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B매수 자백했으나 '영장 사본' 위법성 입증해 불송치
마약 사건에서 피의자가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자백했음에도 처벌받지 않는 경우가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있습니다. 우리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된 증거는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을 엄격히 적용하기 때문입니다. 수사기관의 영장 집행 절차상 하자를 끈질기게 파고들어, GHB 매수 사실을 자백했음에도 불송치(혐의없음) 결정을 이끌어낸 사례를 소개합니다.
호기심이 부른 GHB 매수, 그리고 덜미
의뢰인 A씨는 인터넷 서핑 중 일명 '물뽕'이라 불리는 GHB에 대한 글을 접했습니다. 기분이 좋아진다는 말에 단순한 호기심이 발동했고, 결국 판매자에게 45만 원을 송금하고 택배로 GHB 7ml를 수령했습니다. GHB는 향정신성의약품(라목)으로 분류되어 소지하거나 매매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는 중범죄입니다.
얼마 후 판매책이 검거되면서 계좌 거래 내역을 통해 의뢰인의 신원이 특정되었고, 경찰 조사를 받게 된 의뢰인은 두려움에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자백했습니다. 사실관계가 명확해 처벌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수사 기록에서 찾아낸 '절차적 허점'
저는 의뢰인이 자백했다고 해서 사건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수사기관이 의뢰인을 특정하게 된 과정을 현미경처럼 분석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결정적인 절차적 하자를 발견했습니다.
경찰이 의뢰인의 거래 내역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기관에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할 당시, 판사가 발부한 영장의 '원본'이 아닌 팩스로 전송된 '사본'을 제시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입니다. 형사소송법상 처분을 받는 자에게는 반드시 영장을 제시해야 하며, 대법원 판례는 이를 '원본 제시'로 엄격히 해석하고 있습니다.
뿌리가 썩으면 열매도 썩는다
저는 즉시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을 주장했습니다.
수사기관이 영장 원본을 제시하지 않고 사본을 통해 금융 거래 정보를 확보한 것은 위법한 영장 집행입니다. 따라서 이를 통해 얻은 의뢰인의 인적 사항(뿌리)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이며, 이를 바탕으로 받아낸 의뢰인의 자백(열매) 또한 '독수독과'의 원칙에 따라 증거능력이 없습니다.
설령 의뢰인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실체적 진실이 존재하더라도, 이를 입증할 증거가 법적으로 무효가 된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를 강력하게 펼쳤습니다. 또한 의뢰인이 구매한 액체가 실제 GHB인지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처벌 수위가 낮은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가짜 마약 수수)'이 적용되어야 함을 예비적으로 변론했습니다.
경찰의 판단: 증거 불충분으로 불송치
경찰은 의뢰인의 자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의 주장을 반박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수사기관은 계좌 영장 집행 방식의 위법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이에 따라 확보된 피의자의 인적 사항과 자백 진술조서 모두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피의자를 처벌할 수 있는 유효한 증거가 단 하나도 남지 않게 되어, 의뢰인은 증거 불충분으로 불송치(혐의없음) 처분을 받고 무사히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절차적 정의는 타협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은 범죄를 저질러도 괜찮다는 뜻이 아닙니다. 국가가 개인을 처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적법한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인권 보호의 대원칙을 확인한 사례입니다.
마약 사건은 혐의가 명백해 보여도 수사 과정에서 위법한 체포, 압수수색, 영장 집행이 있었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합니다.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라도 경험 풍부한 변호인과 함께라면 법리적 반전의 기회는 반드시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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