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장남에게는 상가 건물을 미리 증여하고, 유언으로는 차남에게 예금 전부를 남겼다면 유류분이 부족한 상속인은 누구에게 먼저 반환을 청구해야 할까요. 증여와 유증이 함께 얽힌 상속 사건에서는 아무에게나 먼저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법이 정해 둔 순서가 있고, 이 순서를 놓치면 청구 자체가 다시 정리되거나 소송이 지연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민법이 정한 유증과 증여의 반환 순서, 반환의무자가 여러 명일 때 비율을 나누는 기준, 그리고 2026년 바뀐 반환 방식까지 실제 조문과 판례를 근거로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유류분 부족액 — 무엇을 기준으로 계산하나
반환의 순서를 따지기 전에 먼저 확정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내가 받아야 할 유류분에서 실제로 얼마가 부족한지입니다. 민법 제1113조 제1항은 "유류분은 피상속인의 상속개시시에 있어서 가진 재산의 가액에 증여재산의 가액을 가산하고 채무의 전액을 공제하여 이를 산정한다"고 규정합니다. 즉 상속개시 당시 남은 재산에 생전 증여재산을 더하고 빚을 뺀 금액이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이 되고, 여기에 각 상속인의 유류분 비율을 곱해 '유류분액'이 나옵니다.
이렇게 산출한 유류분액에서 그 상속인이 실제로 상속·증여·유증으로 받은 재산을 빼면 비로소 '부족액'이 확정됩니다. 민법 제1115조 제1항은 "유류분권리자가 피상속인의 제1114조에 규정된 증여 및 유증으로 인하여 그 유류분에 부족이 생긴 때에는 부족한 한도에서 그 재산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속개시 당시 남은 재산이 2억 원, 장남에게 생전 증여한 부동산이 6억 원이라면 기초재산은 8억 원이 되고, 차남의 유류분 비율(법정상속분의 2분의 1)에 따라 유류분액이 정해진 뒤 차남이 실제로 받은 유증·상속분을 뺀 나머지가 부족액입니다.
1단계 — 상속개시 당시 재산 + 생전 증여재산 - 채무 =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
2단계 — 기초재산 × 유류분 비율(직계비속·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 유류분액
3단계 — 유류분액 - 실제 받은 상속·증여·유증 재산 = 부족액(이 부족액이 반환청구의 대상)
반환의 순서 — 왜 증여보다 유증을 먼저 받아야 할까
민법 제1116조는 "증여에 대하여는 유증을 반환받은 후가 아니면 이것을 청구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부족액이 있다면 유류분권리자는 먼저 유증을 받은 사람(수유자)을 상대로 반환을 청구해야 하고, 그것으로도 여전히 부족액이 남는 경우에 한해서만 증여를 받은 사람(수증자)에게 나머지를 청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증여자와 유증자가 각각 다른 사람이라면, 유증받은 사람의 반환의무를 먼저 확정하지 않고 곧바로 증여받은 사람에게 청구하는 것은 법이 정한 순서를 건너뛴 것이 됩니다.
이런 순서를 두는 이유는 증여와 유증의 법적 성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증여는 생전에 당사자 사이의 합의로 이미 효력이 발생한 계약이고, 유증은 유언자가 사망해야 비로소 효력이 생기는 단독행위입니다. 증여받은 사람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 재산을 자신의 것으로 믿고 생활해 왔을 가능성이 크지만, 유증받은 사람은 상속개시와 동시에 재산을 얻는 것이어서 신뢰보호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또한 유류분 제도 자체가 유언의 자유를 일부 제한하는 것이므로, 사후 처분인 유증에서 먼저 반환받고 그래도 부족하면 생전 처분인 증여로 넘어가는 것이 거래의 안전을 최대한 지키는 방향이라는 것이 이 조항의 취지입니다.
민법 제1116조: 증여에 대하여는 유증을 반환받은 후가 아니면 이것을 청구할 수 없다 — 유류분 반환은 유증이 먼저, 증여는 그 다음이다.
수유자·수증자가 여럿이면 — 비례 분담의 기준
실제 상속에서는 유증을 받은 사람이나 증여를 받은 사람이 한 명이 아닌 경우가 흔합니다. 민법 제1115조 제2항은 이런 경우를 대비해 "증여 및 유증을 받은 자가 수인인 때에는 각자가 얻은 유증가액의 비례로 반환하여야 한다"고 정해 두었습니다. 즉 여러 명이 유증을 받았다면 누구 한 사람에게 전액을 청구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받은 유증 재산의 가액 비율에 따라 나누어 반환책임을 지웁니다.
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0다42624, 42631 판결(유류분반환·손해배상(기))은 유증과 증여가 함께 있고 반환의무자도 여럿인 사건에서 구체적인 산정 방식을 제시했습니다. 이 판결은 각 반환의무자의 특별수익액에서 각자의 유류분액을 공제한 금액을 기준으로 반환비율을 산정하되, 우선 각자의 수유재산(유증받은 재산)에서 그 분담액만큼 반환하도록 하고, 수유재산의 가액이 분담액에 못 미치는 부분은 다른 공동상속인의 수유재산에서 우선 채워 넣도록 했습니다. 또한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재산을 유증받은 경우에는 민법 제1115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각 재산의 가액에 비례해 반환 범위를 정하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어 장남이 부동산(유증, 4억 원)을, 차남이 예금(유증, 2억 원)을 각각 받았고 두 사람 모두 유류분을 침해한 상태라면, 유류분권리자는 장남과 차남 각자에게 전액이 아니라 각자의 유증가액 비율(장남 3분의 2, 차남 3분의 1)에 맞춰 반환을 청구하게 됩니다. 그 다음 단계에서도 부족액이 남아야 비로소 생전 증여를 받은 사람에게 청구가 넘어갑니다.
사인증여는 증여일까, 유증일까 — 취급 기준
실무에서 자주 헷갈리는 지점이 사인증여입니다. 사인증여는 "내가 죽으면 이 재산을 준다"는 식으로 생전에 계약을 맺어 두지만, 실제 효력은 증여자가 사망해야 발생합니다. 계약이라는 형식만 보면 증여처럼 보이지만, 효력발생 시점과 기능은 유증과 매우 비슷합니다.
대법원 2001. 11. 30. 선고 2001다6947 판결은 이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사인증여의 경우에는 유증에 관한 규정이 준용될 뿐만 아니라 실제 기능도 유증과 달리 볼 필요가 없으므로, 반환 순서에서도 유증과 같이 취급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상대방이 "이건 계약(증여)이니 나중에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하더라도, 그것이 사인증여라면 유증받은 재산과 마찬가지로 먼저 반환청구의 대상이 됩니다.
생전증여 — 이미 재산이 이전되고 효력도 생전에 발생 → 반환 순서상 나중(유증 반환 후 부족분만)
유증(유언에 의한 증여) — 유언자 사망 시 효력 발생 → 반환 순서상 먼저
사인증여(사망을 조건으로 한 증여계약) — 형식은 계약이나 사망 시 효력 발생 → 유증과 동일하게 먼저 반환 대상
2026년 바뀐 반환 방식 — 원물반환에서 가액(금전)반환으로
반환의 '순서'와 별개로, 반환을 '어떻게' 하는지에 관한 조문은 최근 크게 바뀌었습니다. 종전에는 유류분 반환청구가 인용되면 원칙적으로 해당 재산 자체(부동산이면 지분)를 돌려주는 원물반환이 원칙이었습니다. 그런데 2026년 3월 17일 시행된 개정 민법(법률 제21454호)은 민법 제1115조 제1항을 고쳐, 유류분 부족액을 금전(가액)으로 반환하는 것을 원칙으로 전환했습니다.
이 개정은 부동산을 둘러싼 유류분 분쟁에서 원물반환 원칙 때문에 상속인들이 한 부동산의 지분을 나누어 공유하게 되면서 분쟁이 오히려 복잡해지고 장기화된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다만 이 개정 조항은 2026년 3월 17일 이후 개시된 상속에만 적용되고 그 이전에 상속이 개시된 사건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습니다. 즉 상속개시일이 언제인지에 따라 원물반환 법리와 가액반환 법리 중 어느 쪽이 적용되는지가 갈릴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 개정으로 바뀐 것은 반환의 '방법'이지, 이 글에서 다룬 반환의 '순서'가 아닙니다. 유증을 먼저 반환받고 부족하면 증여를 청구한다는 민법 제1116조의 순서 규정 자체는 개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상속개시 시점과 무관하게, 유증과 증여가 함께 있는 사건이라면 여전히 유증부터 정리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실무 적용 — 순서를 계산에 반영하는 예시
구체적인 사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피상속인이 사망 당시 남긴 재산은 없고, 생전에 장녀에게 상가(증여, 5억 원)를, 유언으로 차녀에게 예금(유증, 1억 원)과 아들에게 상가 임대수익권(유증, 1억 원)을 남겼다고 가정합니다. 상속인은 장녀·차녀·아들 3명이고 각자의 유류분액이 1억 5천만 원씩이라고 가정하면, 장녀는 이미 5억 원을 받아 유류분을 충족했으므로 반환의무자가 되고, 차녀와 아들은 유증받은 재산이 유류분액에 못 미쳐 유류분권리자가 됩니다.
이 경우 부족분이 있는 차녀나 아들이 반환을 청구한다면, 유증을 받은 사람이 따로 없으므로(장녀는 증여를 받았을 뿐 유증은 없음) 곧바로 증여를 받은 장녀에게 청구하게 됩니다. 반대로 만약 장녀가 유증도 함께 받았다면, 유류분권리자는 장녀의 유증 부분부터 반환받은 뒤 그래도 부족하면 장녀의 증여 부분을 청구해야 합니다. 이처럼 같은 사람이 증여와 유증을 모두 받았더라도 그 안에서조차 유증분과 증여분을 나누어 순서를 따져야 한다는 점이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부분입니다.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에서 주의할 점
소송 실무에서는 반환의무자가 여러 명일 때 청구취지 자체를 순서에 맞게 구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증을 받은 사람과 증여를 받은 사람을 공동피고로 삼으면서도 각자의 반환 범위와 순위를 구분하지 않으면, 법원이 직권으로 반환 순서를 재정리해야 해서 심리가 길어지거나 청구취지 자체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소를 제기하기 전에 상대방별로 받은 재산이 증여인지 유증인지(또는 사인증여인지)를 먼저 구분해 정리해 두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또한 반환의무자가 여럿일 때는 각자의 특별수익액과 유류분액을 개별적으로 계산해 비교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등기부등본, 금융거래내역, 유언장 원본이나 유언공정증서 등 각 재산이 언제 누구에게 어떤 형태로 이전됐는지를 뒷받침할 자료를 미리 확보해 두면, 반환 순서와 비율을 다투는 과정에서 입증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유증받은 사람과 증여받은 사람에게 동시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나요?
A. 네, 한 소송에서 두 사람을 공동피고로 삼는 것은 가능합니다. 다만 법원은 유증받은 사람의 반환의무를 먼저 확정하고, 그것으로도 부족액이 남는 경우에 한해 증여받은 사람의 반환의무를 정합니다. 청구취지에서부터 각 피고의 반환 범위와 순위를 구분해 기재해 두는 것이 실무상 안전합니다.
Q. 유증받은 사람이 여러 명이고 유류분 침해 정도가 서로 다르면 어떻게 나누나요?
A. 민법 제1115조 제2항에 따라 각자가 얻은 유증가액의 비율대로 반환책임을 분담합니다. 대법원 2010다42624 판결은 각 반환의무자의 특별수익액에서 유류분액을 공제한 금액을 기준으로 이 비율을 산정하도록 구체화했습니다.
Q. 사인증여로 받은 재산도 유증처럼 먼저 반환해야 하나요?
A. 네, 대법원 2001다6947 판결에 따라 사인증여는 유증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어 반환 순서에서도 유증과 동일하게 취급됩니다. 계약 형식이 증여라는 이유만으로 반환 순서에서 뒤로 밀리지 않습니다.
Q. 2026년 개정 이후에는 부동산 지분 대신 무조건 현금으로 반환받나요?
A. 개정 민법 제1115조 제1항(법률 제21454호, 2026년 3월 17일 시행)에 따라 원칙적으로 금전(가액)으로 정산합니다. 다만 이 개정은 시행일 이후 개시된 상속에만 적용되므로, 그 이전에 상속이 개시된 사건에는 종전의 원물반환 법리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Q. 유증과 증여 중 어느 쪽인지 헷갈리면 어떻게 구분하나요?
A. 유언장(유언공정증서·자필증서 등)에 따라 사망 후 효력이 발생하면 유증이고, 생전에 이미 재산이 넘어갔다면 증여입니다. 사인증여처럼 계약 형식이라도 사망을 조건으로 효력이 생긴다면 유증과 같은 순서로 취급되므로, 계약서의 명칭보다 효력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Q. 순서를 지키지 않고 증여받은 사람에게 먼저 청구하면 어떻게 되나요?
A. 유증받은 사람이 따로 있는데도 그 반환의무를 확정하지 않은 채 증여받은 사람에게 먼저 청구하면, 법원이 청구 범위를 다시 정리하도록 요구하거나 심리가 지연될 수 있습니다. 소를 제기하기 전에 유증 여부와 수유자부터 특정해 두는 것이 순서를 지키는 실무의 출발점입니다.
맺음말
유류분 반환청구에서는 얼마를 받아야 하는지 못지않게 누구에게, 어떤 순서로 청구하는지가 중요합니다. 민법 제1116조는 유증을 먼저 반환받은 뒤에야 증여에 대한 청구가 가능하다고 못박고 있고, 반환의무자가 여럿이거나 유증받은 재산이 여러 개인 경우에는 각자의 가액 비율에 따라 분담 범위가 달라집니다. 사인증여처럼 형식과 실질이 다른 재산도 효력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유증과 같은 순서로 취급된다는 점도 놓치기 쉬운 부분입니다.
2026년 개정으로 반환의 방법이 원물반환에서 가액반환으로 바뀌었지만, 이 글에서 다룬 반환의 순서 자체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상속재산에 증여와 유증이 뒤섞여 있어 누구에게 얼마를 청구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각 재산의 성격과 이전 시점부터 정리한 뒤 접근하는 것이 소송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자료를 정리한 상태에서 변호사와 함께 반환 순서와 비율을 먼저 점검해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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