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등이용촬영죄, 신체 부위에 따른 성립 기준
카메라등이용촬영죄, 신체 부위에 따른 성립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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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등이용촬영죄, 신체 부위에 따른 성립 기준 

박상석 변호사

카메라등이용촬영죄 사건에서 피의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직접적인 신체 부위를 찍은 것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치마 속을 촬영한 것도 아니고, 노출이 심한 장면도 아니며, 길거리에서 우연히 찍힌 사진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 죄에서 문제 되는 사진은 생각보다 넓다. 법은 특정 부위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는지만 보지 않는다. 촬영된 장면이 피해자의 성적 자유와 함부로 촬영당하지 않을 자유를 침해했는지를 함께 본다.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카메라나 그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경우 성립한다. 여기서 핵심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인지 여부다. 같은 다리, 같은 뒷모습, 같은 옷차림이라도 어떤 각도에서, 얼마나 가까이, 어떤 의도로 촬영했는지에 따라 결론은 달라질 수 있다.

◆ 신체 부위만으로 유무죄가 갈리지는 않는다

카촬죄에서 가장 위험한 착각은 특정 신체 부위가 아니니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속옷, 둔부, 가슴, 허벅지 안쪽처럼 성적 의미가 강하게 드러나는 부위가 촬영됐다면 불리하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부위만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판례는 촬영된 부위의 명칭만으로 기계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피해자와 같은 성별·연령대의 평균적 사람 입장에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지를 본다.

예를 들어 길거리에서 다리 전체를 촬영한 사진이라도 일반적인 풍경 사진인지, 특정 여성의 하체를 따라가며 확대 촬영한 것인지에 따라 다르다. 뒷모습 사진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사람이 배경에 들어간 것인지, 특정인의 엉덩이나 다리 라인을 부각해 촬영한 것인지가 중요하다.

◆ 각도와 거리는 성적 의도를 보여주는 핵심 자료

카메라등이용촬영죄 사건에서 수사기관이 자주 보는 것은 촬영 각도와 거리다. 아래에서 위로 찍었는지, 피해자의 신체 일부를 확대했는지, 일정 거리를 두고 몰래 따라가며 촬영했는지, 셔터를 여러 번 눌렀는지가 중요하다. 특히 계단, 에스컬레이터, 지하철, 버스, 카페, 학교, 직장처럼 일상 공간에서 촬영된 경우에도 각도가 비정상적이면 사건은 무거워진다.

피의자는 우연히 찍혔다고 주장할 수 있다. 실제로 우연히 촬영된 사진과 의도적 촬영은 구분되어야 한다. 하지만 사진 여러 장이 비슷한 각도와 구도로 반복되어 있거나, 특정인의 신체 부위만 화면 중앙에 배치되어 있거나, 줌 기능을 사용한 흔적이 있다면 우연이라는 주장은 힘을 잃는다.

◆ 옷차림과 장소도 판단 요소가 된다

성적 수치심 유발 여부는 피해자의 옷차림과 촬영 장소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수영장, 해변, 헬스장처럼 노출이 어느 정도 예상되는 공간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촬영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피해자가 특정 신체 부위를 촬영당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몰래 촬영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반대로 공개된 장소에서 전신이 멀리 찍힌 사진이라면 카촬죄 성립이 다투어질 여지도 있다. 그러나 공개된 장소라는 이유만으로 안전한 것은 아니다. 길거리나 지하철도 피해자에게는 일상 공간이지 촬영 허락 공간이 아니다. 공개 장소인지보다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특정 신체가 성적 대상으로 부각되었는지다.

옷차림도 마찬가지다. 짧은 치마나 레깅스, 운동복을 입었다는 사정이 곧바로 촬영 허락을 의미하지 않는다. 법원이 보는 것은 피해자가 어떤 옷을 입었는지가 아니라, 피의자가 그 옷차림을 어떤 방식으로 촬영했는지다. 옷이 문제가 아니라 카메라의 시선이 문제다.

◆ 원판 이미지와 저장 형태가 사건의 방향을 바꾼다

카촬죄 사건에서는 원판 이미지가 중요하다. 피해자 측이 본 캡처본과 실제 휴대전화에 저장된 원본은 다를 수 있다. 원본에는 촬영 시간, 위치 정보, 연속 촬영 여부, 확대 여부, 앨범 저장 경로, 삭제 시도 흔적이 남을 수 있다. 수사기관은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이런 정보를 확인한다.

특히 비슷한 사진이 여러 장 저장되어 있거나, 특정 신체 부위 사진이 반복적으로 발견되거나, 별도 폴더에 보관되어 있었다면 고의와 성적 목적을 의심받을 수 있다. 반대로 실제로는 풍경이나 단체 사진 중 일부에 우연히 포함된 경우라면 원판 이미지가 방어자료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이 사건에서는 사진을 임의로 삭제하거나 휴대전화를 초기화하는 행동이 매우 위험하다. 증거인멸 정황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 촬영인지도 함께 본다

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한 촬영이어야 한다. 명시적 동의가 있었는지, 촬영 사실을 알았는지, 촬영 범위를 허락했는지가 쟁점이 된다. 예를 들어 함께 사진을 찍기로 한 경우라도, 허락한 범위를 벗어나 특정 신체 부위를 몰래 촬영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동의는 포괄적인 것이 아니다. 사진 한 장을 찍어도 된다는 말이 모든 각도와 모든 신체 부위 촬영을 허락했다는 뜻은 아니다. 연인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촬영 당시 동의가 있었는지, 저장이나 공유에 대한 동의가 있었는지, 이후 삭제 요청이 있었는지까지 별도로 봐야 한다.

특히 촬영 당시 동의가 있었더라도 사후에 의사에 반해 유포하면 별도 범죄가 될 수 있다. 카촬죄 사건은 촬영, 보관, 전송, 게시가 각각 문제 될 수 있다. 한 번 찍은 사진이라고 해서 이후 사용까지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 카촬죄는 사진의 내용보다 촬영의 맥락이 중요

카메라등이용촬영죄에서 어떤 사진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지는 한 문장으로 정리하기 어렵다. 노출이 심하면 무조건 유죄, 노출이 적으면 무조건 무죄라는 식으로 판단되지 않는다. 촬영 부위, 각도, 거리, 장소, 피해자의 옷차림, 촬영 경위, 반복성, 원판 이미지, 피해자 의사를 종합해서 본다.

피의자 입장에서는 단순한 사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그 사진이 왜 찍혔는지, 어떤 방식으로 저장되었는지, 비슷한 사진이 반복되는지, 피해자가 어떤 상황에서 촬영당했는지를 본다. 반대로 억울한 사건이라면 우연히 촬영된 정황, 일반적인 촬영 목적, 원판 이미지의 전체 구도, 반복성 부재를 자료로 설명해야 한다.

카촬죄 사건의 핵심은 사진 한 장이 아니다. 그 사진을 둘러싼 시선과 맥락이다. 같은 사진처럼 보여도 어떤 사람에게는 단순 배경이고, 어떤 사건에서는 성적 대상화의 증거가 된다. 그래서 이 사건은 감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 촬영물 자체와 포렌식 자료, 촬영 전후 상황을 정확히 나누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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