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코인) 투자 사기를 당하셨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걱정은 "이미 다른 지갑으로 옮겨진 코인을 과연 따라갈 수 있는가"라는 점일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블록체인의 거래 기록은 공개된 장부에 영구히 남기 때문에 자금의 흐름을 기술적으로 추적하는 일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다만 추적과 회수는 별개의 문제이며, 어느 단계에서 법적 수단을 결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실무의 흐름을 차분히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온체인 추적의 원리와 한계]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대부분의 가상자산은 모든 전송 내역이 블록체인이라는 공개 장부에 기록됩니다. 따라서 피해 자금이 어떤 지갑 주소로, 언제, 얼마가 이동했는지를 거래 해시(Transaction Hash)를 기점으로 따라갈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자금이 여러 지갑으로 분산되더라도 흐름을 시각화하여 최종적으로 거래소 입금 주소에 도달하는 지점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다만 믹서(mixer)나 탈중앙화 거래소를 거치면 추적 난도가 높아지므로, 자금이 흩어지기 전에 신속히 대응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트래블룰과 거래소 동결 요청]
추적의 핵심은 가명(假名)인 지갑 주소를 실명 정보와 연결하는 단계입니다.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정금융정보법) 제5조의3은 가상자산사업자가 일정 금액 이상의 가상자산을 다른 사업자에게 이전하는 경우 송수신인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이른바 트래블룰을 규정하고 있습니다(구체적 기준 금액 등은 대통령령에서 정합니다). 피해 자금이 국내 가상자산사업자(거래소)로 유입된 경우, 수사기관의 영장이나 사실조회를 통해 해당 계정의 신원과 출금 정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거래소에 신속히 피해 사실을 소명하면 내부 정책에 따라 관련 계정의 거래가 제한되거나 출금이 보류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동결 여부와 범위는 거래소의 약관과 법적 요건에 따라 달라지므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범죄수익 환수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추적으로 자금의 소재가 확인되면 회수 절차로 이어집니다.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8조는 범죄수익에 대한 몰수를, 제10조는 몰수가 어려운 경우의 가액 추징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기 등으로 취득한 가상자산은 범죄수익에 해당할 수 있어 형사절차에서 보전·환수가 검토될 수 있으나, 피해자에게 귀속될 재산의 범위 등은 사안마다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편 2024년 7월 19일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이용자 자산의 분리 보관과 시세조종·부정거래 등 불공정거래 규제를 정하고 있어, 거래소를 매개로 한 사안에서 피해 구제 논거를 보강하는 데 참고가 됩니다. 형사 고소와 별도로 민사상 가압류 등 보전처분을 병행해 두면 환수 가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기술과 법률을 함께 보아야 하는 이유]
온체인 추적 보고서만으로는 자금을 되찾을 수 없고, 그 결과를 어떤 법적 절차에 어떤 증거로 연결하느냐가 실질적인 회수를 좌우합니다. 거래 해시와 지갑 흐름이라는 기술적 사실을, 수사기관의 협조 및 보전처분이라는 법적 절차로 정확히 전환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블록체인 구조에 대한 이해와 형사·민사 절차에 대한 검토를 함께 진행하실 때 비로소 추적이 회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열립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신중히 말씀드립니다. 위 내용은 일반적인 제도 안내이며, 개별 사안은 자금의 이동 경로, 거래소의 소재지, 증거의 확보 정도 등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적용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가의 개별적인 검토를 받아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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