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사건의 피해자로 재판을 지켜보던 중, 어느 날 법원에서 '피고인이 공탁을 했다'는 통지를 받고 당황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합의한 적도, 돈을 원한 적도 없는데 가해자가 일방적으로 돈을 맡겼고, 그 사실이 그대로 재판부에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형사공탁은 정말 감형으로 이어질까요? 피해자는 이를 막기 위해 무엇을, 언제 해야 할까요? 이 글에서는 형사공탁 특례의 구조와 2025년에 바뀐 제도, 그리고 감형을 막는 구체적 대응법을 피해자 관점에서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형사공탁이란 — 피해자 동의 없이도 가능해진 배경
형사공탁은 형사사건의 피고인이 피해 회복을 위해 합의금 상당액을 법원에 맡겨 두는 절차입니다. 과거에는 피해자의 이름과 주소 등 인적사항을 알아야만 공탁이 가능해, 피해자가 신원 공개를 꺼리는 성범죄 사건에서는 사실상 공탁 자체가 막혀 있었습니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공탁법 제5조의2(형사공탁의 특례)가 신설되어 2022년 12월 9일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특례의 핵심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몰라도, 해당 형사사건이 계속 중인 법원 소재지의 공탁소에 사건번호를 특정하여 변제공탁을 할 수 있게 한 점입니다. 즉 피해자가 신원을 밝히지 않아도, 나아가 공탁에 동의하지 않아도 가해자 측이 일방적으로 돈을 맡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제도의 본래 취지는 신원 노출 없이도 피해 회복의 길을 열어 두자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제도가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작동한다는 데 있습니다. 예컨대 강제추행으로 고소한 피해자가 가해자와의 어떤 접촉도 원치 않는데, 어느 날 법원에서 "피고인이 500만 원을 공탁했다"는 통지가 날아드는 식입니다. 돈을 원한 적이 없는데도 공탁이 성립하고, 그 사실이 재판부에 곧바로 전달된다는 점에서 피해자로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형사공탁 특례(공탁법 제5조의2, 2022.12.9 시행)는 피해자의 동의 없이도 가해자가 일방적으로 공탁할 수 있게 한 제도입니다. 따라서 공탁을 막을 수는 없고, "공탁이 감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응하는 것이 피해자 전략의 핵심입니다.
왜 피해자에게 불리한가 — 기습공탁과 먹튀공탁
형사공탁 특례가 시행된 뒤 가장 많이 지적된 부작용이 이른바 기습공탁입니다. 가해자 측이 변론이 사실상 끝난 뒤, 선고기일을 코앞에 두고 공탁을 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되면 피해자는 반박 의견을 낼 시간이 없고,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했다"는 사정을 마지막에 참작하게 됩니다. 피해자의 재판절차 진술권과 알 권리가 형해화된다는 비판이 여기서 나옵니다.
또 하나의 문제가 이른바 먹튀공탁입니다. 종전에는 가해자가 공탁으로 감형을 받은 뒤, 피해자가 돈을 찾아가기 전에 공탁금을 슬그머니 회수해 가는 일이 가능했습니다. 감형은 감형대로 받고 돈은 돌려받는 구조여서, 피해자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결과가 되곤 했습니다. 이 두 가지가 형사공탁 특례의 대표적 악용 사례로 꼽혀 왔습니다.
피해자 입장에서 반드시 이해해야 할 지점은, 공탁은 합의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합의는 피해자가 용서의 의사를 표시하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담지만, 일방적 공탁에는 피해자의 의사가 전혀 담겨 있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실무에서는 상당수 재판부가 공탁 사실만으로 어느 정도 유리하게 참작해 온 것이 현실이어서, 피해자가 아무 대응도 하지 않으면 "사실상의 합의"처럼 취급될 위험이 있습니다.
공탁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나 — 감시와 열람
가해자가 공탁을 하면 법원(공탁소)은 피해자에게 공탁 사실을 통지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다만 피해자가 연락처를 밝히지 않았거나 주소가 바뀐 경우 통지가 제때 닿지 않을 수 있으므로, 재판이 진행 중이라면 스스로 공탁 여부를 확인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특히 선고를 앞둔 시점에 기습공탁이 들어올 수 있어, 변론종결 이후에도 긴장을 놓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피해자가 취할 수 있는 확인·대응 수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공탁 통지서 확인 — 법원에서 오는 공탁 통지에는 공탁 금액과 사건번호가 적혀 있어, 언제 얼마가 공탁됐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사건기록 열람·복사 — 피해자는 소송기록 열람·등사를 신청해 공탁서와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 국선변호사·피해자변호사 선임 — 성범죄 피해자는 국선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고, 변호사가 공탁·양형 자료를 대신 모니터링해 줍니다.
재판부에 의견서 제출 — 공탁을 확인했다면 지체 없이 수령 거부와 엄벌 탄원의 의사를 서면으로 밝혀 둡니다.
확인이 늦어질수록 대응 시점도 밀립니다. 특히 선고 직전이라면 하루 이틀 차이로 의견서 제출이 반영되지 못할 수 있으므로, 담당 검사나 피해자변호사와 연락 체계를 미리 만들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감형을 막는 핵심 — 수령 거부와 처벌 의사 명확히
형사공탁이 양형에서 유리하게 작용하는 이유는, 재판부가 그것을 "상당한 피해 회복" 또는 "피해자의 용서에 준하는 사정"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꿔 말하면, 피해자가 공탁금을 받지 않겠다는 뜻과 여전히 엄벌을 원한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 그 전제가 무너집니다. 실제 하급심 판결례 중에는, 피해자나 그 가족이 공탁금 수령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밝히고 거듭 엄벌을 탄원하며 공탁금을 수령하지 않은 사정을 들어, 해당 공탁을 "피해자의 용서"나 "상당한 피해 회복"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
피해자가 재판부에 전달할 의견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수령 거부 의사 — 공탁금을 수령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점을 명시합니다.
처벌불원 의사 없음 — 합의한 사실이 없고, 여전히 피고인의 엄벌을 원한다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피해의 지속 — 사건 이후 겪고 있는 정신적 피해와 일상의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적습니다.
공탁의 성격 — 이 공탁이 피해자와 어떤 협의도 없이 이루어진 일방적 조치임을 지적합니다.
이렇게 의사를 명확히 밝혀 두면, 재판부가 공탁을 "피해 회복"으로 평가하기 어려워집니다. 최근 대법원 양형연구회 등에서도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거부한 공탁은 양형에 참작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어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어, 피해자의 반대 의사 표시는 갈수록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핵심은 "돈을 받지 않겠다 + 여전히 엄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서면으로 남기는 것입니다. 공탁은 피해자의 침묵을 합의처럼 해석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피해자의 명시적 반대야말로 감형을 막는 가장 강력한 자료입니다.
2025년 바뀐 제도 — 선고 전 의견 청취와 회수 제한
기습공탁·먹튀공탁의 폐해가 누적되자, 관련 법령이 개정되어 2025년 1월 17일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의 개정으로, 피해자가 반드시 알아 두어야 할 두 가지 축이 있습니다.
선고 전 피해자 의견 청취 의무화 — 피고인이 피해 회복을 위해 공탁한 경우, 법원은 판결을 선고하기 전에 피해자(또는 법정대리인 등)의 의견을 듣도록 형사소송법이 개정되었습니다. 다만 의견을 청취하기 곤란한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예외가 인정됩니다.
공탁금 회수의 원칙적 제한 — 공탁법이 개정되어, 형사공탁금은 원칙적으로 회수할 수 없습니다. 피공탁자(피해자)가 회수에 동의하거나 확정적으로 수령을 거절한 경우, 또는 무죄판결이나 불기소 결정(기소유예 제외)이 있는 경우 등에만 예외적으로 회수가 허용됩니다.
이 개정으로 "감형만 받고 돈은 빼가는" 먹튀공탁의 통로가 상당 부분 막혔고, 재판부가 선고 전에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도록 제도화됐습니다. 다만 의견 청취에는 예외가 있고, 개정이 곧바로 "공탁하면 무조건 참작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므로, 피해자가 스스로 반대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히는 노력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공탁금을 받으면 불리해질까 — 수령과 처벌 의사
피해자들이 가장 많이 고민하는 지점이 "공탁금을 받으면 합의한 것으로 취급돼 오히려 감형에 도움을 주는 것 아니냐"는 걱정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공탁금 수령이 곧 처벌불원(합의)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돈을 받더라도 "이 돈은 피해에 대한 최소한의 배상으로 받는 것일 뿐,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는 의사에는 변함이 없다"는 뜻을 함께 밝히면 됩니다.
실제로는 피해자마다 사정이 다릅니다. 치료비나 생계가 급해 공탁금 수령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어떤 돈도 받고 싶지 않아 끝까지 거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쪽을 택하든 수령 여부와 처벌 의사는 별개라는 점을 재판부에 분명히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아무 설명 없이 조용히 수령만 하면, 상대방이 이를 "사실상 합의"로 주장할 여지를 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반대로, 수령을 거부하기로 했다면 그 거부 의사 역시 서면으로 남겨 두는 편이 좋습니다. 앞서 본 것처럼 2025년 개정법상 회수 제한의 예외 사유에 "피공탁자의 확정적 수령 거절"이 포함되어 있어, 거부 의사를 어떻게 표시하느냐가 이후 절차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수령과 거부 어느 쪽이든, 그 의미를 스스로 규정해 남겨 두는 것이 피해자에게 유리합니다.
실무 유의점 — 언제, 어떻게 움직여야 하나
형사공탁 대응은 결국 시점 싸움인 경우가 많습니다. 공탁은 대개 재판 후반부에 이루어지므로, 피해자는 재판 초기부터 의견 진술과 엄벌 탄원의 뜻을 미리 밝혀 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나중에 기습공탁이 들어와도, 재판부가 이미 피해자의 반대 의사를 인지한 상태에서 공탁을 평가하게 됩니다.
실무적으로 다음을 챙기면 대응이 한결 수월해집니다.
피해자변호사·국선변호사 조력 — 성범죄 피해자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공탁 감시와 의견서 제출을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담당 검사와의 소통 — 검사에게 처벌 의사와 공탁 반대 입장을 전달해 두면, 구형과 항소 단계에서도 반영될 수 있습니다.
의견서·탄원서의 구체성 — 추상적 감정 호소보다, 피해 사실과 공탁에 반대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적을수록 설득력이 큽니다.
선고 직전까지 모니터링 — 변론종결 후에도 공탁 여부를 확인하고, 확인 즉시 반박 의견서를 제출합니다.
정리하면, 형사공탁 자체를 막을 수는 없어도 그것이 감형으로 직결되는 것을 막을 수단은 분명히 있습니다. 수령 거부와 엄벌 의사를 명확히 남기고, 선고 전 의견 청취 제도를 적극 활용하며, 공탁금 수령 여부의 의미를 스스로 규정하는 것이 피해자가 취할 수 있는 실질적 대응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가해자가 형사공탁을 하면 무조건 감형되나요?
A. 아닙니다. 공탁은 합의가 아니라 일방적 조치이므로, 그 자체가 자동 감형 사유는 아닙니다. 다만 실무에서 상당수 재판부가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으로 참작해 온 것이 현실이어서, 피해자가 아무 대응을 하지 않으면 유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습니다. 수령 거부와 엄벌 의사를 명확히 밝히면 참작 여지가 크게 줄어듭니다.
Q. 공탁 사실을 몰랐는데 이미 선고가 됐다면 어떻게 하나요?
A. 1심에서 반영됐더라도 검사가 항소하거나 피해자가 검사에게 항소를 요청할 수 있고, 항소심에서 공탁에 대한 반대 의견과 엄벌 탄원을 새로 제출할 수 있습니다. 선고 전 의견 청취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그 점도 항소심에서 지적할 수 있습니다. 확인이 늦었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후속 절차에서 의사를 밝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Q. 공탁금을 받으면 합의한 것이 되어 처벌을 못 하게 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공탁금 수령과 처벌 의사는 별개입니다. "이 돈은 배상으로 받되,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는 뜻에는 변함이 없다"는 의사를 함께 밝히면 처벌을 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아무 설명 없이 수령만 하면 상대방이 사실상 합의로 주장할 수 있으므로, 수령의 의미를 서면으로 남겨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Q. 2025년에 바뀐 형사공탁 제도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A. 2025년 1월 17일 시행 개정으로 두 가지가 강화됐습니다. 첫째, 피고인이 공탁한 경우 법원이 선고 전에 피해자의 의견을 듣도록 형사소송법이 개정됐습니다(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예외). 둘째, 형사공탁금의 회수가 원칙적으로 제한되어, 감형만 받고 돈을 빼가는 이른바 먹튀공탁이 상당 부분 차단됐습니다.
Q. 피해자도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나요?
A. 네. 성범죄 등 일정한 사건의 피해자는 피해자 국선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고, 사선으로 피해자변호사를 선임할 수도 있습니다. 변호사가 공탁 여부를 감시하고 의견서·탄원서를 대신 제출해 주면, 기습공탁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Q. 공탁을 아예 못 하게 막을 방법은 없나요?
A. 형사공탁 특례는 피해자의 동의를 요건으로 하지 않으므로, 공탁 자체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대응의 초점은 "공탁을 막는 것"이 아니라 "공탁이 감형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것"에 있습니다. 수령 거부와 엄벌 의사를 분명히 남기고 재판부에 전달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맺음말
형사공탁 특례는 피해자의 신원을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출발했지만,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가해자가 일방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피해자에게는 부담이 되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공탁이 곧 합의는 아니며, 피해자가 수령 거부와 엄벌의 뜻을 명확히 밝히면 재판부가 이를 "피해 회복"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워집니다. 2025년 1월 시행 개정으로 선고 전 의견 청취와 회수 제한이 도입된 것도 피해자에게 유리한 변화입니다.
중요한 것은 시점과 기록입니다. 재판 초기부터 처벌 의사를 밝혀 두고, 선고 직전까지 공탁 여부를 확인하며, 확인 즉시 반대 의견서를 제출하는 것이 감형을 막는 실질적인 방법입니다. 공탁금을 받든 거부하든 그 의미를 스스로 규정해 서면으로 남겨 두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형사공탁 대응은 사건의 죄명과 진행 단계, 피해자의 사정에 따라 전략이 달라집니다. 수원·경기남부 지역에서 형사공탁 통지를 받고 대응 방향을 고민하고 계신다면, 혼자 판단하기보다 피해자 조력 경험이 있는 변호사와 상의해 의견서 제출 시점과 내용을 함께 설계하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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