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 전세 사기는 누구의 책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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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 전세 사기는 누구의 책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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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 전세 사기는 누구의 책임인가? 

이희범 변호사

깡통 전세 사기는 누구의 책임인가?

   

오늘 사무실로 전세 보증금 반환 관련 상담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전화기 넘어 들리는 앳된 목소리의 청년은 전세계약이 끝나가는데 새로 바뀐 집주인이 연락이 안 된다며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하냐고 나에게 물었다. 나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긴 한숨부터 나왔다. 그 후 이 불쌍한 사회 초년생에게 요새 유행하는 깡통 전세 사기 사건에 알려주고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대하여 자세히 이야기해 주었다. 그는 내 설명을 듣고 울먹이며 전화를 끊었다. 내가 이 불쌍한 사회 초년생에게 해준 조언은 그에게는 겪어본 적 없는 너무나 잔인한 통보였으리라. 내가 앞서 한숨을 쉰 이유는 이 사회 초년의 세입자가 한심해서가 아니라 어디선가 또 한 건의 전세 사기가 발생한 점이 너무도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2년간 가장 많이 받았던 법률상담 유형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런 깡통 전세사기 관련 문의이다. 처음에는 우연이겠거니 했지만 어느 순간 그 발생빈도를 보며 이건 너무도 심각한 사회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깡통 전세사기는 빌라 혹은 오피스텔에서 주로 일어나며 구축이던 신축이던 가리지 않고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난다. 그중 최근 가장 많이 발생하는 전세 사기 유형 중 하나는 전세계약과 매매계약을 동시에 진행하는 유형이다. 불법 컨설팅 업체들은 빌라(오피스텔) 소유주에게 접근하여 자기들이 지금의 매매 시가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물건을 매매(사실은 매매를 가장한 전세금 뻥튀기이다.)해준다며 빌라 주인을 전세 사기로 끌어들인다. 이후 컨설팅 업체 들은 전문적인 방법으로 전세금을 교묘하게 높여 맞추고 매력적인 물건인 것처럼 각종 인터넷에 전세물건을 홍보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신혼부부, 사회 초년생 등의 청년들을 전세자금이 여유롭지 못해 아파트 등으로 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위 유혹에 빠져 빌라깡통전세의 함정으로 빠지게 된다. 세입자가 구해지면 집주인은 이렇게 전세 보증금이 뻥튀기 된 빌라를 컨설팅 업체가 구해온 신용불량자, 명의대여자 등 신원미상의 제3자에게 부풀려진 전세가와 같은 가격으로 매매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컨설팅 업체들은 집주인에게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지만 집주인은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빌라를 팔아 고수익을 얻을 수 있으니 위와 같은 제안에 동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여기에는 공인중개사들의 책임도 있다. 공인중개사는 전세계약 체결과정에서 해당 물건은 등기부상 깨끗한 물건으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만 받으면 문제없다고 설명을 하게 되고 세입자들은 전문가인 공인중개사 등의 설명을 믿고 덜컥 전세계약을 하게 된다.

 

 

그럼 이렇게 진행된 전세계약의 마무리는 어떻게 될까? 전세계약이 끝나 갈 즈음 세입자는 바뀐 집주인에게 연락을 시도해 보지만 자력이 안되는 새 주인은 잠수를 타며 나 몰라라 하고 전 주인(전 임대인)은 주택임대차 보호법상 매수인에게 모든 권리·의무가 넘어갔다며 상황을 외면한다. 뒤늦게 공인중개사에게 하소연 해보지만 공인중개사도 어쩔 수 없는 사고였다며 전세금 반환소송을 통해 전세금의 일부라도 회수하라며 변호사와 상담하라며 책임을 회피한다.

 

이렇게 깡통 전세사기는 아무도 전세 보증금을 책임지지 않아 세입자만 피해 보고 쉽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구조로 되어있다. 전 집주인 입장에서는 자신 소유 빌라나 오피스텔을 시세보다 높게 팔아주겠다는 유혹에 넘어갈 수 밖에 없고, 불법 컨설팅 업체들은 매매가의 일정 비율로 계산한 높은 수수료를 챙겨 받아가며 세입자를 위험으로 끌어들이고, 공인중개사들도 중개수수료를 위해 집주인이 시세보다 높은 전세금을 받아도 모르는 척 넘어간다. 이렇게 공인중개사, 전 임대인, 새로운 임대인, 불법브로커, 컨설팅 업체 등이 모두 전세 사기에 연관되어 있음에도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결과로 되어 결국에는 세입자의 사적 재원 혹은 세입자가 가입한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공적 재원이 그 손해의 빈자리를 메꾸게 된다.

 

깡통전세사기는 사기라고 부르지만 사실 누굴 처벌하기 쉽지 않다. 사기죄라면 피해자와 가해자가 나뉘어야 하지만 깡통 전세사기의 경우 많은 이권이 겹쳐 누가 대체 가해자인지 분간조차 힘들다. 형사고소를 해보아도 사기죄로 의율하기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깡통 전세사기는 누구의 책임으로 돌릴 것인가? 무지한 세입자의 탓인가?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양심을 판 집주인인가? 중개수수료를 위해 앞뒤 안 가리고 중개한 중개사의 책임인가? 분명한 건 이 환상의 콜라보가 사회를 좀먹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전세 사기를 당하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 솔직히 말하면 그런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시세가 없는 빌라, 오피스텔 등에는 전세로 들어가지 않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러기 쉽지 않다면 조심하고 조심하는 방법밖에 없다. 빌라나 오피스텔에 전세로 들어갈 경우 가장 먼저 할 일은 시세대비 전세금을 잘 확인하여 통상적이지 않다면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다. 빌라는 시세파악이 쉽지 않지만 뭔가 이상하면 끊임없이 의심해야 된다. 나였으면 시세 없는 빌라라면 감정평가사의 탁상감정이라도 받아보고 들어갔을 것 같다. 몇 억을 전세금으로 넣으면서 이 정도도 안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두 번째로 공인중개사를 절대 믿지 마라. 공인중개사가 전세금 반환보증을 책임져주지 않으므로 집과 관련된 정보와 계약관계는 본인이 직접 더블 체크하라. 최근에는 컨설팅 업체들이 공인중개사를 끼거나 공인중개사의 명의를 대여하여 작업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더욱 주의하라. 세 번째로 집주인과 전세계약 시 특약으로 전세계약 후 목적물에 매매가 이루어지는 경우 임차인에게 이를 통지하기로 하며 임차인이 이를 원치 않는 경우 전세계약해지가 가능하다는 조건을 거는 것이 좋다. 이렇게라도 해놓아야 전 주인을 상대로 소송이 가능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세보증보험은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가입하라. 최근에는 빌라의 경우 전세보증보험가입 자체가 안되는 지역도 많다. 따라서 보증보험이 불가능하다면 절대 빌라에 전세로 가지 마라.

 

전세제도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특별하고 신기한 제도이다. 최근 10년간 부동산 가격의 상승과 함께 갭투자의 열풍이 불면서 전세 시장은 더 불확실하게 변화했다. 분명 갭투자로 전세금이 상승하면서 전세 사기가 아니라도 전세 보증금의 반환 여부는 불투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부동산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깡통전세사기까지 겹쳐 사회초년생들이나 신혼부부들이 돈을 편취 당하거나 이를 보전하기 위한 국민들의 세금이 투입되는 안타까운상황이 반복된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전세제도는 물론 장점도 많은 제도이다. 하지만 이렇게 우리나라에만 있는 전세 제도를 잘 유지하려면 적어도 입법을 통하여 세입자의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것이 국민을 위하는 길이기도 하지만 세금을 아끼는 길이다. 국가가 이런 불행을 계속 방치한다면 어쩌면 전세 사기는 국가의 책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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