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다른 형제가 생전에 부동산이나 예금을 미리 받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유류분 반환청구를 떠올리지만, "언제까지 청구할 수 있는지"를 놓쳐 아예 권리 자체를 잃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유류분 반환청구권에는 1년짜리 단기 시효와 10년짜리 장기 시효가 동시에 걸려 있고, 두 기간의 기산점이 서로 다르게 계산되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각 시효가 언제부터 흐르기 시작하는지, 실제로 다툼이 되는 지점은 어디인지를 구체적으로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유류분 반환청구, 왜 시효부터 확인해야 할까
유류분 제도는 피상속인이 생전에 자유롭게 처분한 재산이라도, 상속인의 최소한의 몫을 침해했다면 일부를 돌려받게 하는 제도입니다. 문제는 이 반환청구권이 무기한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미 넘어간 재산의 소유관계를 오래도록 불안정하게 둘 수 없다는 이유로, 법은 상대적으로 짧은 시효 기간을 두고 있습니다.
실무에서 상담을 받으러 오시는 분들 중 상당수는 "증여받은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소송까지 준비하다 보니 시간이 지나버렸다"고 말씀하십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시효가 완성되었는지 여부가 소송의 승패를 가르는 첫 번째 관문이 됩니다. 상대방이 소멸시효 완성을 항변으로 제기하면, 유류분 침해가 아무리 명백해도 법원은 본안 판단에 들어가기 전에 시효부터 심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반환청구를 검토하는 단계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 시효는 언제부터 시작되었고, 언제 끝나는가"를 정확히 계산하는 것입니다. 아래에서 두 가지 시효의 구조와 기산점을 순서대로 살펴보겠습니다.
민법 제1117조 — 1년과 10년, 두 개의 시효가 함께 적용된다
민법 제1117조는 유류분 반환청구권에 대해 두 가지 시효를 동시에 규정합니다. 하나는 유류분권리자가 상속 개시와 반환해야 할 증여 또는 유증이 있었다는 사실을 안 때로부터 1년 이내에 행사해야 한다는 단기 시효이고, 다른 하나는 그러한 인식 여부와 무관하게 상속이 개시된 때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한다는 장기 시효입니다.
두 기간은 별개로 작동하기 때문에, 둘 중 하나라도 먼저 완성되면 반환청구권은 소멸합니다. 예를 들어 상속 개시 사실과 증여 사실을 늦게 알아 1년 시효가 아직 남아 있더라도, 상속 개시로부터 이미 10년이 지났다면 청구는 불가능합니다. 반대로 상속 개시 후 10년이 지나지 않았더라도, 반환 대상임을 안 날로부터 1년이 지나면 마찬가지로 시효가 완성됩니다.
단기 시효(1년) — 유류분권리자가 상속 개시 사실과 반환 대상 증여·유증이 있었음을 안 날부터 진행
장기 시효(10년) — 인식 여부와 무관하게 상속 개시일(피상속인 사망일)부터 절대적으로 진행
두 시효 중 어느 하나라도 만료되면 반환청구권 자체가 소멸
1년과 10년은 서로 독립적으로 계산되며, 먼저 완성되는 쪽이 우선 적용된다.
1년 단기시효의 기산점 — "안 날"은 정확히 언제인가
실무에서 가장 자주 다투어지는 부분이 바로 1년 시효의 기산점입니다. 대법원 2006. 11. 10. 선고 2006다46346 판결은 "유류분권리자가 상속의 개시와 반환하여야 할 증여 또는 유증을 한 사실을 안 때"란, 상속이 개시되었다는 사실과 증여·유증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증여나 유증이 자신의 유류분을 침해해 반환의 대상이 된다는 점까지 인식한 때를 의미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단순히 "형이 아버지 생전에 아파트를 받았다더라"는 소문을 들은 정도로는 시효가 시작되지 않습니다. 그 증여로 인해 자신이 받아야 할 법정상속분의 절반(직계비속·배우자 기준) 또는 3분의 1(직계존속·형제자매 기준)이 침해되었다는 사실관계까지 구체적으로 인식해야 비로소 1년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됩니다. 다만 실제로는 증여 사실을 안 시점과 침해 사실을 인식한 시점이 거의 동시에 겹치는 경우가 많아, 법원은 정황상 증여 규모와 상속재산 전체를 함께 알았다면 침해 인식도 함께 있었다고 폭넓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속 개시 직후 유언장 검인 절차에서 특정 부동산 전체를 형에게 유증한다는 내용을 확인했다면, 그 검인일부터 1년 안에 청구 의사를 표시해야 안전합니다. 반대로 등기부만 보고 "증여인지 매매인지" 원인이 불분명한 상태였다면, 원인이 증여로 명확히 밝혀진 시점을 기산점으로 주장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기산점이 늦춰지는 경우 — 관련 소송에서 패소가 확정된 때
기산점 다툼이 가장 첨예하게 나타나는 유형은, 유류분권리자가 먼저 다른 소송을 진행하다가 그 결과에 따라 증여 사실을 뒤늦게 인식하게 되는 경우입니다. 대법원 2023. 6. 15. 선고 2023다203894 판결은 유류분권리자가 피상속인 소유였던 부동산의 등기를 이전받은 제3자를 상대로 등기 원인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소유권이전등기 말소청구 소송을 냈으나, 법원이 오히려 유효한 증여로 인정해 원고 패소 판결이 확정된 사안을 다루었습니다.
이 판결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패소 판결이 확정된 때에 비로소 해당 재산이 반환해야 할 증여재산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등기 원인 자체를 무효라고 다투는 동안에는 "반환해야 할 증여"라는 인식이 아직 없었던 것으로 취급되고, 패소가 확정되어 증여의 유효성이 법적으로 확정된 순간부터 비로소 1년의 시효가 새로 흐르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이 법리는 실무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등기 말소소송에서 패소할 것이 걱정되어 유류분반환청구를 함께 제기하지 못했던 경우에도, 패소 확정 후 1년 이내라면 여전히 유류분 반환을 청구할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예외는 "증여 자체를 부인하며 다투던" 경우에 한정되므로, 처음부터 증여임을 알고도 다른 이유로 청구를 미룬 경우까지 확장되지는 않습니다.
10년 장기시효 — 몰랐어도 예외 없이 흐른다
10년 시효는 1년 시효와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유류분권리자가 상속 개시나 증여 사실을 전혀 몰랐더라도, 상속이 개시된 날(피상속인 사망일)로부터 10년이 지나면 반환청구권은 예외 없이 소멸합니다. 인식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소멸시효라기보다 제척기간에 가까운 절대적 기간으로 운용됩니다.
헌법재판소 2010. 12. 28. 선고 2009헌바20 결정은 이러한 단기 시효 규정이 유류분권리자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유류분 반환청구가 피상속인이 생전에 유효하게 마친 증여의 효력을 사후에 뒤흔드는 것이어서 권리관계의 조속한 안정과 거래 안전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같은 취지에서 10년의 장기 기간 역시 증여받은 사람의 법적 지위를 영구히 불안정한 상태로 둘 수 없다는 정책적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해외에 오래 거주하다 부모님의 사망 사실 자체를 10년 넘게 몰랐던 자녀가 있다면, 뒤늦게 사실을 알았다 해도 상속 개시일로부터 10년이 지난 시점이라면 반환청구는 불가능합니다. 이 경우 1년 시효는 아직 시작조차 되지 않았더라도 10년 시효가 먼저 완성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장기간 소식이 끊긴 가족관계일수록 상속 개시일 자체를 최우선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시효를 막는 방법 — 반환청구 의사표시와 시효 중단
시효가 임박했다고 해서 곧바로 소송부터 제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유류분반환청구권은 재판상 청구뿐 아니라 재판 외에서 상대방에게 하는 의사표시만으로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침해받은 증여나 유증 행위를 특정해 그에 대한 반환을 요구한다는 뜻을 명확히 전달하면 그것으로 충분하고, 이러한 의사표시가 도달한 시점에 시효 진행이 중단됩니다.
다만 구두나 문자메시지만으로 전달하면 나중에 "언제, 어떤 내용으로 청구했는지"를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내용증명우편으로 반환 대상 재산과 청구 취지를 특정해 발송해두는 방법을 많이 씁니다. 시효 완성이 임박했는데 협상이나 조정에 시간이 더 필요한 경우, 우선 내용증명으로 시효를 중단시켜 놓고 협의를 진행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재판상 청구 — 유류분반환청구 소송 제기로 확실하게 시효를 중단
내용증명 등 재판 외 의사표시 — 반환 대상을 특정해 발송, 이후 일정 기간 내 소송 등 후속 조치 필요
상대방의 승인 — 상대방이 반환 의무를 스스로 인정한 경우에도 중단 효과 인정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함정들
시효 계산에서 실수가 반복되는 유형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여러 형제 중 한 명만 반환청구 의사표시를 하거나 소송을 제기한 경우, 그 중단 효과는 원칙적으로 청구한 사람에게만 미칩니다. 다른 상속인의 시효는 별도로 계산되므로, 공동으로 청구할 계획이라면 각자의 시효 기산점과 완성일을 개별적으로 점검해야 합니다.
둘째, 증여받은 재산이 여러 건일 때는 각 증여 행위별로 "안 날"이 다르게 인정될 수 있습니다. 부동산 증여는 일찍 알았지만 예금 증여나 보험금 수익자 지정처럼 뒤늦게 드러나는 재산이 있다면, 그 재산에 대한 시효는 별도로 계산해야 합니다. 하나의 재산에 대해 시효가 지났다고 해서 다른 재산에 대한 청구권까지 함께 소멸하는 것은 아닙니다.
셋째, 시효가 이미 완성된 뒤라도 상대방이 임의로 반환에 합의하거나 일부를 이행하면, 그 이행은 유효합니다. 시효 완성의 이익은 당사자가 원용해야 효력이 있는 것이지, 완성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자동으로 권리가 소멸해 반환이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는 상대방의 임의 이행에 의존하는 것이므로, 애초에 시효 안에 청구권을 행사해두는 편이 훨씬 안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유류분반환청구 소송 중에 상대방이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면 어떻게 되나요?
A. 법원은 본안 심리에 앞서 시효 항변부터 판단합니다. 기산점을 언제로 볼 것인지, 청구인이 그 이전에 반환 대상임을 인식했는지가 쟁점이 되며, 인식 시점을 입증하는 자료(등기부, 문자메시지, 상속재산분할협의 경위 등)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제시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증여 사실은 알았지만 정확한 재산 가액을 몰랐다면 시효가 시작되지 않나요?
A. 재산의 정확한 가액까지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증여나 유증이 있었다는 사실과 그것이 자신의 유류분을 침해해 반환 대상이 된다는 점을 인식하면 시효는 진행됩니다. 가액 산정은 시효와 별개로 소송 과정에서 감정 등을 통해 확정하는 문제입니다.
Q. 형제 중 한 명만 먼저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면 다른 형제의 시효도 함께 중단되나요?
A. 원칙적으로 아닙니다. 소멸시효 중단 효과는 청구권을 행사한 사람에게만 미치므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다른 상속인의 시효는 별도로 계속 진행됩니다. 공동으로 권리를 지키려면 각자 별도로 의사표시를 해두어야 안전합니다.
Q. 상속 개시 후 10년이 지나면 어떤 사정이 있어도 청구가 불가능한가요?
A. 10년 기간은 인식 여부와 무관하게 적용되는 절대적 기간으로 운용되어, 예외를 인정받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해외 거주, 연락 두절 등 개인 사정이 있었더라도 상속 개시일로부터 10년이 지났다면 반환청구권 행사가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Q. 등기 무효를 다투는 소송에서 패소가 확정된 뒤에도 유류분 반환청구가 가능한가요?
A.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능합니다. 등기 무효를 다투는 동안에는 아직 "반환해야 할 증여"라는 인식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 패소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새로 1년의 단기 시효가 진행된다고 본 판례가 있습니다. 다만 확정 후 1년을 넘기지 않도록 신속히 청구해야 합니다.
Q. 시효가 지난 뒤 상대방이 스스로 재산을 나눠주겠다고 하면 받을 수 있나요?
A. 받을 수 있습니다. 시효 완성의 이익은 상대방이 스스로 주장해야 효력이 생기는 것이어서, 상대방이 임의로 반환을 이행하면 그 이행은 유효합니다. 다만 이는 상대방의 의사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므로 처음부터 시효 안에 권리를 행사해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맺음말
유류분 반환청구권은 1년과 10년, 두 개의 시효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흐른다는 점에서 다른 민사 채권과 다릅니다. 1년은 "증여가 반환 대상임을 안 날"이라는 주관적 인식을 기준으로, 10년은 상속 개시일이라는 객관적 사실을 기준으로 계산되며, 둘 중 어느 하나만 완성되어도 권리 자체가 사라집니다. 특히 관련 소송에서 패소가 확정된 뒤 기산점이 새로 시작될 수 있다는 최근 판례의 태도는, 시효가 지난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도 다시 검토해볼 여지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가족 간의 일이다 보니 시효 계산까지 냉정하게 따지기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시효는 감정이 아니라 날짜로 판단되는 문제입니다. 증여 사실을 알게 된 시점, 관련 소송의 경과, 상속 개시일을 먼저 정리한 뒤 구체적인 청구 전략을 세우는 것이 권리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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