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툼 중 상대가 다쳐 상해죄로 입건되면, 경찰은 흔히 양쪽을 함께 처리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상대가 먼저 일방적으로 달려들었고, 나는 그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막고 뿌리치기만 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그 행동이 적극적인 반격이 아니라 소극적 방어에 그쳤다면, 정당방위(형법 제21조)나 정당행위(형법 제20조)로 처벌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상대가 다쳤다는 결과만으로 곧바로 유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쌍방'으로 처리됐다고 해서 다 같은 잘못은 아닙니다
몸싸움 신고가 들어오면 수사기관은 일단 양측 모두를 폭행·상해로 입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는 붙잡혀서 뿌리쳤을 뿐인데 상대가 다쳤다는 이유로 가해자가 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법은 이런 상황을 그냥 넘기지 않습니다. 누가 먼저 부당하게 공격했는지, 상대의 대응이 막으려는 방어였는지 아니면 되받아친 공격이었는지를 따져, 방어에 그친 쪽은 무죄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최근 실제로 상해 부분에 무죄가 선고된 판결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볼 조문
형법 제257조 제1항(상해) — 사람의 신체를 상해하면 7년 이하 징역, 10년 이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
형법 제21조 제1항(정당방위) —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타인의 법익을 지키기 위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
형법 제20조(정당행위) —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
즉, 상대가 다치는 결과가 생겼더라도 그 행위가 정당방위나 정당행위로 인정되면 범죄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포인트 1 | 격투 중에도 '일방 공격 + 소극 방어'는 무죄가 될 수 있다
원칙적으로 서로 치고받는 싸움에서는 공격과 방어가 뒤섞여, 한쪽만 정당방위라고 잘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겉으로는 쌍방 싸움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한쪽이 일방적으로 부당하게 공격하고 상대는 그 공격에서 벗어나려 힘을 쓴 것이라면, 그것이 소극적 방어의 한도를 넘지 않는 한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행위로 보아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습니다(대법원 1999. 10. 12. 선고 99도3377 판결, 2003. 4. 11. 선고 2003도797 판결 등).
핵심은 '서로 싸웠느냐'가 아니라 '일방적 공격'과 '소극적 방어'가 구분되느냐입니다.
포인트 2 | 정당방위의 '방어'는 어디까지 인정되나
정당방위의 방어에는 단순히 막기만 하는 것뿐 아니라 되받아치는 반격 형태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다만 아무 반격이나 되는 것은 아니고,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법원은 그 상당성을, 침해되는 법익의 종류·정도, 침해의 방법과 급박함, 방어로 인해 침해될 법익 등 당시 상황 전체를 놓고 판단합니다(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0도6874 판결 등).
포인트 3 | 본능적·소극적 대응은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 행위'
형법 제20조가 말하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는, 사회윤리와 통념에 비추어 받아들일 수 있는 행위를 뜻합니다. ▲동기·목적이 정당하고 ▲수단이 상당하며 ▲지키려는 이익과 침해되는 이익이 균형을 이루고 ▲그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본능적이고 소극적인 방어라면, 이는 정당행위로서 처벌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2도11204 판결 등).
실제 판결은 이렇게 봤습니다
주차장 입구에서 두 사람이 몸싸움을 벌였고, 그 와중에 한쪽(피고인)의 머리가 상대의 입술에 부딪쳐 상대에게 2주가량의 상처가 생겼습니다. 검사는 피고인이 머리로 상대를 들이받았다며 상해죄로 기소했습니다.
법원은 CCTV 등을 통해 입술이 피고인의 머리에 부딪친 사실 자체는 인정했지만, ▲CCTV상 상대가 먼저 쫓아와 멱살을 잡는 등 싸움을 시작한 점, ▲피고인은 공격 의도 없이 붙잡는 상대를 떼어내려는 소극적 모습만 보인 점, ▲그 과정에서 머리가 우연히 입술에 닿은 것으로 보이는 점, ▲오히려 상대가 곧바로 피고인을 넘어뜨리고 심하게 폭행을 이어간 점 등을 종합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피고인의 행동은 일방적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소극적 저항에 불과하다며, 정당방위 내지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되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억울하게 입건됐을 때 챙겨야 할 것들
첫째, 시작 지점을 증거로 확보합니다. 누가 먼저 부당하게 손을 댔는지 CCTV·블랙박스·목격자 진술을 최대한 빨리 모읍니다.
둘째, '막았을 뿐'임을 구체화합니다. 붙잡힌 팔을 빼거나 피하려 한 동작 등 방어의 소극성을 시간 순서로 정리합니다.
셋째, 공격 의도가 없었음을 설명합니다. 접촉이 우연이었고 상대를 해치려는 의사가 없었음을 뒷받침합니다.
넷째, 상대의 이후 행동과 대비합니다. 상대가 방어를 넘어 적극적 폭력을 이어갔다면, 내 행동의 소극성이 더욱 뚜렷해집니다.
다섯째, 처음부터 일관되게 진술합니다. 수사 초기 진술이 오락가락하면 정당방위 주장의 신빙성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경우엔 정당방위가 부정됩니다
상대의 공격이 끝난 뒤 분풀이로 다시 때린 경우
막는 수준을 넘어 적극적으로 반격·응징한 경우
애초에 서로 도발하며 대등하게 치고받은 경우
실제 위 사건에서도, 먼저 공격한 상대방은 넘어진 사람을 계속 밟는 등 과도한 폭력을 행사해 특수상해·폭행으로 실형(징역 1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같은 현장이라도 일방적 공격을 한 사람과 소극적으로 방어한 사람의 결론은 정반대가 됩니다. 그만큼 '누가 먼저, 어느 선까지'가 결정적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서로 몸싸움을 했으면 무조건 쌍방폭행인가요? 아닙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공격하고 상대가 소극적으로 방어한 것이라면, 방어한 쪽은 정당방위·정당행위로 무죄가 될 수 있습니다.
Q. 상대가 다쳤는데도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상해 결과가 있어도 정당방위·정당행위가 인정되면 위법성이 조각되어 처벌되지 않습니다.
Q. 뿌리치다가 상대가 다친 것도 상해죄인가요? 공격 의도 없이 벗어나려는 과정에서 우연히 상처가 생긴 것이라면, 소극적 방어로 평가되어 무죄가 될 수 있습니다.
Q. 정당방위로 인정받으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요? 누가 먼저 부당하게 공격했는지, 대응이 소극적 한도를 지켰는지를 보여 주는 객관적 증거(CCTV 등)입니다.
Q. 반격을 하면 무조건 정당방위가 안 되나요? 반격도 정당방위가 될 수 있지만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며, 방어를 넘어선 과도한 공격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마무리
싸움에 휘말려 상해로 입건됐더라도, 상대가 먼저 일방적으로 공격했고 자신은 그 공격에서 벗어나려 소극적으로 방어한 것에 불과하다면, 정당방위·정당행위로 처벌을 면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방어를 넘어선 적극적 반격·보복은 정당방위가 부정될 수 있습니다.
결국 승패는 '누가 먼저 시작했고, 어디까지 대응했는가'에서 갈립니다. 쌍방폭행·상해로 억울하게 입건됐다면, CCTV 등 객관적 증거를 신속히 확보하고 초기부터 변호사와 함께 정당방위 논리를 체계적으로 세우는 것이 안전합니다.
본 가이드는 실제 선고된 하급심 판결과 관련 법령에 기초한 일반적 법률정보로, 등장인물은 익명 처리하였으며 구체적 사건의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개별 사안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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