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필 유언장에 날짜가 없으면, 상속재산분할은 원점으로
사건 개요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유품을 정리하다 보면, 서랍이나 금고에서 손으로 쓴 유언장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녀들은 대개 그 내용대로 상속재산을 나누고, 이미 등기까지 마친 뒤에야 유언장을 다시 들여다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연월"은 적혀 있는데 "날짜"가 비어 있거나, 아예 작성일 자체가 빠져 있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사소한 흠으로 여기고 넘어가지만, 형제 중 누군가 상속분에 불만을 갖게 되면 바로 이 지점이 다툼의 시작점이 됩니다.
실제로 이런 사건에서 상담을 청해 오는 쪽은 두 부류로 갈립니다. 유언장 내용대로 이미 재산을 받은 쪽은 "날짜 하나 빠진 것으로 전체를 무효로 할 수 있느냐"며 불안해하고, 상대적으로 적게 받은 쪽은 "이 유언장 자체가 무효 아니냐"며 처음부터 다시 나누자고 요구합니다. 문제는 감정이나 형평이 아니라, 자필증서가 법이 정한 방식을 갖추었는지에 달려 있다는 점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자필증서 유언은 연월일 중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그 내용이 아무리 고인의 진심에 부합하더라도 무효입니다. 그리고 무효로 확정되면 이미 이루어진 분할도 처음부터 없던 일로 되돌아가, 공동상속인 전원이 법정상속분을 기준으로 다시 나누어야 합니다. 다만 이미 등기나 인도까지 끝난 경우 그 되돌리는 절차는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문제의 유언장이 민법 제1066조 제1항이 요구하는 전문·연월일·주소·성명의 자서와 날인을 모두 갖추었는지입니다. 둘째, 연월일 기재의 흠이 "날짜 전부 누락"인지 "연월만 있고 일자만 빠진 것"인지 — 판례상 후자도 무효 사유가 되는지입니다. 셋째, 무효가 확정될 경우 이미 진행된 분할(협의든 등기든)을 되돌리는 방법과 그 시한입니다.
이 세 지점은 순서대로 이어져 있습니다. 방식 흠결이 인정되지 않으면 애초에 무효 주장 자체가 성립하지 않고, 무효가 인정되어도 되돌리는 절차를 놓치면 시간만 흐르다 권리 자체를 잃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승패는 감정적 호소가 아니라, 유언장의 형식을 항목별로 대조하고 되돌리는 절차를 제때 밟았는가에서 갈립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방식 흠결을 무효 주장의 근거로 확정하기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날짜가 없다"는 인상이 아니라, 그것이 법이 정한 무효 사유에 정확히 해당하는가입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유언장 원본을 항목별로 대조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1) 전문·연월일·주소·성명·날인 다섯 요소를 항목별로 대조합니다.
민법 제1066조 제1항은 유언자가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자서하고 날인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자필이 아니거나 빠져 있으면 그 자체로 무효 사유가 됩니다. 특히 연월일은 "연월"만 적고 "일"을 비워 둔 경우에도 작성일을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효라는 것이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9다9768 판결)의 태도이므로, 날짜란이 비어 있는 정도가 아니라 "일" 표기 자체의 유무를 정확히 짚어냅니다.
2) "진의에 부합해도 방식 위배면 무효"라는 법리를 근거로 제시합니다.
상대방은 흔히 "고인의 뜻이 분명한데 날짜 하나로 전체를 무효로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유언의 방식을 엄격하게 규정한 취지가 유언자의 진의를 명확히 하고 분쟁을 예방하려는 데 있으므로, 법정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유언은 그것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합치하더라도 무효라고 일관되게 판시해 왔습니다(대법원 1999. 9. 3. 선고 98다17800 판결, 대법원 2004. 11. 11. 선고 2004다35533 판결). 이 법리를 먼저 제시해 두면, 진의 논쟁으로 흐르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3) 유언무효확인의 소로 다툼을 법적으로 확정합니다.
상대방이 계속 유언장의 효력을 주장한다면, 협의만으로는 결론이 나지 않습니다. 이 경우 다른 공동상속인이나 수유자를 상대로 유언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해, 법원의 판단으로 무효를 확정합니다. 확정판결을 받아 두면 이후 상속재산분할이나 등기 말소 절차에서 상대방이 다시 유언장의 유효를 다투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무효 확정 후 분할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절차
유언장이 무효로 확정되었다고 해서 저절로 재산이 재분배되지는 않습니다. 이미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에 따라 되돌리는 방법이 달라지므로, 김강희 변호사는 진행 단계별로 다음을 구분해 대응합니다.
1) 아직 분할이 끝나지 않았다면 법정상속분을 기준으로 다시 협의합니다.
유언이 무효이면 유증은 없었던 것이 되고, 상속재산은 민법 제1009조가 정한 법정상속분(배우자에게 자녀 몫의 5할 가산, 나머지는 자녀 균등)에 따라 나누어집니다. 이때 민법 제1013조에 따른 협의분할은 공동상속인 전원의 동의가 있어야 유효하며, 한 사람이라도 빠지거나 동의에 흠이 있으면 그 협의 자체가 무효라는 것이 판례(대법원 1987. 3. 10. 선고 85므80 판결)입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상속인 전원을 협의 테이블에 다시 앉히는 절차를 갖춥니다.
2) 이미 등기나 인도가 끝났다면 원상회복 청구로 되돌립니다.
유언장 내용대로 이미 부동산 등기까지 마쳤다면, 단순히 "무효니 돌려달라"는 요구만으로는 등기가 저절로 정리되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 실제 상속분보다 많이 받은 상속인을 상대로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통해 등기와 재산 상태를 법정상속분에 맞게 되돌립니다. 다만 참칭상속인을 상대로 한 이런 청구는 민법 제999조가 정한 상속회복청구권의 성격을 가지므로, 침해를 안 날로부터 3년, 침해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이라는 제척기간 안에 행사해야 한다는 점을 함께 챙깁니다.
3) 협의가 결렬되면 가정법원에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합니다.
법정상속분을 기준으로 다시 나누자는 데는 동의해도, 구체적인 재산 배분에서 협의가 무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는 가정법원에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해 법원의 판단으로 분할 방법을 정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특정 상속인이 생전에 받은 특별수익이나 피상속인을 부양·기여한 부분(기여분)도 함께 주장해, 단순히 유언 이전의 법정상속분으로 되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공평한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
결론
자필 유언장은 손으로 쓰기만 하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연월일 하나가 빠지는 것만으로 전체가 무효가 될 만큼 그 방식은 엄격합니다. 이미 재산을 나누었더라도, 그 근거가 된 유언장에 방식의 흠이 있다면 분할은 언제든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무효라는 사실 하나가 아니라, 그것을 언제까지, 어떤 절차로 되돌리는가입니다. 특히 등기까지 끝난 사안이라면 제척기간이 흐르고 있다는 점을 놓치지 마시고, 유언장의 날짜란이 비어 있는 것을 발견하셨다면 지금 상속재산의 현재 상태와 남은 시한을 함께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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