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확정"이라는 말을 믿고 코인을 샀는데 상장은 없었고 돈도 사라졌다면, 그 일이 '운 나쁜 투자'였는지 '사기죄'였는지는 상대가 무엇을 알면서 무엇을 말했는가, 즉 기망과 편취의 고의라는 한 가지 쟁점에서 갈립니다. 이 글은 코인 상장 사기 사건에서 수사기관과 법원이 그 선을 어떻게 긋는지, 그리고 피해자가 그 선을 넘겼다고 입증하려면 무엇을 모아야 하는지를 한 쟁점에 집중해 풀어봅니다.
상장 약속이 깨진 코인 사건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코인은 원래 위험한 거 아니냐, 투자 실패를 왜 사기라고 하느냐." 상대방 변호인이 하는 말이기도 하고, 고소장을 처음 받아 든 수사관이 던지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사건은 '민사로 해결하라'는 불송치 결정으로 끝납니다. 반대로 이 질문에 정확히 답하면, 같은 사건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송치됩니다. 그래서 이 글은 절차 전체를 훑는 대신, 그 한 지점만 깊게 파고듭니다.
출발점: 사기죄는 '손해'가 아니라 '속임'을 처벌한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돈을 잃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상대가 거짓을 말하거나 중요한 사실을 숨겨 나를 착오에 빠뜨렸고, 그 착오 때문에 내가 돈을 건넸어야 합니다. 이 네 고리(기망, 착오, 처분, 고의)가 모두 이어져야 하며, 코인 상장 사건에서는 그중 첫 고리와 마지막 고리가 늘 다툼의 중심이 됩니다.
형법 제347조(사기) ①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편취액이 커지면 법정형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은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합니다. 코인 프리세일은 피해자 수십 명의 금액이 합산되므로, 개별 피해가 몇천만 원이어도 사건 전체는 특경법 사건이 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법이 '코인 가격이 떨어진 것'이나 '상장이 안 된 것' 자체를 처벌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처벌 대상은 돈을 받을 당시에 상대가 알고 있던 것과 말한 것 사이의 간극입니다.
경계선: 대법원이 투자 실패와 사기를 나누는 방식
대법원은 투자 권유가 사기인지 판단할 때, 장래의 불확실한 사정을 확정된 사실처럼 단언했는지, 투자금의 사용처를 속였는지, 애초에 약속을 이행할 의사나 능력이 있었는지를 봅니다.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거짓이 확인되면 결과가 투자 실패의 모습을 하고 있어도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첫째, 단언의 문제입니다. 대법원은 미래의 일을 예측해 말하는 것 자체는 기망이 아니지만, 아직 정해지지 않은 사실을 이미 확정된 것처럼 말하는 것은 기망이라고 봅니다. "대형 거래소 상장을 추진 중입니다"와 "다음 달 15일 상장 확정, 계약서까지 끝났습니다"는 법적으로 전혀 다른 말입니다.
둘째, 사용처의 문제입니다. 투자금을 개발과 상장 비용에 쓴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앞선 투자자에게 돌려막거나 개인 계좌로 빼돌렸다면, 상장 여부와 무관하게 그 자체가 기망입니다. 대법원은 돈의 용도를 속여 받은 경우 실제 손해가 없더라도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봅니다.
셋째, 의사와 능력의 문제입니다. 대법원은 편취의 고의를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한 범행 전후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 과정 같은 객관적 사정을 종합해 판단한다고 합니다. 상장 심사 신청 기록조차 없이 '상장 확정'을 내세웠다면, 이행 의사가 없었다는 강력한 정황이 됩니다.
반대로 백서에 위험이 명시되어 있고, 상장 신청이 실제로 접수되었으며, 투자금이 개발비로 지출된 흔적이 있다면, 상장이 무산되었더라도 수사기관은 사기가 아닌 사업 실패로 볼 가능성이 큽니다. 피해자에게는 억울한 결론이지만, 이 선이 어디 있는지 알아야 그 선을 넘겼다는 증거를 찾을 수 있습니다.
기망의 다섯 가지 흔적: 상장 사기 사건에서 실제로 확인되는 것들
상장 사기 사건에서 기망이 인정되는 사례를 보면, 상장 확정 문구, 실체 없는 팀과 파트너십, 락업과 물량 구조의 은폐, 투자금의 다른 용도 사용, 추가 입금 유도라는 다섯 가지 흔적이 반복해서 나타납니다. 내 사건에 이 중 몇 개가 있는지가 고소장의 뼈대가 됩니다.
흔적 1. '상장 확정'이라는 문구와 그 근거의 부재
거래소는 상장 심사를 외부에 확정 통보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며, 상장 일정은 공지 직전까지 비공개입니다. 그런데도 판매자가 특정 거래소와 날짜를 못 박았다면, 그 근거가 무엇이었는지 물어야 합니다. 상장 계약서나 심사 접수 자료를 끝내 제시하지 못한다면, 그 문구는 예측이 아니라 단언이었고, 단언은 기망입니다.
흔적 2. 실체가 없는 개발팀, 파트너십, 감사 보고서
백서에 적힌 개발자가 실존하지 않거나, 유명 기업과의 제휴가 그 기업에 확인해 보면 없는 일이거나, 코드 감사 보고서가 위조된 경우입니다. 대법원은 거래의 중요한 부분에 관해 거짓 사실을 고지해 상대의 판단을 그르치게 했다면 기망이라고 보며, 프로젝트의 실체는 코인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에 해당합니다.
흔적 3. 락업과 물량 구조를 숨긴 채 파는 행위
상장 직후 팀 물량이 대량으로 풀리도록 설계해 놓고 투자자에게는 알리지 않은 경우, 또는 투자자 물량만 장기간 락업하고 판매자 물량은 즉시 매도할 수 있게 한 경우입니다. 이는 상장이 실제로 이루어진 사건에서도 문제가 되는데, 상장 자체는 사실이었더라도 '상장하면 오른다'는 말의 전제를 판매자가 스스로 무너뜨릴 계획이었기 때문입니다.
흔적 4. 투자금의 사용처가 설명과 다른 경우
수사기관은 판매자 명의 계좌와 거래소 계정의 입출금 내역을 확보해 투자금이 어디로 갔는지 추적합니다. 개발비·마케팅비·상장 수수료로 쓰였다는 설명과 달리 개인 지출, 다른 코인 매수, 앞선 투자자 수익금 지급에 쓰였다면, 그 순간부터 사기의 구조가 드러납니다. 특히 뒤 투자자의 돈으로 앞 투자자에게 '수익'을 준 흔적은 편취 고의를 보여주는 대표적 정황입니다.
흔적 5. 상장 지연을 이유로 추가 입금을 요구하는 패턴
"상장 보증금이 필요하다", "거래소 요구로 유동성 공급 자금을 더 넣어야 한다", "지금 출금하려면 세금 명목 수수료를 먼저 내라"는 요구가 이어졌다면, 이는 처음의 기망을 유지하기 위한 2차 기망입니다. 대법원은 이런 추가 요구 각각을 별도의 기망행위로 보아 편취액에 합산합니다.
편취의 고의는 어떻게 증명되는가: 돈의 흐름이 말한다
코인 상장 사기에서 고의를 증명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는 진술이 아니라 자금흐름 추적이며, 수사기관은 은행 계좌, 국내 거래소의 KYC 정보, 블록체인 위의 거래 기록 세 겹을 겹쳐 돈의 경로를 재구성합니다. 피해자가 이 추적의 출발점이 되는 정보를 정확히 제공할수록 사건은 빨리 움직입니다.
첫 번째 겹은 법정화폐의 흐름입니다. 피해자가 원화를 송금한 계좌, 그 계좌에서 빠져나간 돈의 목적지는 금융기관 압수수색 영장으로 확인됩니다. 이 단계에서 다수 피해자의 입금이 한 계좌로 모였다가 판매자 개인의 지출로 흩어지는 그림이 나오면, 사용처 기망이 입증됩니다.
두 번째 겹은 국내 거래소의 실명 정보입니다.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국내 원화 거래소는 고객 확인 의무를 지므로, 코인이 국내 거래소 지갑으로 흘러들어간 순간 그 지갑의 실명이 특정됩니다. 판매자가 해외 지갑을 거쳤더라도 결국 현금화를 위해 국내 거래소를 거치는 경우가 많아, 이 지점이 신원 특정의 고리가 됩니다.
세 번째 겹은 블록체인 자체의 기록입니다. 투자자에게 배분된 토큰이 어느 지갑에서 발행되었는지, 판매자 지갑이 상장 직후 어떤 매도를 했는지, 팀 물량이 어디로 이동했는지는 모두 공개 원장에 남습니다. 지우거나 고칠 수 없다는 점에서, 블록체인 기록은 판매자의 진술과 충돌할 때 가장 강한 증거가 됩니다.
이 세 겹이 겹쳐지면 '상장을 준비하다 실패했다'는 변명과 '처음부터 상장할 생각이 없었다'는 정황 중 어느 쪽이 사실인지가 드러납니다. 고의는 마음속에 있지만, 그 증거는 돈이 지나간 자리에 남습니다.
사기죄 옆에 놓이는 세 가지 법률
상장 사기 사건은 사기죄 하나로 끝나지 않고, 자금 모집 방식에 따라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코인 거래에 관한 거짓 정보 제공에 대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범죄수익의 처리에 대해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이 함께 적용될 수 있습니다. 어떤 법이 붙느냐에 따라 처벌 수위와 피해 회복의 경로가 달라집니다.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유사수신행위의 금지) 누구든지 유사수신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원금은 보장된다", "상장하면 최소 몇 배는 확정"이라는 말로 불특정 다수에게서 돈을 모았다면 사기와 별도로 유사수신행위가 됩니다. 이 법 위반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기망의 입증이 어려운 경우에도 원금 보장 약속 자체를 처벌한다는 점에서 피해자에게 두 번째 길이 됩니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불공정거래행위 등 금지) ④ 누구든지 가상자산의 매매, 그 밖의 거래와 관련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 2.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를 하거나 타인에게 오해를 유발시키지 아니하기 위하여 필요한 중요사항의 기재 또는 표시가 누락된 문서, 그 밖의 기재 또는 표시를 사용하여 금전, 그 밖의 재산상의 이익을 얻고자 하는 행위
2024년 7월 시행된 이 법은 상장이나 프로젝트에 관한 거짓 정보로 이익을 얻는 행위를 부정거래행위로 규정하고, 위반 시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부당이득의 3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부당이득이 5억 원 이상이면 3년 이상, 50억 원 이상이면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합니다. 다만 이 법은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을 전제로 하므로, 상장 전 프리세일 단계의 코인에 적용될 수 있는지는 사안에 따라 다툼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은 사기로 얻은 코인과 현금을 다른 지갑으로 옮기거나 타인 명의로 세탁한 행위를 별도로 처벌하고, 몰수와 추징의 근거가 됩니다. 원칙적으로 사기 피해재산은 피해자에게 돌려줘야 하므로 국가가 몰수하지 않지만, 다수 피해자를 상대로 한 유사수신·다단계형 사기라면 부패재산몰수법의 특례에 따라 국가가 먼저 몰수·추징한 뒤 피해자에게 돌려주는 길이 열립니다. 이 경로는 가해자가 재산을 숨겨 개별 민사집행이 어려울 때 특히 의미가 있습니다.
피해자가 지금 모아야 할 것: 기망을 '문서'로 만드는 일
고소의 성패는 수사관이 '이건 투자 실패가 아니라 기망이다'라고 첫 페이지에서 납득하느냐에 달려 있으며, 그러려면 판매자가 한 말, 그 말의 거짓, 그 말을 믿고 보낸 돈이라는 세 묶음이 시간순으로 정리되어야 합니다. 감정이 아니라 대조표를 만든다는 마음으로 준비합니다.
판매자가 한 말의 원본: 텔레그램·카카오톡 대화, 설명회 녹음, 홍보 자료, 백서의 당시 버전. 특히 "확정", "보장", "계약 완료" 같은 단정적 표현이 담긴 화면은 날짜가 보이게 캡처하고, 채팅방이 삭제되기 전에 내보내기 기능으로 전체를 보관합니다.
그 말이 거짓이라는 근거: 해당 거래소의 상장 공지 이력, 제휴 기업의 부인 답변, 백서에 적힌 인물의 실재 여부 확인 결과, 블록체인 탐색기에서 확인한 팀 지갑의 이동 기록.
돈의 흐름: 송금 내역서, 입금 계좌의 명의, 코인으로 보냈다면 트랜잭션 해시와 상대 지갑 주소, 추가 입금을 요구받은 대화.
다른 피해자와의 연결: 같은 판매자에게 같은 말을 듣고 돈을 보낸 사람이 여럿이라는 사실은 개별 사건을 '조직적 기망'으로 바꾸고, 특경법 적용과 부패재산몰수법 특례의 문을 엽니다.
고소장에는 사건의 줄거리보다 "언제, 누가, 어떤 말을 했고, 그 말이 왜 거짓이며, 나는 그 말을 믿고 언제 얼마를 보냈다"는 구조가 반복적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이 구조가 곧 기망·착오·처분의 고리이고, 수사관은 이 고리가 보이는 고소장을 먼저 움직입니다.
형사 고소와 함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를 병행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가해자 명의의 부동산, 예금, 국내 거래소 계정의 가상자산이 가압류 대상이 되며, 형사 절차에서 확보된 자금흐름 자료는 민사 재판에서 그대로 증거가 됩니다. 사기죄의 공소시효는 10년이지만, 재산은 시효보다 훨씬 빨리 사라지므로 가압류는 고소와 같은 시기에 검토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반대편에 선 사람: 코인을 소개하고 판 사람은 어디까지 책임지는가
프로젝트의 거짓을 모른 채 지인에게 코인을 소개한 사람은 사기의 공범이 되지 않지만, '상장 확정'이 근거 없는 말이라는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수당을 받으며 계속 판매했다면 공동정범 또는 방조범으로 수사 대상이 됩니다. 이 경계 역시 같은 기준, 즉 무엇을 알면서 무엇을 말했는가로 정해집니다.
수사기관은 판매자의 위치를 세 층으로 나누어 봅니다.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자금을 통제한 주범, 구조를 알면서 모집 수당을 받고 다수를 끌어들인 모집책, 그리고 본인도 투자하고 손해를 본 채 몇 명을 소개한 피해자 겸 소개자입니다. 세 번째 층은 대체로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이지만, 수당 수령 내역과 판매 규모가 크면 두 번째 층으로 분류됩니다.
소개자가 자신을 지키는 방법은 하나입니다. 자신이 믿었던 근거, 즉 위에서부터 전달받은 '상장 확정' 자료와 그것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대화 기록을 보존하는 것입니다. 이 자료가 없으면 수사기관은 소개자의 말 역시 스스로 지어낸 기망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정리: 상장이 안 된 것이 아니라, 상장을 말한 방식이 문제다
코인 상장 사기 사건의 결론은 상장 무산이라는 결과가 아니라 돈을 받던 순간 판매자가 알고 있던 것과 말한 것의 차이에서 정해지며, 그 차이는 대화 기록과 자금흐름이라는 두 종류의 증거로 드러납니다.
피해를 입었다면 '얼마를 잃었는지'보다 '어떤 말을 듣고 보냈는지'를 먼저 정리하십시오. 그 말이 미래의 예측이 아니라 확정된 사실처럼 제시되었고 실제로는 근거가 없었다면, 사건은 투자 실패가 아니라 사기입니다.
반대로 소개자의 입장이라면, 자신이 무엇을 근거로 그 말을 전했는지를 증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같은 선의 양쪽에서, 결국 같은 질문에 답하게 됩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법률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 개인의 상황에 맞는 정확한 법률 자문은 반드시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본문의 사례는 판례의 취지를 이해하기 쉽게 재구성한 것으로,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대응 방법 및 결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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