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4. 4. 25.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유류분 관련 민법 개정안이 지난 2026. 3. 17. 시행되었습니다.
유류분 관련 민법이 개정되기까지 많은 분들이 유류분 제도의 변화에 대하여 궁금해하셨던만큼, 이번 개정 법률의 구체적 내용은 무엇인지, 유류분 청구에 실질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살펴봅니다.
1. 헌법불합치 이유
2024년 4월 25일 헌법재판소가 유류분에 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유는 크게 2가지 입니다.
패륜상속인에 대한 유류분 인정: 기존 민법에서는 유류분권의 상실사유에 관하여 별도로 정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즉 피상속인 등에게 중대한 범죄행위를 하거나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상속인에게도 제한 없이 유류분이 인정되었고, 피상속인의 의사에 반해 상속재산의 일정 부분이 패륜상속인에게 상속되어 버리는 불합리한 구조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기여 상속인'에 대한 역차별: 피상속인의 생전에 일정한 기여를 한 상속인에게는 '기여분'이 인정되는 상속재산분할의 경우와 달리, 유류분 산정 시에는 이러한 기여 상속인들의 기여분을 인정하는 규정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기여 상속인들이 피상속인에 대한 기여의 대가로 지급 받은 재산까지도 유류분 반환의 대상이 되어 오히려 기여 상속인들에 대한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2. 민법 개정안의 내용
민법 개정안은 헌법재판소의 지적을 보완할 수 있도록 [유류분 상실] 부분과 [유류분 산정 시 기여분 반영]에 관한 부분을 개정하였습니다.
유류분 상실 관련 개정 내용 : 민법 개정안은 민법 제1004조의2 (상속권 상실 선고)의 적용범위를 넓혀 패륜상속인의 유류분권까지 상실시킬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유류분권은 상속권을 전제로 합니다. 상속인이 아니라면 당연히 유류분 반환을 청구할 권리도 없죠. 따라서 유류분권에 대한 별도의 상실 규정을 정하지 않더라도 상속권을 상실시킴으로써 유류분권 행사까지 저지할 수 있습니다.
우리 민법에는 이미 상속권 상실에 관한 민법 제1004조의2가 존재합니다. 다만, 현행 민법 제1004조의2는 상속권을 상실시킬 수 있는 패륜상속인의 범위를 '직계존속'으로만 제한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패륜을 저지른 '자녀(직계비속)'이나 '배우자'는 민법 제1004조의2 가 적용되지 않았죠.
애초에 민법 제1004조의2가 '직계존속'만을 대상으로 정한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많이 알고 계시는 이른바 '구하라법'이 바로 민법 제1004조의2 이기 때문인데요, 구하라법은 자녀를 버리고 떠난 부모가 자녀 사망에 대하여 상속권을 주장하였을 때, 이를 법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는 문제점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도입되었습니다. 따라서 당시 입법자들은 패륜적 행위의 주체를 '부모'에 한정하여 민법 제1004조의2를 제정한 것으로 이해됩니다.
아무튼 이러한 이유로 민법 제1004조의2 규정은 '패륜배우자' 또는 '패륜자녀'의 상속권을 상실시킬 근거가 되지 못했는데, 이번 민법 개정안은 민법 제1004조의2의 적용범위를 '직계존속' 뿐만 아니라 모든 상속인으로 확대한 것입니다.
이제 피상속인은 본인이 사망하기 전에 미리 유언으로 패륜상속인의 상속권을 상실시킬 수도 있고, 피상속인이 패륜상속인의 상속권을 상실시키지 않은 채 사망한 경우, 다른 공동상속인(공동상속인이 없는 경우 후순위 상속인)이 패륜상속인의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으며, 상속권 상실 청구가 법원에 의해 인용되어 확정된 경우 그 패륜상속인은 상속권은 물론 유류분권까지 상실하게 됩니다.
유류분 산정 시 기여분 반영 관련 개정 내용 : 공동상속인 중에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자가 있을 때에는 상속개시 당시의 피상속인의 재산가액에서 그 자의 기여분을 공제한 것을 상속재산으로 보고 상속분에 기여분을 가산한 액을 상속분으로 합니다(민법 제1008조의2).
예를 들어 기여도가 90%인 상속인이 있는 경우, 상속재산이 1억원이라고 가정할 때, 기여분 9,000만원을 공제한 나머지 1,000만원만 재산분할 대상이 되어 공동상속인들이 나눠 갖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기여 상속인의 경우 기여분 9,000만원 + 상속분을 받게 되어 다른 공동상속인들보다 더 많은 몫을 받게 되는 것이죠.
이처럼 기여분은 피상속인을 위해 특별한 기여를 한 상속인에게 그 기여에 대한 대가를 인정해주는 제도로써, 피상속인의 재산 형성에 기여하지 않은 상속인이 기여한 상속인과 동일한 상속을 받는 불합리함을 시정하고 공동상속인 간의 실질적인 공평을 실현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그런데 개정 전 민법은 유류분 산정 시에는 이러한 기여분을 고려하지 않아 왔습니다. 예를 들어 전재산이 1억원인 피상속인이 사망 전에 자신을 부양하고 간호하는 등 특별한 기여를 한 자녀에게 9000만원을 대가로 준 경우에도, 다른 공동상속인들이 유류분반환청구를 하면, 기여 공동상속인은 '기여'에 대한 대가로 받은 돈(9,000만원)을 유류분으로 반환해야 하는 구조였죠.
헌법재판소는 바로 이러한 이유로 유류분 산정 시 기여분을 고려하지 않은 개정전 민법이 위헌이라고 지적한 것입니다. 상속재산분할 시 기여분을 고려하듯이(민법 제1008조의2) 유류분을 계산할 때에도 기여분을 고려하라는 취지였죠.
이에개정 민법은 제1008조 단서를 추가하는 방법으로 위헌적 요소를 제거하였습니다. 이로써 기여 상속인이 증여나 유증으로 받은 상속재산 중 기여분에 해당하는 부분은 특별수익에서 제외됨으로써 상속재산분할 및 유류분 산정 시 기여 상속인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제1008조(특별수익자의 상속분)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증여 또는 유증을 받은 자가 있는 경우에 그 수증재산이 자기의 상속분에 달하지 못한 때에는 그 부족한 부분의 한도에서 상속분이 있다. 다만, 증여나 유증이 상당한 기간 동거ㆍ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데 대한 보상으로 행하여진 때에는 기여에 상응하는 범위에서 그러하지 아니하다.
3. 유류분 사건에 미칠 영향
가. 상속권 상실 분쟁 증가
앞서 말씀드린대로 유류분 상실에 관하여 별도의 규정을 만드는 대신, 상속권 상실의 대상을 확대함으로써 자연스레 유류분권까지 상실되는 구조로 개정되었습니다.
유류분이 문제되는 사건들 중 적지 않은 사례에서 특정 상속인의 부양의무 위반이나 부모님과의 의절 등이 쟁점이 되곤 합니다. 즉 부모님으로부터 증여 또는 유증을 받은 상속인들 입장에서는 유류분을 주장하는 상속인이 애초에 상속을 받을 자격이 없는 상속인이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빈번했다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에서 정한 최소한의 몫'이라는 이유로 유류분을 인정해왔던 것인데, 이제는 적극적으로 '상속권 상실선고'를 청구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직은 사례가 많이 쌓이지 않았지만 향후 여러 사건을 통해 구체적인 기준도 마련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나. 입증의 중요성 강화
법이 바뀌었다고 해서 자동으로 권리가 보호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법정에서의 증거 싸움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상대방이 패륜 상속인임을 증명하거나, 나의 증여분이 순수한 선물이 아닌 기여의 대가임을 증명하는 것은 이를 주장하는 상속인들의 몫입니다.
특히 상속권 상실 선고는 법원이 매우 신중하게 판단하는 영역입니다. 단순히 '사이가 나빴다'는 정도로는 부족하며, 부양의무의 현저한 위반을 객관적인 자료로 소명해야 합니다. 또한 기여분 인정 역시 간병 기록, 비용 지출 내역, 피상속인과의 대화록 등 실무적인 입증의 기술이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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