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기름 제조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압수수색을 당했어요."
참기름과 들기름은 우리 식탁에서 자주 사용되는 기본 식재료입니다. 음식점, 반찬가게, 떡집, 전통시장, 온라인 판매업체, 즉석판매제조가공업소 등에서 흔히 취급되기 때문에 사업자 입장에서는 익숙한 품목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익숙하다고 해서 법적 위험이 가벼운 것은 아닙니다. 특히 참기름과 들기름은 원재료인 참깨와 들깨의 원산지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고, 소비자 신뢰와 직결되는 품목입니다. 그래서 단속기관에서도 원산지 표시 여부와 표시의 정확성을 중요하게 살펴봅니다.
참기름·들기름은 ‘식용유지류’에 포함되는 원산지 표시대상 가공품입니다. 즉, 단순히 제품명에 ‘참기름’, ‘들기름’이라고 적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원료의 원산지 표시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중국산 참깨로 제조한 참기름을 국내산으로 표시하거나, 수입산 들깨를 사용했음에도 마치 국내산 들기름처럼 홍보했다면 원산지 거짓표시 또는 혼동 우려 표시로 문제될 수 있습니다.
원산지 표시 위반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원산지를 아예 표시하지 않거나 표시방법을 위반한 경우입니다. 이 경우에는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하거나 소비자가 원산지를 혼동할 수 있도록 표시한 경우입니다. 이 경우에는 훨씬 무겁습니다. 원산지 거짓표시·위장표시 등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 경우에 따라 징역과 벌금이 함께 문제될 수 있습니다.
1년 5개월 동안 중국·인도산 참깨로 만든 참기름 24t(19억 원 상당)을 국내산으로 속여 TV 홈쇼핑과 온라인쇼핑몰 등에 납품한 혐의를 받았던 업자가 구속 수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실제 사건에서 사업자들이 ‘일부러 속인 것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거래처에서 받은 원재료를 그대로 사용했을 뿐이라거나, 직원이 예전 표시판을 바꾸지 않았다는 경우도 있습니다.
온라인 상세페이지에는 ‘국내산’이라고 올라가 있는데 실제 포장재에는 ‘수입산’으로 되어 있는 경우, 매장 메뉴판과 제품 라벨의 표시가 서로 다른 경우, 국산과 수입산 원료를 시기별로 번갈아 사용하면서 표시를 제때 수정하지 않은 경우도 자주 발생합니다.
그러나 단속기관은 단순한 주장만으로 고의가 없었다고 보지 않습니다. 매입자료, 거래명세서, 원료 수불부, 제조일지, 포장재 제작 내역, 온라인 판매 페이지 수정 이력, 납품처와의 대화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합니다.
특히 원산지를 표시해야 하는 자는 원산지 등이 기재된 영수증이나 거래명세서 등을 일정 기간 비치·보관해야 하므로, 평소 자료 관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방어가 매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참기름·들기름 사건에서 자주 문제가 되는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수입산 참깨로 짠 참기름을 ‘국산 참기름’으로 홍보한 경우, 국산 들깨와 수입산 들깨를 혼합했는데 ‘국내산’으로만 표시한 경우, 원료 원산지는 바뀌었는데 기존 포장지나 스티커를 계속 사용한 경우, 온라인 쇼핑몰 상세페이지와 실제 제품 라벨의 원산지 표시가 다른 경우, ‘전통방식’, ‘국내 제조’, ‘국내 착유’라는 표현으로 소비자가 원재료까지 국내산으로 오인하게 만든 경우 등입니다.
특히 ‘국내 제조’와 ‘국내산 원료’는 다릅니다. 외국산 참깨나 들깨를 국내에서 착유했다고 하여 곧바로 국산 참기름·국산 들기름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소비자가 중요하게 보는 것은 대개 원료의 원산지입니다. 따라서 ‘국내에서 짠 기름’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에도, 실제 원료가 수입산이라면 그 부분이 소비자에게 오해를 일으키지 않도록 표시해야 합니다.
원산지 표시 위반은 단속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거짓표시로 판단되면 형사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일정한 경우 위반 사실이 공표될 수 있습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원산지 거짓표시 또는 반복적인 미표시 처분이 확정된 경우 위반 정보를 공표하고 있으며, 공표 내용에는 영업의 종류, 영업소 주소, 위반 품목, 위반 내용 등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사업자에게는 벌금보다도 거래처 신뢰 하락, 온라인 판매 중단, 납품 계약 해지, 브랜드 이미지 훼손이 더 큰 타격이 될 수 있습니다.
원산지 사건은 단순히 ‘표시를 잘못했다’는 설명만으로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어떤 원료를 언제 매입했는지, 표시 변경이 왜 지연되었는지, 실제 판매량과 위반 기간은 어느 정도인지, 고의적 기망으로 볼 수 있는 사정이 있는지까지 세밀하게 정리해야 합니다.
참기름·들기름 원산지 표시 문제로 단속을 받았거나, 확인서 작성·자료 제출·수사 연락을 받은 상황이라면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확인서 한 장, 진술 한마디가 이후 형사처벌 여부와 처분 수위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억울한 부분이 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원재료 매입자료와 표시자료를 정리하고 법률적으로 설명 가능한 구조를 먼저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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