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결정, 회사가 역으로 당하는 출발점입니다
직원 간 폭력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가해 직원은 곧바로 사과했고 서약서까지 작성했습니다. 그런데 피해 직원은 진단서를 제출하며 인사과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인사담당자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생각이 있습니다. "사과도 받았으니 이번엔 가볍게 마무리하자."
그 결정이 부당해고 분쟁의 출발점이 됩니다. 징계가 가벼우면 피해 직원 측에서, 무거우면 가해 직원 측에서 문제를 제기합니다. 두 방향 모두 회사가 역으로 당하는 구조입니다. 사과를 받았다는 사실이 회사를 보호해주지 않는 이유, 지금부터 정리합니다.
징계사유 있다고 수위까지 마음대로? 법원은 다르게 봅니다
대법원은 명확하게 선을 긋습니다. 징계사유가 있어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떤 처분을 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회사에 유리합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문장이 함정입니다. 그 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위법합니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두26750 판결).
폭력 사유가 명백하다는 사실과, 수위가 적정하다는 사실은 별개입니다. 사유가 존재하더라도 행위의 정도에 비해 징계가 과도하거나 지나치게 가벼우면 다툼의 대상이 됩니다. 법원이 보는 양정 판단 요소는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행위의 태양·위험성·상해 정도), 고의성(계획적인지 우발적인지), 징계로 달성하려는 목적, 취업규칙상 징계양정기준, 평소 소행·근무성적·공적, 뉘우치는 정도, 기존 징계 이력입니다. 사과와 서약은 뉘우치는 정도를 보여주는 자료로 참고될 수 있을 뿐, 감경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진단서가 제출된 사정은 비위의 정도를 가중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합의했으면 끝? 폭행과 상해, 회사가 반드시 구분해야 하는 이유
형사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안심하는 순간, 다음 함정이 기다립니다. 진단서가 제출된 사안에서는 폭행죄와 상해죄의 구분이 결정적입니다.
폭행죄(형법 제260조 제1항)는 반의사불벌죄입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상해죄(형법 제257조 제1항)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닙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기소가 가능합니다. 진단서상 상해가 인정되는 순간, 합의만으로 형사 문제가 해결된다는 전제 자체가 무너집니다.
형사 합의 역시 징계 양정에서 뉘우치는 정도를 보여주는 자료로 참고될 수 있을 뿐, 반드시 감경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형사와 징계는 별개 트랙입니다. 회사가 이 둘을 연결해 판단하는 순간 오류가 시작됩니다.
또한 직원 간 폭력 사건은 사안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에 따라 객관적 조사(제2항), 피해근로자 보호 조치(제3항·제4항), 행위자에 대한 조치(제5항) 의무가 별도로 발생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됩니다.
징계위 전에 이것 하나라도 빠지면 절차 전체가 흔들립니다
양정기준 확인: 취업규칙·징계양정기준에서 폭행·폭언에 대한 처분 범위를 먼저 확인합니다. 기준 없이 정한 수위는 다툼의 첫 번째 표적이 됩니다.
소명 기회 부여: 가해 직원에게 발생 경위와 사후 조치를 소명할 기회를 정식으로 제공해야 합니다. 방어권이 침해된 절차는 그 자체로 하자가 됩니다.
서면 통지 의무: 해고를 포함한 처분 시 근로기준법 제27조 제2항에 따라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합니다. 서면 통지 없는 해고는 그 자체로 효력이 없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의무 병행: 사안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고, 해당 시 조사·보호·조치 의무를 징계 절차와 함께 이행합니다.
서면 기록 보전: 신고 접수 일시, 면담 내용, 서약서, 조치 결과를 빠짐없이 문서로 남깁니다. 구두로만 처리된 절차는 이후 분쟁에서 회사를 보호하지 못합니다.
수위 정하기 전이 가장 중요한 시점입니다
폭력 사건에서 회사가 책임을 지게 되는 지점은 "징계를 했는가"가 아닙니다. "수위가 적정했는가", 그리고 "절차에 하자가 없었는가"입니다. 사유가 명백할수록 수위 판단에 방심하기 쉽고, 바로 그 구간에서 부당해고·징계무효 분쟁이 시작됩니다.
수위를 확정하기 전, 양정의 적정성과 절차의 적법성을 함께 점검받으시면 처분 이후 뒤집히는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습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