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이미 서로 안 보고 산 지 오래됐고, 이혼 소송까지 하고 있는데 왜 제가 상간 책임을 져야 하나요?” 혹은 “상대방이 곧 이혼할 거라고 해서 만났는데, 왜 제가 위자료를 물어내야 하죠?”라는 억울함 섞인 호소입니다.
별거와 이혼 소송은 혼인의 종료가 아니라, 혼인 관계를 정리하기 위한 절차에 불과합니다. 법적으로 혼인은 협의이혼 신고가 수리되거나 이혼 판결이 확정되어 남남이 되기 전까지는 엄연히 유지됩니다. 그 상태에서 제3자가 배우자 있는 사람과 성적 관계를 맺는다면, 원칙적으로 민법 제750조 및 제751조에 따른 불법행위 책임과 정신적 손해배상(위자료) 책임이 성립합니다.
대법원이 말하는 실질적 파탄의 좁은 문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르면, 부부 공동생활이 객관적으로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파탄된 이후라면 제3자의 행위가 혼인의 본질을 침해한 것으로 보지 않아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예외 조항은 매우 좁고 엄격하게 해석됩니다. 단순히 "사이가 나빠서 별거 중이다"라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또한, 혼인 관계가 이미 파탄 났었다는 점에 대한 입증 책임은 예외를 주장하는 제3자(상간자)에게 있습니다. 법원은 감정적 단절이 아니라 객관적 생활 공동체의 해체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혼인 유지와 실질적 파탄을 가르는 구체적 기준
법원은 서류상의 혼인 상태보다 혼인의 “실체”가 남아 있는지를 봅니다. 별거 중이라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정황이 있다면 법원은 혼인 관계가 유지되고 있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제적 결합: 별거 중에도 생활비나 자녀 양육비 송금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경우.
가족 공동체의 흔적: 명절, 제사 등 가족 행사에 함께 참여했거나 시댁·처가 식구들과 교류를 이어온 경우.
화해의 시도: 부부 상담을 받거나 재결합을 위해 대화한 기록이 있는 경우.
공동 결정: 자녀 교육이나 이사 등 집안의 중대사를 함께 논의하고 결정한 경우.
반대로 수년간 연락이 완전히 두절되었고, 재산과 거주지가 완전히 분리되었으며, 자녀 양육에 대한 협의조차 단절된 채 각자의 삶을 영위해왔다면 파탄 인정 가능성이 커집니다. 결국 "이미 끝난 사이였다"는 추상적 표현이 아니라, 생활 공동체가 완전히 해체되었음을 증명하는 객관적 자료가 승패를 가릅니다.
"소송 중이면 남남 아닌가요?" – 이혼 소송 제기와 책임의 관계
이혼 소장이 접수되었다는 사실을 혼인의 종료와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소송 제기 자체만으로 실질적 파탄을 자동 인정하지 않습니다.
특히 이혼 소송이 진행되다가 취하된 경우라면, 오히려 혼인 회복의 가능성이 남아 있었다는 강력한 정황 증거가 되어 상간자에게 더욱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제3자가 상대방이 이혼 소송 중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은 거꾸로 말하면 아직 배우자가 있는 사람임을 인지하고도 관계를 지속했다는 고의를 자백하는 꼴이 되기도 합니다. "이혼할 줄 알았다"는 주장은 법적으로 고의나 과실을 조각하는 무기가 되기 어렵습니다.
최신 판결 사례 (2026년 2월 항소심 판결)
최근 보도된 항소심 판결은 이러한 법리를 다시 한번 명확히 확인해 주었습니다. 별거 중이던 부부 중 남편과 교제한 여성 A씨가 아내로부터 손해배상 청구를 받은 사건이었습니다.
사건의 발단
남편은 A씨에게 처음에는 "이혼했다"고 속였으나, 이후 "사실은 이혼 소송 중이다"라고 고백했습니다. 하지만 A씨는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피고(A씨)의 주장
"이미 소송 중이었으므로 혼인 관계는 회복 불가능한 파탄 상태였다. 따라서 나의 행위는 위법하지 않다.“
재판부의 판단
"단순히 이혼 소송이 제기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실질적 파탄을 인정하기 부족하다. 피고는 상대방에게 배우자가 있음을 인지한 이후에도 부적절한 관계를 지속했으므로 불법행위 책임이 있다.“
결국 재판부는 A씨에게 2,5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별거와 소송 진행이라는 사정은 책임 면제 사유가 아닌, 위자료 액수 산정 시 고려되는 참작 사유에 그쳤을 뿐입니다.
실무 대응 전략 - 시간과 증거의 구조화
위자료는 혼인 기간, 부정행위의 정도와 기간, 발각 이후의 태도 등을 종합하여 결정됩니다. 상간 사건을 대리할 때 저는 가장 먼저 “객관적 파탄 시점”을 특정하는 작업에 사활을 걸고 자료를 배열합니다.
시계열 자료 정리: 별거 합의서 작성일, 주거지 이전 확정일자, 금융 거래 중단 시점 등을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객관적 사정 소명: 자녀 양육비 분담 내역이나 재산 분할 협의 기록 등 남남처럼 살았다는 물리적 증거를 수집합니다.
인지 시점의 방어: 상대방이 기혼자임을 알게 된 시점과 그 이후의 행위를 구분하여, 고의성을 최소화하는 논리를 세웁니다.
제3자 측이라면 파탄의 완결성을 입증해야 하고, 배우자 측이라면 혼인 유지를 위한 노력의 흔적을 제시해야 합니다.
별거 중 외도나 이혼 소송 중 부정행위는 결코 자동 면책되지 않습니다. 법원은 당사자들의 "우리는 이미 끝난 사이였다"는 주관적인 감정 표현보다, 객관적으로 생활 공동체가 해체되었는지를 기준으로 냉정하게 판단합니다.
혼인 분쟁에서 가장 위험한 태도는 "이 정도면 파탄 난 게 확실하니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추측입니다. 법적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 위에 유리한 증거 자료를 입체적으로 배치해야만 억울한 위자료 폭탄이나 패소를 막을 수 있습니다. 복잡하게 얽힌 관계의 실타래를 풀고 정당한 권리를 지키고 싶다면, 법무법인 새움의 전략적 조력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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