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 해송 형사전문 박재휘 변호사입니다.
중대재해 사건이 발생하면 많은 기업 관계자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생각이 있습니다.
사망사고나 중상해 사고가 발생했으니 곧바로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입니다. 특히 대표이사, 임원, 현장 책임자 입장에서는 사고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처벌 가능성만 크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 수사 구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중대재해 사건은 결과가 무겁다는 이유만으로 자동 처벌이 결정되는 사건이 아닙니다.
수사기관은 사고 발생이라는 결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고 이전에 어떤 안전보건 의무가 있었는지, 그 의무가 실제로 어떻게 이행되었는지를 함께 확인합니다.
결국 핵심은 사고가 났다는 사실 자체보다 사고를 막기 위한 관리체계와 조치가 있었는지에 있습니다.
1. 중대재해 사건은 결과만으로 판단되지 않습니다
중대재해 사건은 분명 엄중하게 다뤄집니다. 다만 엄중하게 본다는 것과 곧바로 처벌이 확정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 구조상 중요한 것은 단순한 사고 결과가 아니라, 경영책임자 등이 부담하는 안전보건 확보의무가 있었는지, 그 의무가 위반된 상태에서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는지입니다. 다시 말해 사고와 의무 위반 사이의 연결이 있어야 합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같은 사망사고처럼 보여도 그 전 단계의 관리 상태는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어떤 회사는 위험성평가, 점검, 교육, 개선 조치를 반복해 왔는데 예외적인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반복된 위험 신호가 있었음에도 인력이나 예산 투입 없이 구조적 문제를 방치한 경우도 있습니다.
겉으로는 모두 “사고가 발생했다”는 결과만 보일 수 있지만, 수사기관은 바로 그 이전 단계의 관리 흔적을 더 세밀하게 들여다봅니다. 결국 결과가 같다고 책임 구조까지 같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2. 수사기관은 사고 이전의 의무 이행을 먼저 봅니다
실제 수사에서는 사고 직후부터 현장 상태, 관계자 진술, 내부 보고 문서, 점검 기록, 교육자료, 예산 집행 내역 등이 빠르게 확인됩니다.
이 과정에서 수사기관이 보려는 것은 단순한 사후 해명이 아니라, 사고 이전부터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실제로 존재했고 작동했는지입니다.
예를 들어 회사 차원에서는 안전보건 목표와 방침이 있었는지, 위험요인을 파악하고 개선하는 절차가 마련돼 있었는지, 담당 조직과 책임 체계가 운영됐는지, 필요한 예산과 인력이 실제 배정됐는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단순히 문서가 존재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것이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작동한 흔적이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현장 차원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상 필요한 안전조치도 함께 검토됩니다. 추락 위험 장소의 방호조치, 위험 기계의 안전장치 작동 여부, 작업 전 교육과 점검, 관리감독자의 실질적 통제 여부가 대표적인 확인 대상입니다.
예컨대 제조업 현장에서 설비 점검 중 끼임 사고가 발생했다면, 수사기관은 결과만 보고 결론을 내리지 않습니다.
기계 정지 절차가 있었는지, 방호장치가 해제된 상태였는지, 이전에도 유사 위험이 보고됐는지, 설비 교체 요청이 있었는지, 회사가 이를 알고도 미뤘는지를 함께 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단순 사고와 의무 위반 사건이 갈립니다.
3. 같은 사고라도 처분이 달라지는 이유가 있습니다
중대재해 사건에서 실제 처분이 달라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결과가 같더라도 수사기록 안에 담기는 내용이 다르면 사건 평가는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공사 현장에서 추락 사망사고가 발생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한 사건에서는 현장 점검 자료가 남아 있고, 위험성평가가 반복적으로 이뤄졌으며, 안전시설 보완 요청과 예산 집행 자료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사고 자체는 중대하지만, 회사와 경영진이 일정한 관리 노력을 기울여 왔는지가 함께 검토됩니다.
반면 다른 사건에서는 같은 위험이 이전부터 계속 지적됐는데도 개선 조치가 없었고, 안전관리 인력이 부족했으며, 보고는 올라갔지만 일정이나 비용 문제로 후속 조치가 미뤄졌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단순한 현장 실수로 보기 어렵고, 구조적으로 방치된 위험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즉 같은 사망사고, 같은 중상해 사고라 하더라도 사고 이전의 관리 흔적에 따라 사건의 무게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대재해 사건은 사고 이후의 해명보다, 사고 이전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정리하는 일이 훨씬 중요합니다.
4. 초기 대응에서는 무엇을 먼저 정리해야 할까요
중대재해 사건이 발생하면 많은 기업들이 언론 대응, 대외 입장, 내부 책임 공방부터 신경 쓰게 됩니다. 그러나 형사사건 대응의 관점에서는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바로 사고 이전의 구조와 조치 내용을 객관적으로 정리하는 것입니다.
실무적으로 중요한 자료는 비교적 분명합니다. 조직도와 업무분장표, 안전보건관리체계 관련 규정, 점검표와 위험성평가 자료, 교육 실시 내역, 예산 편성 및 집행 자료, 위험 보고 및 개선 요청 내역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자료는 단순 보관 문서가 아니라, 회사와 현장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어 왔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자료가 됩니다.
특히 대표이사나 임원은 “현장에 없었다”는 설명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수사기관은 오히려 안전 관련 보고를 어떤 방식으로 받았는지, 인력과 예산을 투입할 권한이 있었는지, 위험 신호를 알고도 방치한 것은 아닌지를 함께 봅니다.
반대로 현장 책임자 역시 “회사에서 예산을 주지 않았다”는 주장만으로 책임 구조가 정리되지는 않습니다. 실제 작업 통제와 관리감독의 내용은 별도로 검토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초기 대응에서는 감정적인 진술보다 역할과 권한, 보고 흐름, 개선 조치 이력을 먼저 정리해야 합니다. 중대재해 사건은 결과가 무거운 만큼, 초기에 어떤 자료와 설명이 수사기록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이후 방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핵심 정리
사고 발생만으로 곧바로 처벌이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수사기관은 사고 이전의 안전보건 의무 이행 여부를 먼저 봅니다.
같은 사고라도 관리체계와 개선 조치의 흔적에 따라 사건 평가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초기에는 해명보다 구조와 자료를 정리하는 대응이 더 중요합니다.
중대재해 사건은 결과만 놓고 판단되는 사건이 아닙니다. 수사기관이 실제로 보는 것은 사고 이전에 어떤 의무가 있었고, 그 의무가 현장에서 실제로 이행되었는지입니다.
그래서 사건 초기일수록 불안감에 휩쓸리기보다, 회사와 현장의 구조를 설명할 수 있는 자료를 차분히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대표이사, 임원, 현장 책임자가 함께 수사 대상이 되는 사건에서는 책임을 어떻게 구분하고 어떤 자료로 설명할 것인지가 사건 방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런 사안은 단순한 법 조문 해석만으로는 부족하고, 수사기관이 어떤 흐름으로 의무 위반과 사고의 연결을 보는지까지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현재 중대재해, 산업재해, 안전보건관리체계와 관련해 형사책임 가능성으로 고민하고 계시다면, 사고 결과만 놓고 단정하기보다 사고 이전의 관리 구조와 의무 이행 자료부터 먼저 점검해보시기 바랍니다. 초기 대응은 결국 말보다 자료와 구조에서 차이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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