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사건이 종결된 의뢰인으로 부터 전화가 올 때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사건이 종결되고 제법 시간이 지난 후 전화가 오는 경우, 의뢰인의 상황은 둘 중 하나다.
삶에 또 다른 법적인 이슈가 생겨서 변호사가 필요하다거나, 이전의 송사의 상흔이 아물지 않은 경우이다.
사건이 종결되면 이로써 의뢰인의 삶이 평안하기를.. 더는 힘든 일이 없어서 나에게 연락할 일이 없기를 바라기에
이런 전화가 오면 늘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는다.
오늘은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진행했던 의뢰인의 전화였다.
신고 이후 회사에서 고립되는 느낌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이전과 다르게 자신에게 다가오지 않는다고 했다. 사람들과 회의를 하거나, 회식 자리에 가는 것이 점점 더 두려워 진다고 했다.
과거의 아픔을 잊고 살고 싶은데 자꾸 잊고 살기가 어려운 환경이 된다고 한다.
이겼는데. 이기지 않은 기분. 떨리는 목소리에서 그간의 고통이 어렴풋이 나마 전달된다.
이럴 땐 내가 해준 일이 오히려 그에게 고통이 되었나. 나도 마음이 답답하다.
다시 그 계절 그 자리에서 그가 겪은 일들에 대한 대화가 이어지고.
의뢰인은 어느새 그래도 그때 그 문제를 집고 넘어가지 않았다면 자신이 견딜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먹고 사는 문제의 핵심인 회사에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의 결심이라는게 어찌 가벼운 결심이었겠는가. 스스로 지난 날을 밟아가던 그는 곧 차분히 그래도 잘한 일이라는 말을 한다. 이런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지난 일들을 반추하며 숨죽여 들어주는 것 뿐이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 살아내는 동안. 그가 다시는 아프지 않기를. 혼자가 아니기를 기도할 뿐이다.
법률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이토록 한정적이다.
남은 회사 생활에서 그가 무탈하기를. 나에게 전화 할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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