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 사이트에서 '단순 심부름·수금 대행' 아르바이트라는 말만 믿고 현금을 받아 전달했을 뿐인데, 어느 날 경찰에서 보이스피싱 사기방조 혐의로 출석을 요구받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정작 본인은 그 돈이 피해자에게서 편취된 돈인 줄 몰랐다고 항변하지만, 수사기관은 '몰랐을 리 없다'며 미필적 고의를 문제 삼습니다. 전달책·인출책 사건에서 유죄와 무죄를 가르는 것은 결국 '고의'가 있었는지 한 가지로 모입니다. 이 글에서는 사기방조가 성립하는 구조, 법원이 고의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그리고 고의를 다투어 무죄를 주장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전달책·인출책은 어떤 죄로 조사받나 — 사기방조와 사기 공동정범의 갈림길
보이스피싱에서 피해자가 건넨 현금을 직접 받아 오거나(전달책·수거책) 계좌의 돈을 뽑아 상선에 넘기는(인출책) 역할을 맡은 사람은, 가담 정도와 인식 내용에 따라 사기의 공동정범 또는 사기방조(종범)로 의율됩니다. 두 죄는 처벌의 무게가 크게 다르기 때문에, 어느 쪽으로 보느냐 자체가 사건의 향방을 좌우합니다.
공동정범은 범행 전체를 함께 지배한 것으로 보아 정범과 같은 형으로 처벌되지만, 방조범은 형법 제32조에 따라 종범으로 처벌되고, 같은 조 제2항에 의해 정범의 형보다 반드시 감경됩니다(필요적 감경). 따라서 같은 사실관계라도 '공동정범이냐 방조범이냐'를 다투는 것 자체가 중요한 방어의 축이 됩니다.
나아가 '고의 자체가 없었다'고 인정되면 방조범조차 성립하지 않아 무죄가 됩니다. 즉 전달책·인출책 사건의 방어는 아예 고의가 없어 무죄인지, 고의는 있으나 지배력이 약해 공동정범이 아니라 방조범에 그치는지의 두 단계로 나누어 접근하게 됩니다.
같은 심부름이라도 '고의가 있었는가', '있었다면 범행을 지배했는가'에 따라 무죄·방조범·공동정범으로 갈린다.
무죄의 핵심 축은 '고의' — 사기방조에 필요한 '이중의 고의'
사기방조가 성립하려면 두 가지가 갖춰져야 합니다. 먼저 정범(보이스피싱 조직)이 실제로 사람을 기망해 재물을 편취하는 사기 실행행위가 있어야 하고, 다음으로 방조자에게 이른바 '이중의 고의'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이중의 고의란 정범이 사기 범행을 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과 인용, 그리고 자신의 행위가 그 범행을 돕는다는 점에 대한 인식을 함께 말합니다. 두 인식 중 어느 하나라도 없으면 방조의 고의가 부정되어 처벌할 수 없습니다.
다만 여기서 요구되는 인식은 확정적일 필요가 없고 미필적 고의로도 충분하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즉 '내가 넘기는 돈이 범죄 피해금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면서도 개의치 않고 행위를 계속했다면, 확실히는 몰랐더라도 고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무죄 주장이 '몰랐다'는 한마디로 끝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정범의 사기에 대한 인식·인용 — 누군가 속아서 돈을 잃는 범행이 진행 중임을 알았거나, 그럴 수 있음을 인식하고도 용인했는가.
방조행위에 대한 인식 — 자신의 수거·전달·인출이 그 범행을 실질적으로 돕는다는 점을 알았는가.
미필적 고의로 충분 — 확정적 인식이 아니어도, 의심하면서 감수하고 행위했다면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
법원이 '몰랐다'를 판단하는 기준 — 대법원 2024도10141의 종합판단
현금 수거·전달 사실은 인정하면서 고의만 부인하는 사건에서, 대법원은 고의의 존부를 정황을 종합해 판단하도록 정리했습니다. 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4도10141 판결은,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의 공모·범의는 다른 공범과 순차적·암묵적으로 의사가 결합되어 '피해자의 현금을 수거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으로 족하고, 그 인식은 미필적인 것으로 충분하며 전체 범행방법이나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알 필요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같은 판결은 피고인이 수거 사실은 인정하면서 고의를 부인할 때, 다음과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해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제시했습니다.
상선과의 의사연락의 내용과 수단 — 지시가 어떤 경로로 오갔는지.
현금수거 업무 과정의 통상성 여부와 구체적 내용·절차.
피해자를 대할 때 보인 행태와 언동, 그리고 사용한 구체적 수단.
피해자에게 제시한 공문서·사문서의 생성 경위(가짜 신분증·위조 서류 등).
현금수거의 횟수와 규모, 수거한 현금의 전달 방법.
타인(제3자)의 개인정보 사용 여부.
보수의 정도와 지급방식, 그리고 피고인의 나이·지능·경력 등 개인적 사정.
이 기준은 뒤집어 보면 곧 방어의 지도가 됩니다. 위 요소들이 '정상적인 업무로 오인할 만했다'는 방향을 가리키면 고의가 부정될 여지가 커지고, 반대로 비정상성이 뚜렷하면 미필적 고의라도 인정되기 쉽습니다.
인식은 미필적인 것으로 족하고 전체 범행 내용까지 알 필요는 없다 — 그래서 '전부 몰랐다'가 아니라 '정상 업무로 오인할 만했다'를 입증해야 한다.
고의를 부인하려면 무엇을 다퉈야 하나 — '정상 업무로 오인할 만했는가'
무죄를 주장하는 방어의 초점은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가 아니라, 위 정황 요소에 비추어 피고인이 자신의 일을 합법적인 업무로 오인할 만한 객관적 사정이 있었는지에 맞춰야 합니다. 법원은 사후의 결과가 아니라 행위 당시의 인식을 보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구직 앱을 통해 정식 채용 절차처럼 근로계약·급여 명목을 갖추고, '채권 회수'나 '방문 수금'이라는 그럴듯한 명목으로 통상적인 수준의 일당을 받았다면, 오인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사정이 됩니다. 반대로 사무실도 실체도 없는 익명의 상대가 메신저로만 지시하고, 피해자에게 가짜 검사 신분증이나 위조 공문서를 제시하게 하며, 하루 수백만 원의 현금 다발을 여러 차례 수거해 타인 명의 계좌·카드로 송금하게 했다면, '몰랐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방어에서는 지시 경로의 정상성, 보수의 상당성, 자신에게 요구된 행위의 상식성, 의심을 가질 계기가 실제로 있었는지를 구체적 증거(채팅 내역, 구인 광고, 급여 지급 형태 등)로 보여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막연한 부인보다 '왜 정상 업무로 믿었는지'를 뒷받침하는 객관 자료가 훨씬 힘이 있습니다.
수사 단계 대응 — 첫 진술이 유죄·무죄를 가른다
전달책·인출책 사건은 대부분 경찰 조사 단계에서 진술로 사실관계의 뼈대가 잡힙니다. 초기에 겁을 먹고 수사기관이 유도하는 대로 '어느 정도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는 취지로 답하면, 그 진술이 곧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는 정황으로 쓰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실과 다른 전면 부인이나 진술 번복도 신빙성을 떨어뜨립니다. 실제 있었던 사실은 인정하되, 인식에 관한 부분은 신중하고 일관되게 진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균형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조사 전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진술 방향을 정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구인 광고·채용 대화·급여 입금 내역 등 정상 업무로 믿은 근거 자료를 시간순으로 정리한다.
상선의 지시 내용이 담긴 메신저 대화 원본을 보존한다(임의 삭제 금지).
언제 어떤 의심이 들었고 어떻게 반응했는지 사실관계 시간표를 작성한다.
신체구속(체포·구속영장) 가능성이 있는 규모라면 구속 전 피의자심문 대비를 병행한다.
특히 상선 검거가 어려운 사건에서는 하선인 전달책·인출책만 남아 처벌이 집중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수사 초기부터 자신의 역할과 인식을 정확히 자리매김하는 것이 결과를 크게 좌우합니다.
무죄가 어렵다면 — 방조범 감경과 피해회복으로 형을 낮추는 길
정황상 고의를 완전히 부정하기 어려운 사건이라면, 다음 목표는 공동정범이 아닌 방조범으로 인정받고 양형을 낮추는 것입니다. 방조범이 되면 형법 제32조 제2항에 따라 형이 필요적으로 감경되고, 양형기준상으로도 방조범은 형량범위의 하한을 3분의 1, 상한을 3분의 2로 감경하여 적용합니다.
여기에 더해 피해회복은 양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피해자와의 합의, 피해금 상당액의 공탁, 범행 가담 기간과 취득한 보수의 규모, 초범 여부, 수사 협조 정도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다만 합의나 공탁은 양형 사유일 뿐 고의의 유무와는 별개이므로, 무죄를 다투는 사건에서는 그 순서와 전략을 신중히 정해야 합니다.
무죄가 어려운 국면에서도 '공동정범이냐 방조범이냐'의 다툼과 피해회복만으로 선고형의 폭이 크게 달라진다.
자주 묻는 질문
Q. 계좌나 통장을 넘긴 적 없이 현금만 전달했는데도 처벌될 수 있나요?
A. 네, 가능합니다. 전달책·인출책은 접근매체(통장) 제공과 무관하게, 피해금을 수거·전달·인출하는 행위 자체가 사기의 실행을 도운 것으로 평가되면 사기방조 또는 사기 공동정범으로 문제될 수 있습니다. 핵심은 통장 제공 여부가 아니라 그 돈이 범죄 피해금임을 인식했는지, 즉 고의의 존부입니다.
Q. '정상 아르바이트인 줄 알았다'고 하면 무죄가 되나요?
A. 그 말 한마디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법원은 진술이 아니라 정황을 종합해 판단하므로, 정상 업무로 오인할 만한 객관적 사정(정식 채용 절차, 통상적 보수, 상식적 지시 등)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반대로 익명 지시·과도한 보수·현금 다발 수거 같은 비정상 징표가 뚜렷하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미필적 고의'가 정확히 무엇인가요?
A. 범죄 사실을 확정적으로 인식하지는 않았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의심하면서도 이를 감수하고 행위한 경우의 고의를 말합니다. 보이스피싱 사건에서는 '이 돈이 범죄 피해금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면서도 개의치 않고 수거·전달했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방어는 '전혀 몰랐다'가 아니라 '의심할 계기 자체가 없었다'를 향해야 합니다.
Q. 피해자와 합의하면 무죄가 되나요?
A. 아닙니다. 합의와 피해회복은 유죄를 전제로 형을 정할 때 유리하게 참작되는 양형 사유이며, 고의가 있었는지와는 별개 문제입니다. 무죄를 다투는 사건이라면 합의를 언제 어떻게 진행할지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섣부른 합의가 자칫 고의를 인정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어 순서 조정이 필요합니다.
Q. 수사 초기에 무엇을 먼저 준비해야 하나요?
A. 정상 업무로 믿은 근거가 되는 구인 광고, 채용·지시 대화, 급여 입금 내역 등을 시간순으로 정리하고, 상선과의 메신저 대화 원본을 보존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진술은 실제 있었던 사실은 인정하되 인식 부분은 신중하고 일관되게 해야 하며, 조사 전에 변호인과 진술 방향을 맞추는 것이 안전합니다.
Q. 방조범으로 인정되면 형이 얼마나 줄어드나요?
A. 방조범은 형법 제32조 제2항에 따라 정범의 형보다 반드시 감경됩니다(필요적 감경). 양형기준상으로도 방조범은 형량범위의 하한을 3분의 1, 상한을 3분의 2로 감경하여 적용하므로, 같은 사건이라도 공동정범으로 보는지 방조범으로 보는지에 따라 선고형의 폭이 크게 달라집니다.
맺음말
보이스피싱 전달책·인출책 사건에서 무죄를 가르는 열쇠는 '고의', 그중에서도 미필적 고의의 인정 여부입니다. '몰랐다'는 한마디가 아니라, 자신의 일을 정상적인 업무로 오인할 만한 객관적 사정이 있었는지를 구체적 자료로 보여주는 것이 방어의 본질입니다.
고의를 완전히 부정하기 어려운 국면이라도, 공동정범이 아닌 방조범임을 다투고 피해회복과 양형 자료를 갖추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모든 판단은 수사 초기의 진술 한 줄에서 이미 방향이 잡히므로, 출석 전에 사실관계와 진술 전략을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억울하게 범죄에 이용당한 것인지, 미필적 고의가 문제되는 사안인지는 사건마다 다르므로 혼자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수원·경기남부 지역에서 보이스피싱 가담 사건으로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출석 전에 사실관계를 정리해 조력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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