몰취는 재량이 아니라 의무(필요적 몰취)로 바뀐다.
한 가지 더 알아둘 실무상 쟁점은, 몰취결정이 반드시 보석취소결정과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대법원 2001. 5. 29.자 2000모22 전원합의체 결정은 몰취결정을 보석취소결정과 동시에 하는 것이 실무상 통상적이기는 하나, 이론상 반드시 동시에 해야 하는 것은 아니어서 취소 결정 이후에도 별도로 몰취결정을 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즉 보석이 취소된 시점에 몰취 통보가 없었다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그 뒤에도 별도의 몰취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보증서로 냈다면 몰취 이후가 다르다 — 구상금이라는 진짜 부담
현금으로 보증금을 낸 경우 몰취가 결정되면 그 금액이 그대로 국고에 귀속되어 끝나지만, 보증서(보증보험)로 낸 경우는 절차가 한 단계 더 있습니다. 법원의 몰취결정이 확정되면 보증서를 발급한 보증보험회사가 결정된 금액을 법원에 대신 납부하고, 그 직후 보험사는 피고인(및 보험 가입 시 함께 서명한 연대보증인)을 상대로 대납한 금액 전액에 대한 구상금을 청구합니다. 보험 가입 당시 낸 보험료는 이 구상 채무와 별개로, 몰취 여부와 무관하게 돌려받지 못하는 비용입니다.
이 구조 때문에 "보증서로 처리했으니 몰취돼도 내 돈이 나가는 건 아니다"라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실제로는 보험사가 일단 대신 내주는 것일 뿐, 종국적으로 그 금액을 부담하는 사람은 피고인이나 연대보증인입니다. 구상금을 갚지 못하면 보험사가 별도의 민사소송이나 강제집행 절차로 재산을 확보하려 할 수 있으므로, 보석 조건을 지키는 것이 현금 보증금을 낸 경우보다 오히려 더 중요해지는 셈입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소환 기일과 주거제한 등 부수조건을 놓치지 않는 것이 결국 구상금 위험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가령 보증금 5천만 원 상당의 보석보증보험증권을 제출해 석방된 피고인이 재판 도중 주거지를 무단으로 옮기고 소환에 불응해 보석이 취소되고 그 전액이 몰취되었다면, 보험사는 법원에 5천만 원을 대납한 뒤 곧바로 피고인과 연대보증인에게 그 전액에 대한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수순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실무에서 나타납니다. 이 경우 이미 낸 보험료는 돌려받지 못하고, 별도로 5천만 원 상당의 구상 채무까지 새로 떠안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현금 보증금을 낸 경우보다 부담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몰취되지 않았다면 — 보증금 환부 절차
사건이 마무리될 때까지 보석 조건을 잘 지켰다면 보증금은 그대로 돌아옵니다. 형사소송법 제104조는 구속 또는 보석을 취소하거나 구속영장의 효력이 소멸된 때에는, 몰취하지 않은 보증금 또는 담보를 청구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환부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무죄나 집행유예 등으로 사건이 종결되어 구속영장의 효력이 사라지는 경우는 물론, 재판 도중 보석이 취소되었더라도 몰취되지 않은 부분은 이 규정에 따라 환부 대상이 됩니다.
보증서로 낸 경우에는 현금 반환이 아니라 보증서 자체가 법원에서 발급자(보증보험회사)에게 반환되거나 보험계약이 해지 처리되는 방식으로 정리됩니다. 다만 환부는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청구가 있어야 진행되는 절차이므로, 사건이 끝난 뒤 환부 청구를 미루면 그만큼 정리가 늦어질 수 있습니다. 확정판결문이나 보석취소결정문 등 관련 서류를 챙겨 청구 시점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보증금과 보증서(보증보험) 중 무엇이 유리한가요?
A. 목돈을 즉시 마련할 수 있다면 현금 납입이 절차상 더 단순하고, 사건이 끝난 뒤 몰취되지 않으면 환부 청구만으로 그대로 돌려받습니다. 다만 현금이 부족하다면 보증서로 갈음할 수 있고, 이 경우 법원의 허가와 보증보험회사의 심사를 거쳐야 하며 보험료와 몰취 시 구상금이라는 별도 비용 구조가 생긴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결국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당장 마련 가능한 자금 규모와 조건 이행에 대한 확신 정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Q. 보석 조건을 한 번 어기면 바로 몰취되나요?
A. 조건 위반이 있다고 곧바로 몰취되는 것은 아니고, 먼저 법원이 보석취소 여부를 판단합니다. 취소가 결정되면 그 다음 단계로 몰취 여부와 범위를 법원이 재량으로 정하는 임의적 몰취 절차로 넘어갑니다.
Q.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받으면 보증금은 어떻게 되나요?
A. 집행유예가 확정되면 통상 실형 집행을 위한 소환 자체가 없으므로 필요적 몰취 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보석 조건을 지켰다면 몰취되지 않은 보증금은 청구를 통해 환부받을 수 있습니다.
Q. 보증서 발급 심사에서 거절될 수도 있나요?
A. 보증보험회사도 도주 우려나 재범 위험이 크다고 판단하면 보증서 발급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법원이 허가한 보증금 갈음 조건 자체가 무의미해지므로, 다른 유가증권 제출이나 현금 분할 마련 등 대안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Q. 몰취결정에 불복할 방법은 없나요?
A. 몰취결정도 법원의 결정이므로 즉시항고 등 불복 절차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필요적 몰취 사유(판결 확정 후 소환 불응·도망)에 해당하면 법원에 재량의 여지가 없어 다투기가 훨씬 어렵고, 임의적 몰취라면 취소 사유의 존부나 몰취 범위의 적정성을 다툴 여지가 상대적으로 더 있습니다.
Q. 연대보증인이 된 가족도 책임을 지나요?
A. 보증보험 가입 시 연대보증인으로 서명했다면, 몰취로 보험사가 구상금을 청구할 때 피고인과 함께 그 채무를 부담하게 됩니다. 서명 전에 구상 책임의 범위와 조건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맺음말
보석 보증금은 현금으로만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보증서로도 갈음할 수 있지만, 그 편의성 뒤에는 몰취 시 구상금이라는 별도의 책임 구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보증금액이 어떤 기준으로 정해지는지, 어떤 경우에 임의적·필요적 몰취로 이어지는지를 미리 알고 있어야 보석 이후의 재판 과정에서 조건을 지키는 데 소홀해지지 않습니다.
특히 수원지검·수원구치소 관할 사건으로 구속 위기에 놓인 경우라면, 보석 청구 시점부터 보증금 갈음 방식과 조건 이행 계획을 함께 준비하는 것이 이후 불필요한 몰취·구상 분쟁을 줄이는 길입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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