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 포커스 이병주 변호사입니다.
"장례를 치르고 정신을 차려 보니 은행, 주민센터, 세무서까지 갈 곳이 너무 많더라고요. 그런데 아버지 빚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부모님을 보내 드린 직후에 찾아오시는 분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입니다. 슬픔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서류와 기한이 한꺼번에 밀려오죠.
제가 작년 여름 개업한 이후로 저희 법인은 대형 로펌 및 법원, 국세청 등 국가기관에서 쌓은 경력과 노하우를 토대로 기업법무와 상속 관련 분쟁을 많이 수행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터득한 상속에 관한 노하우는 물론, 사건을 수행하면서 체득하게 된 실무 경험이 상당하게 되었음을 체감합니다.
이에 독자 여러분께 '이병주 변호사 상속메뉴얼'이라는 제목으로, 그야말로 상속의 개념부터 상속에 관한 복잡한 실무를 최대한 쉽게 풀어 설명드리고자 본 컨텐츠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자주 등장하는 용어부터, 부모님이 돌아가신 직후 해야 할 일 등 상속의 기초에 관하여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1. 먼저 알아 두어야 할 용어
가. 피상속인과 물려받는 사람(상속인)
돌아가셔서 재산과 권리·의무를 남기신 분을 법률 용어로 피상속인이라고 부르고, 흔히 '망인'이라고도 합니다. 이를 법에 따라 물려받는 가족은 상속인이라고 합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자녀들이 물려받는다면 아버지가 피상속인, 어머니와 자녀들이 물려받는 사람이 됩니다. 법적인 승계는 돌아가신 순간 바로 시작됩니다(민법 제997조).
물려받는 순서는 민법 제1000조가 정하고 있습니다.
앞 순위에 한 명이라도 있으면 뒤 순위는 물려받지 못합니다. 같은 순위 안에서는 촌수가 가까운 사람이 우선이고, 촌수가 같으면 함께 물려받습니다.
법률상 배우자는 조금 특별합니다. 자녀나 부모가 있으면 그들과 같은 순위로 함께 받고, 아무도 없으면 혼자 받습니다(민법 제1003조 제1항). 그러니 "배우자는 항상 다른 가족과 나눈다"고 생각하시면 정확하지 않습니다.
나. 직계존비속과 방계혈족
헷갈리기 쉬운 가족 범위를 표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민법 제768조).
친가와 외가가 모두 포함되며, 배우자는 혈족과 구별되는 별도의 지위입니다.
다. 대습상속
물려받을 예정이던 자녀나 형제자매가 부모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거나 결격 사유로 자격을 잃은 경우, 그 사람의 자녀가 자리를 대신하는 제도를 대습상속이라고 합니다(민법 제1001조). 할아버지보다 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셨다면 손자녀가 아버지 자리를 이어받는 식이죠. 먼저 떠난 사람의 배우자도 법이 정한 요건에 따라 함께 이어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두 가지는 꼭 짚어 두겠습니다.
포기는 대습 사유가 아닙니다. 자녀가 포기하면 손자녀가 자리를 이어받는 것이 아니라 다음 순위로 넘어갑니다.
2026년 1월부터는 미성년 자녀 부양 의무를 중대하게 저버린 부모 등의 자격을 가정법원이 박탈하는 '권리 상실' 제도(민법 제1004조의2)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먼저 사망한 경우, 결격, 권리 상실 가운데 어떤 사유냐에 따라 배우자가 자리를 이어받는지가 달라질 수 있으니, 가족관계가 복잡하다면 따로 확인하셔야 합니다.
라. 유증
유증은 유언으로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무상으로 주는 것입니다.
"내 아파트는 큰딸에게 준다", "예금 일부는 복지재단에 기부한다"는 식이죠. 법정 순위에 없는 사람이나 법인도 받을 수 있습니다. 효력은 유언하신 분이 돌아가신 때 생깁니다(민법 제1073조).
주의할 점은, 생전에 "이 집은 네 거다"라고 말씀하신 것만으로는 유효한 유증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유언은 법이 정한 방식을 갖춰야 효력이 있습니다.
2. 부모님이 돌아가신 직후에는 무엇부터 해야할까요?
가. 사망신고 접수
가장 먼저 사망신고를 합니다. 사망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 이내에 사망진단서나 시체검안서를 첨부해 주민센터나 시·구청에 접수하면 됩니다(가족관계등록법 제84조).
이때 고인의 기본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를 함께 떼어 두시면 이후 절차가 수월합니다. 재혼이나 과거 혼인 관계가 있었다면 제적등본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많이들 오해하시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절차는 이미 일어난 사실을 알리는 것일 뿐이라서, 접수를 늦춘다고 다른 기한까지 늦춰지지는 않습니다(대법원 79므68 판결 취지). 특히 포기·한정승인 기간을 그 접수일부터 세시면 안 됩니다.
나. 사망자 재산조회 신청(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
다음은 재산과 빚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는 단계입니다. 정부의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를 이용하면 예금·대출, 토지·건물, 자동차, 국세·지방세, 연금 정보를 한 번에 조회할 수 있습니다. 사망 접수 때 함께 신청하거나, 나중에 정부24나 주민센터에서 신청하면 됩니다.
신청 기한은 사망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1년 이내입니다. 다만 이건 조회 서비스의 기한일 뿐, 포기 여부를 1년 동안 고민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 조회 결과가 모든 것을 알려 주지는 않는다는 점도 기억하셔야 합니다.
개인끼리 빌린 돈
임대인으로서 돌려줘야 할 전세보증금
다른 사람의 빚에 선 보증
이런 것들은 조회에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아, 계약서와 우편물, 통장 거래 기록을 직접 살펴봐야 합니다.
다. 금융거래내역 및 과세증명서 확보
조회 결과를 받았다면 숫자의 근거를 확인할 차례입니다.
첫째, 금융회사에서 상세 자료를 받으세요. 잔액증명서, 입출금 내역, 대출과 보증 관련 자료를 요청합니다. 통합조회 금액과 실제 금액이 다를 수 있습니다.
특히 돌아가시기 전에 큰돈이 빠져나갔거나 특정 가족에게 송금된 기록이 있다면 그 이유를 꼭 확인해 두세요. 생활비·병원비였는지, 빌려준 돈인지, 증여였는지에 따라 이후 검토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세금 측면에서도 돌아가시기 전 10년 이내 가족에게 증여한 재산, 5년 이내 가족이 아닌 사람에게 증여한 재산은 과세가액에 합산될 수 있습니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3조). 별세 당시 잔액만 봐서는 부족한 이유입니다.
둘째, 세금 관련 자료를 확보하세요. 지방세 세목별 과세증명서를 받으면 재산세 내역으로 부동산이 빠짐없이 확인되었는지 등기부등본과 대조할 수 있습니다. 미납 세금은 빚으로 승계되므로 국세·지방세 체납 내역과 환급 내역도 함께 확인합니다.
라. 승계 방식 선택(단순승인, 한정승인, 포기)
재산과 빚을 파악했다면 세 가지 중 하나를 골라야 합니다.
기한은 돌아가신 사실과 내가 승계인이 된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입니다(민법 제1019조 제1항). 이 기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봅니다.
몇 가지 실무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함부로 처분하지 마세요. 빚을 확인하기 전에 부모님 예금을 인출해 쓰거나 부동산을 팔면 단순승인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민법 제1026조 제1호).
한정승인은 접수로 끝나지 않습니다. 고인의 마지막 주소지 가정법원에 재산목록과 함께 접수한 뒤, 채권자 공고와 청산까지 마쳐야 합니다.
포기는 반드시 법원에 신고해야 합니다. 가족끼리 "나는 안 받겠다"고 합의하거나 분할협의서에 적는 것만으로는 법률상 포기가 아닙니다.
자녀가 모두 포기하면 배우자가 혼자 받습니다(대법원 2020그42 전원합의체 결정). 그리고 1순위가 모두 포기하면 빚이 조부모, 형제자매 같은 다음 순위로 넘어가므로, 그분들도 각자 법원에 포기를 접수해야 대물림이 끊깁니다.
기간이 부족하면 연장을 청구하세요. 재산 조사가 끝나지 않았다면 3개월이 지나기 전에 가정법원에 기간 연장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상담 사례 하나를 각색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형제들은 빚이 많다는 걸 알고 모두 법원에서 포기 절차를 마쳤습니다. 그런데 몇 달 뒤 외삼촌 앞으로 채권자의 독촉장이 날아왔습니다. 1순위가 모두 포기하면서 빚이 다음 순위로 넘어간 것이었는데, 법원은 포기 사실을 당사자에게만 알리기 때문에 외삼촌은 그 사실을 전혀 몰랐던 거죠. 이런 일을 겪고 나면 포기를 진행할 때 다음 순위 가족에게 미리 알리는 것까지가 하나의 절차라는 생각이 듭니다.
뒤늦게 빚이 더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면 특별한정승인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1019조 제3항). 다만 중대한 과실 없이 몰랐다는 점을 물려받은 사람이 직접 증명해야 하므로(대법원 2024다226931 판결), 이것만 믿고 처음 기한을 넘겨서는 안 됩니다.
마. 세금 신고 및 협의분할 절차 진행
1) 상속세 신고·납부
세금 신고·납부 기한은 사망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이고, 고인이나 물려받는 사람이 해외에 주소를 두었다면 9개월입니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7조).
남은 재산뿐 아니라 사전 증여, 채무, 장례비, 각종 공제를 함께 따져야 하고, 세금이 안 나올 것 같다고 검토 자체를 건너뛰는 것은 위험합니다.
배우자 공제를 제대로 받으려면 신고기한 다음 날부터 6개월 안에 배우자 몫을 실제로 나누고 신고해야 합니다(같은 법 제19조). 그리고 가족끼리 나누는 협의가 끝나지 않았다고 신고기한이 늘어나지는 않습니다.
2) 협의분할
가족이 합의해 누가 어떤 재산을 가질지 정하는 절차입니다. 예컨대 어머니는 집을, 자녀들은 예금을 나눠 갖는 식이죠. 효력은 돌아가신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 생깁니다(민법 제1015조).
전원이 참여해야 합니다. 한 명이라도 빠지면 무효이므로, 대습 관계까지 확인해 빠진 사람이 없는지 먼저 살핍니다. 한자리에 모이지 않고 순서대로 서명해도 됩니다.
빚을 나누는 합의는 채권자에게 그대로 통하지 않습니다. 돈 빚은 돌아가시는 순간 법정 비율대로 자동으로 나뉘기 때문에(대법원 97다8809 판결), 한 자녀가 전부 갚기로 합의해도 다른 가족이 책임을 벗으려면 채권자의 승낙이 필요합니다.
미성년 자녀가 있다면 특별대리인이 필요합니다. 엄마와 미성년 자녀가 함께 재산을 나누면 이해가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합의가 끝내 이루어지지 않으면 가정법원에 분할심판을 청구하는 방법을 검토하게 됩니다.
기한 한눈에 보기
달력에 이 다섯 개의 날짜를 먼저 표시해 두세요. 기준일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 가장 많이 실수하는 지점입니다.
마무리하며
부모님을 보내 드린 뒤의 몇 달은 감정적으로도 가장 힘든 시기입니다. 그런데 법은 그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결정을 요구하죠. 재산을 처분하거나 나누기 전에 빚과 가족 범위부터 정리하는 것, 이 순서만 지켜도 대부분의 큰 실수는 피할 수 있습니다.
관련 법률 분쟁이나 리스크 검토와 관련해 전문성 있는 변호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면, 법무법인 포커스가 대형로펌, 법원, 국세청 등 경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그러한 문제와 고충을 해결해 드리고 있습니다. 재산 조사부터 포기·한정승인, 세금 신고 일정, 가족 간 협의까지 처음부터 함께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앞으로 '이병주 변호사 상속가이드북'을 통해 상속 관련 실무 정보에 관한 포스팅을 통해 독자 여러분들을 찾아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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