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이 닦아주지 못하는 눈물
판결문이 닦아주지 못하는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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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이 닦아주지 못하는 눈물 

정준현 변호사

사람들은 변호사를 '싸우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법정이라는 링 위에서 상대방을 꺾고 승리를 쟁취하는 투사처럼 말이죠. 하지만 제가 법복을 입고 가장 많이 하는 일은 싸움이 아니라,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입니다.

어느 날, 이혼 소송을 마무리한 의뢰인이 제게 찾아왔습니다. 우리는 원하던 재산 분할도 받았고, 양육권도 가져왔습니다. 소위 말하는 '완벽한 승소'였습니다.

축하한다는 말을 건네려던 찰나, 의뢰인은 텅 빈 표정으로 물었습니다.

"변호사님, 이겼는데... 왜 이렇게 마음이 춥죠?"

그때 깨달았습니다. 법은 관계를 정리해 줄 수는 있어도, 마음에 난 구멍까지 메워줄 수는 없다는 것을요. 판결문은 차가운 종이일 뿐, 지난 세월의 상처를 덮어주는 이불이 될 수는 없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변호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법리를 따지는 것을 넘어, 한 사람이 무너진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도록 곁을 지키는 것. 승소 판결문과 함께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네며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 행복해지세요"라고 진심을 담아 말하는 것.

저는 여전히 법정에서 싸웁니다. 하지만 이제는 승리 그 자체보다, 이 싸움이 끝난 뒤 제 의뢰인이 맞이할 '새로운 아침'을 위해 싸웁니다.

법은 차갑지만, 그것을 다루는 사람은 따뜻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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