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을 준비하는 회사 입장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절차 중 하나가 주주총회입니다. 소집통지 기간을 맞추고,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이라는 특별결의 요건을 채우고, 여기에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까지 고려하면 일정과 자금 부담이 상당합니다. 그런데 존속회사가 새로 발행하는 신주 규모가 작은 흡수합병이라면, 이 주주총회를 아예 생략하고 이사회 결의만으로 합병을 마칠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상법이 정한 소규모합병 제도입니다. 다만 요건을 하나라도 벗어나면 곧바로 정식 주주총회 절차로 되돌아가야 하므로, 시작 전에 수치 요건과 예외 사유를 정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소규모합병이 정식 합병과 갈리는 지점
소규모합병이라는 이름 때문에 회사 규모가 작아야 적용되는 제도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기준은 회사 크기가 아니라 존속회사가 합병으로 새로 발행하는 주식의 비율입니다. 아무리 큰 회사라도 이번 합병에서 발행하는 신주가 기존 발행주식총수 대비 작으면 소규모합병 요건을 충족할 수 있고, 반대로 작은 회사라도 신주 발행 비율이 크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또 하나 놓치기 쉬운 지점은, 소규모합병으로 생략되는 것은 존속회사의 주주총회뿐이라는 사실입니다. 합병으로 소멸하는 회사는 원칙적으로 자신의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별도로 거쳐야 합니다. 소멸회사 쪽 절차까지 생략하려면 존속회사가 소멸회사 발행주식총수의 90% 이상을 이미 보유하고 있거나 소멸회사 총주주가 동의하는 간이합병(상법 제527조의2) 요건을 별도로 충족해야 하며, 두 요건이 함께 충족되면 양쪽 회사 모두 이사회 결의만으로 합병을 마칠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절차를 검토할 때는 "우리 회사가 작은가"가 아니라 "이번 합병으로 존속회사가 발행하는 신주 비율이 얼마인가", "소멸회사 쪽도 간이합병 요건을 충족하는가" 두 가지를 각각 따져야 정확한 그림이 나옵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10% 신주 발행 요건과 두 가지 배제 사유
소규모합병의 근거 조문은 상법 제527조의3입니다. 제1항은 합병 후 존속하는 회사가 합병으로 인하여 발행하는 신주 및 이전하는 자기주식의 총수가 그 존속하는 회사의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10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경우, 존속회사의 주주총회 승인을 이사회의 승인으로 갈음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예를 들어 존속회사의 발행주식총수가 1,000만 주라면, 이번 합병으로 새로 발행하는 신주와 이전하는 자기주식을 합한 수가 100만 주를 넘지 않아야 소규모합병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 10% 요건을 충족했더라도 다음 두 가지 사유 중 하나에 해당하면 소규모합병 절차 자체가 배제되고 정식 주주총회를 거쳐야 합니다.
합병교부금 초과 — 소멸회사 주주에게 지급하기로 정한 금전 등 합병교부금이 존속회사의 최종 대차대조표상 순자산액의 100분의 5를 초과하는 경우
대주주 반대통지 — 존속회사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20 이상을 가진 주주가 공고 또는 통지일로부터 2주 내 서면으로 합병에 반대하는 의사를 통지한 경우
절차 측면에서는 존속회사가 합병계약서를 작성한 날부터 2주 내에 소멸회사의 상호·본점소재지·합병을 할 날, 그리고 주주총회 승인 없이 합병한다는 뜻을 공고하거나 주주 개개인에게 통지해야 합니다(제527조의3 제2항, 제527조의2 제2항 준용). 이 공고·통지가 바로 위 두 번째 배제 사유의 기산점이 됩니다 — 대주주의 반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2주간의 창구인 셈입니다. 또한 존속회사의 합병계약서에는 "주주총회의 승인을 얻지 아니하고 합병을 한다"는 취지를 명시해야 합니다.
소규모합병의 또 다른 특징은 존속회사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통상의 합병이라면 반대주주가 회사에 주식 매수를 청구할 수 있지만, 소규모합병에서는 애초에 주주총회 자체가 열리지 않으므로 존속회사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도 함께 배제됩니다. 다만 이는 존속회사 주주에 한정된 것으로, 소멸회사 주주는 정식 절차를 거치는 이상 통상의 주식매수청구권을 그대로 행사할 수 있습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소규모합병 실행 5단계
요건이 정리됐다면 실무에서는 다음 순서로 진행합니다.
신주 발행 비율부터 정밀 계산 — 합병비율 산정 결과 존속회사가 발행할 신주와 이전할 자기주식의 합이 발행주식총수의 10%에 근접하거나 넘는다면, 합병 대가 일부를 현금(합병교부금)이나 자기주식으로 조정해 요건 충족 여부를 다시 검토합니다. 다만 합병교부금을 늘리는 조정은 순자산액 5% 한도와 함께 맞물리므로 두 수치를 동시에 확인해야 합니다.
이사회 결의와 합병계약서 작성 — 이사회에서 합병계약서를 승인하고, 계약서에 "주주총회 승인 없이 합병한다"는 취지를 명시합니다. 이 단계에서 소멸회사 쪽도 간이합병 요건에 해당하는지 함께 점검해 절차를 이원화할지 결정합니다.
공고 또는 통지 — 계약서 작성일로부터 2주 내에 소멸회사 상호·본점소재지·합병기일·주주총회 승인 없이 합병한다는 뜻을 공고하거나 주주 개별 통지합니다. 정관에 공고 방법이 정해져 있다면 그 방법을 따릅니다.
반대통지 기간 관리 — 공고·통지일로부터 2주간 발행주식총수 20% 이상을 가진 주주의 서면 반대통지가 들어오는지 확인합니다. 이 기간에 요건 초과 반대가 접수되면 소규모합병은 무산되고 정식 주주총회 절차로 즉시 전환해야 하므로, 대주주 지분 구성을 사전에 파악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채권자보호절차 및 합병등기 — 소규모합병이라도 채권자보호절차는 생략되지 않습니다. 이사회 결의일로부터 2주 내에 채권자에게 이의제출을 공고하고, 이의제출 기간은 1개월 이상 확보해야 합니다. 이의를 제기한 채권자에게는 변제하거나 상당한 담보를 제공해야 하며, 이 절차가 끝나야 합병기일에 맞춰 소멸회사의 해산등기와 존속회사의 변경등기를 마칠 수 있습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요건 판단은 합병 설계 초기에 끝내야
소규모합병은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여주는 제도이지만, 신주 발행 비율·합병교부금 한도·대주주 반대 가능성이라는 세 가지 변수를 합병 구조를 설계하는 단계에서 미리 검토하지 않으면 뒤늦게 정식 절차로 되돌아가는 상황을 맞을 수 있습니다. 계약서를 작성한 뒤에 요건 미비가 드러나면 일정 전체를 다시 짜야 합니다.
합병을 계획하고 있다면, 신주 발행 비율 계산과 대주주 지분 구조 점검부터 먼저 진행해 보시고, 소규모합병 요건 충족 여부와 이후 절차를 함께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