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님, 새로운 양형요소가 없으면 항소는 무조건 기각되는 거 아닌가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구속된 의뢰인을 접견하기 위해 구치소에 가면 자주 듣게 되는 말입니다. 구치소에 수감된 사람들 사이에서는 진리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수용자들이 접하는 판결문 대부분은 항소가 기각된 사건입니다.
1심에서 징역형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되었거나,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가 실형이 선고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항소심 역시 구속 상태에서 진행됩니다.
이때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사람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감형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우선 법원에서 다시 구치소로 돌아온 뒤 잠시 대기하다가, 입소 당시 착용했던 옷과 보관 물품을 돌려받고 곧바로 출소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수용실로 돌아가는 일은 없습니다.
반면 항소가 기각된 경우에는 다시 본인이 다른 수용자들과 함께 생활하던 수용실로 복귀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차이가 발생합니다. 함께 생활하던 수용자들은 출소한 사람의 판결문을 확인할 기회가 거의 없으나 항소가 기각된 사람의 판결문은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항소가 기각된 판결문에는 대부분 대법원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이 인용됩니다. 이는 1심과 비교하여 양형 조건에 변화가 없고 1심의 판단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례입니다.
결국 수용자들이 접하는 판결문에는 “양형 조건의 변화가 없으므로 항소를 기각한다.”는 취지가 반복적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즉, 감형을 받아 나간 사람의 판결문은 보지 못하고 항소가 기각된 사람들의 판결문만 보게 되므로 새로운 양형 요소가 없으면 항소는 기각된다는 인식이 형성되는 것입니다.
-새로운 양형 요소가 없다고 해서 반드시 항소가 기각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실제로는 어떨까요?
항소심에서 1심과 달리 양형 판단에 영향을 줄 새로운 사정이 발생한다면, 형량이 변경될 가능성은 분명히 높아집니다. 예를 들어 피해자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사건에서 항소심 단계에서 합의가 성립되거나, 1심에서는 범행을 부인하던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이를 인정하고 진지한 반성을 보이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 다만 1심에서 반성문을 1장 제출했고 항소심에서 이를 10장 제출했다고 하여, 이것이 새로운 양형 요소로 평가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기존의 ‘진지한 반성’이라는 양형 요소를 보강하는 자료일 뿐, 양형 조건 자체의 변경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새로운 양형요소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항소가 당연히 기각되는 것은 아닙니다.
유·무죄 판단은 '대전제–소전제–결론'이라는 논리적인 구조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법리에 사안을 포섭하여 결론을 내는 지극히 이성적인 판단입니다. 그러나 양형 판단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법정에서 피고인이 보이는 태도, 진심이 담긴 반성 여부, 사건 기록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여러 사정들이 재판부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즉 재판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지 여부가 형량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재판부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면 항소가 기각될 것이고, 이 경우 판결문에는 앞서 언급한 대법원 판례가 근거로 인용됩니다. 이는 항소를 기각하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명료한 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닙니다.
항소심에서 양형 조건의 변화가 있다면 감형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그러나 새로운 양형 요소가 없다고 하여 감형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핵심은 재판부의 '머리'가 아닌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다만 어떠한 요소가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지는 사건에 따라, 판사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일률적인 기준을 제시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항소심에서의 감형을 목표로 한다면 다수의 경험이 있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최선의 노력을 한 후 겸허하게 결과를 기다려 보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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