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국민참여재판 신청할까 — 배심원 앞 무죄 가능성과 위험
성범죄 국민참여재판 신청할까 — 배심원 앞 무죄 가능성과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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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국민참여재판 신청할까 — 배심원 앞 무죄 가능성과 위험 

강대현 변호사

성범죄로 기소된 피고인이라면 한 번쯤 국민참여재판을 검토하게 됩니다. 실제로 사법연감과 법원행정처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성범죄 사건의 무죄율은 일반 재판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사건에 유리한 선택은 아닙니다. 배심원 앞에 서는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어떤 사건에서 유리하게 작용하는지, 피해자 측이 이를 막을 방법은 없는지까지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국민참여재판 대상사건 — 성범죄도 포함되나

국민참여재판은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일반 국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해 유·무죄와 양형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는 형사재판 제도입니다. 대상사건은 법원조직법 제32조 제1항에 따른 합의부 관할 사건, 즉 사형·무기 또는 단기 1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과 그 미수죄·교사죄·방조죄·예비죄·음모죄까지 포함합니다. 강간죄, 강제추행치상, 준강간죄, 특수강간 등 성범죄는 법정형이 무겁게 설계돼 있어 대부분 합의부 관할에 해당하므로 국민참여재판의 대상이 됩니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살인·강도·강간처럼 사회적 파급력이 큰 강력범죄 위주로 대상사건이 한정돼 있었지만, 이후 개정을 통해 합의부 관할 사건 전체로 범위가 확대됐습니다. 예를 들어 준강간 사건은 법정형이 무겁고 합의부에서 심리하므로,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 여부나 동의 여부가 쟁점이 되는 사건에서도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신청이 가능하다는 것과 실제로 배심원 앞에서 재판이 진행되는 것은 별개입니다 — 아래에서 볼 배제결정 제도 때문입니다.

  • 강간죄·강간미수죄 — 법정형이 무거워 합의부 관할, 신청 가능

  • 준강간죄·준강제추행죄 — 항거불능 상태 판단이 쟁점인 경우가 많음

  • 강제추행치상·특수강간 — 상해 결과나 흉기 사용이 결부돼 형량이 가중되는 유형

  •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아청법 위반) — 법정형에 따라 합의부 관할에 해당할 수 있음

국민참여재판 대상사건은 법원조직법 제32조 제1항에 따른 합의부 관할 사건이며, 법정형이 무거운 성범죄 상당수가 여기에 해당한다.

성범죄 국민참여재판, 무죄율이 왜 높을까 — 통계로 본 배심원 판단

사법연감과 법원행정처의 국민참여재판 성과분석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성범죄 사건의 무죄율은 평균 45.45%였습니다. 같은 기간 국민참여재판을 거치지 않은 일반 성범죄 사건의 1심 무죄율이 3.48%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차이입니다. 연도별로 봐도 2020년 47.8%, 2022년 52.9%, 2024년 52.3%로 등락은 있지만, 매년 일반 재판 대비 압도적으로 높은 무죄율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격차를 배심원 구성의 성격에서 찾습니다. 법률 전문가인 판사는 판례와 양형기준에 따라 진술의 신빙성을 축적된 경험칙으로 판단하는 반면,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배심원은 무죄추정 원칙을 상대적으로 엄격하게 적용하고 여론의 눈치를 덜 보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예를 들어 피해자 진술 외에 직접 증거가 부족한 사건에서, 판사는 진술의 일관성과 경험칙상 신빙성을 근거로 유죄 판단에 이르는 경우가 있는 반면, 배심원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라는 기준을 문자 그대로 엄격하게 적용해 무죄 평결에 이르는 사례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입니다.

다만 무죄율 통계만 보고 국민참여재판이 항상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통계는 진술 신빙성이 핵심 쟁점인 사건이 국민참여재판에 상대적으로 많이 몰린 결과일 수도 있고, 불법촬영물이나 디지털 포렌식 자료처럼 객관적 증거가 명백한 사건에서는 배심원 앞에서도 유죄 판단이 뒤집히기 어렵습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성범죄 사건의 무죄율은 최근 5년 평균 45.45%로, 일반 재판 3.48%보다 10배 이상 높다(사법연감·법원행정처 국민참여재판 성과분석).

배제결정 —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국민참여재판을 막을 수 있다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고 해서 반드시 배심원 앞에서 재판받는 것은 아닙니다.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9조는 법원이 공소제기 후부터 공판준비기일이 종결된 다음날까지 국민참여재판을 하지 않기로 하는 배제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배제 사유에는 배심원이나 그 친족의 생명·신체·재산에 대한 침해 우려, 공범 중 일부가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아 진행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와 함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의 범죄로 인한 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포함됩니다.

절차적으로 법원은 배제결정을 하기 전에 검사·피고인·변호인에게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주고, 배제결정은 법관의 결정으로 이뤄지며 피고인은 이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피해자가 신상 노출이나 법정 내 2차 피해를 우려해 배제를 원한다는 의사를 검찰이나 법원에 전달하면,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통상의 재판 절차로 진행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즉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더라도, 성범죄 피해자가 이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히면 실제로 배심원 재판까지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히 있습니다.

  • 배심원·예비배심원 등의 생명·신체·재산 침해 우려로 출석이 어려운 경우

  • 공범인 다른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아 진행이 곤란한 경우

  • 성폭력범죄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 경우

성범죄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으면 법원은 배제결정을 할 수 있다(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9조).

신청 기한 — 공소장 부본 송달 후 7일, 그 이후에도 기회는 있다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8조에 따르면 피고인은 공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 여부를 적은 의사확인서를 법원에 제출해야 합니다. 이 기간 안에 의사확인서를 내지 않으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되고, 공판준비기일이 종결되거나 제1회 공판기일이 열린 이후에는 원칙적으로 의사를 바꿀 수 없습니다.

다만 대법원 2009. 10. 23.자 2009모1032 결정은 공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7일이 지나 의사확인서를 제출하지 못한 피고인이라도, 제1회 공판기일이 열리기 전이라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할 수 있고 법원이 그 의사를 확인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예를 들어 국선변호인 선정이 지연되거나 사건 초기에 변호인 선임이 늦어져 7일의 기한을 놓친 피고인이라도, 아직 첫 공판기일 전이라면 뒤늦게라도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해볼 여지가 남아 있다는 의미입니다.

공소장 부본 송달 후 7일이 지났더라도 제1회 공판기일 전이라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할 수 있다(대법원 2009. 10. 23.자 2009모1032 결정).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할지 판단하는 기준 — 사건마다 다르다

무죄율 통계만 보고 국민참여재판 신청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는 그 사건에서 다투어지는 쟁점이 무엇인가에 달려 있습니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나 당시 상황에 대한 동의·항거불능 여부처럼 진술 대 진술로 흐르는 사건과, CCTV·디지털 포렌식 자료처럼 객관적 물증이 이미 확보된 사건은 배심원 앞에서의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준강간 사건에서 당시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 여부가 핵심 쟁점이라면, 배심원은 검사 측 입증에 대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라는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는 경향이 있어 무죄 평결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불법촬영물이 스마트폰이나 클라우드에서 그대로 발견된 디지털 성범죄 사건처럼 물증이 명백한 경우에는, 배심원 앞에서도 유죄 판단이 뒤집히기 어렵고 오히려 양형 단계에서 배심원의 여론 민감성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 쟁점이 진술 신빙성·동의 여부 중심인지, 객관적 물증 중심인지

  • 피해자가 배제결정을 신청할 가능성이 높은 사건인지

  • 재판 기간이 길어지고 언론 노출이 커질 수 있다는 부담을 감수할 수 있는지

실무 유의점 — 배심원 평결의 효력과 항소심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의 유·무죄 평결은 법원을 법적으로 기속하지 않는 권고적 효력을 가집니다. 재판장은 배심원 평결과 다른 판단을 할 수 있지만, 그 경우 판결서에 배심원의 의견과 다르게 판단한 이유를 기재해야 합니다. 실무상으로는 배심원 평결과 재판부의 최종 판단이 상당히 일치하는 경향을 보이며, 1심에서 배심원 참여로 나온 무죄 판단은 항소심에서도 비교적 유지되는 흐름을 보입니다.

다만 국민참여재판은 배심원 선정 절차 때문에 통상 재판보다 준비 기간이 길어지고, 공개 법정에서 여러 날에 걸쳐 심리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피고인 입장에서도 시간적·심리적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성범죄 사건 특성상 언론 노출이나 사건 경위 공개에 대한 부담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면 반드시 배심원이 참여하는 재판을 받게 되나요?

A. 아닙니다. 피고인이 신청해도 법원이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9조에 따라 배제결정을 할 수 있고, 특히 성범죄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원하지 않으면 배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청은 절차의 시작일 뿐 확정은 아닙니다.

Q. 국민참여재판 신청 기한인 7일을 놓치면 방법이 없나요?

A. 대법원 2009. 10. 23.자 2009모1032 결정에 따르면 공소장 부본 송달 후 7일이 지났더라도 제1회 공판기일이 열리기 전이라면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공판준비기일이 종결되거나 첫 공판기일이 열린 이후에는 신청이 어려우므로 기한을 넘겼다면 서둘러야 합니다.

Q. 무죄율이 높다는 통계만 보고 신청하는 게 유리한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통계상 국민참여재판 성범죄 사건 무죄율이 일반 재판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진술 신빙성이 쟁점인 사건이 상대적으로 많이 포함된 결과일 수 있습니다. 객관적 물증이 명확한 사건에서는 결과가 다를 수 있어 사건 성격에 따른 개별 판단이 필요합니다.

Q. 피해자는 국민참여재판을 거부할 방법이 있나요?

A. 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의 범죄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법원은 이를 배제 사유로 삼아 배제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검찰이나 법원에 그 의사를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배심원의 무죄·유죄 평결은 판사를 구속하나요?

A. 구속하지 않습니다. 배심원 평결은 권고적 효력만 가지며 재판부가 다른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평결과 다르게 판단할 경우 그 이유를 판결서에 밝혀야 하고, 실무상으로는 평결과 최종 판단이 일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국민참여재판 배제결정에 불복할 수 있나요?

A. 법원의 배제결정은 법관의 재판으로 이뤄지며, 피고인은 이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반대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기로 한 개시결정 자체에 대해서는 별도의 즉시항고 규정이 없어 항고할 수 없습니다.

맺음말

성범죄 사건에서 국민참여재판은 통계적으로 무죄율이 높게 나타나는 절차이지만, 그 배경에는 배심원 구성의 특성과 사건별 쟁점의 차이가 함께 작용하고 있습니다. 신청 자체는 공소장 부본 송달 후 7일 이내가 원칙이지만 그 이후에도 첫 공판기일 전이라면 기회가 남아 있고, 반대로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법원의 배제결정으로 무산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국민참여재판 신청 여부는 무죄율 수치 하나만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사건의 증거 구조와 쟁점, 피해자 측 대응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따져야 하는 전략적 판단입니다. 수사 초기 단계부터 이런 요소를 함께 검토하며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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