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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보내주면 지워준다는 말을 믿어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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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보내주면 지워준다는 말을 믿어도 되나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온라인에서 알게 된 상대에게 사진이나 영상을 보낸 뒤, 관계가 틀어지거나 상대의 태도가 달라지면서 “딱 한 번만 더 보내주면 그동안 받은 건 전부 지워주겠다”는 말을 듣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상담을 요청하시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상담을 오신 분들 중 상당수는 처음에는 “이번 한 번만 더 보내면 진짜 지운다고 했으니까”라는 생각으로 요구에 응합니다. 그런데 며칠, 길게는 몇 주가 지나면 상대는 “아직 하나가 더 남았다”, “실수로 백업이 됐다”는 식으로 새로운 구실을 만들어 요구를 반복하고, 결국 처음보다 훨씬 많은 사진과 영상을 넘기게 되는 전개가 되풀이됩니다.

최근 대법원은 이런 유형의 사건에서 협박이 성립하기 위해 가해자가 촬영물을 그 자리에서 보여주거나 소지하고 있을 필요조차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즉 “지워준다”는 말로 포장된 요구도, 이미 존재하는 촬영물을 방편으로 삼아 공포심을 일으키는 순간 그 자체로 범죄가 완성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한 번 더 보내주면 지워준다”는 요구에 응해도 되는지, 그 요구 자체와 이후 대응이 법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지워준다는 약속은 요구를 이어가기 위한 구실일 뿐, 지켜졌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삭제 여부를 검증할 수 없는 이상, 요구에 응할수록 상대의 통제력만 커집니다.

상대가 “지워준다”고 말하는 순간, 그 말이 지켜졌는지 확인할 방법은 사실상 없습니다. 파일은 이미 상대의 휴대전화, 클라우드, 메신저 서버, 경우에 따라 제3자에게까지 전달된 상태일 수 있고, 그중 하나를 “삭제했다”며 보여준다 해도 나머지 복제본까지 지워졌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요구에 한 번 응하는 순간, 상대에게는 다음 요구를 위한 소재가 하나 더 생긴다는 점입니다. 실제 상담 사례를 보면 “한 번만 더”라는 말을 믿고 응한 이후 오히려 요구 주기가 짧아지고, 요구하는 내용의 수위도 높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우연이 아니라 협박·강요 범죄의 전형적인 구조입니다. 가해자 입장에서는 피해자가 한 번이라도 요구에 응한 전례가 생기면, 이후 신고 가능성에 대한 피해자의 심리적 저항까지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 이를 반복적으로 이용합니다.

“지워준다”는 말은 다음 요구를 위한 구실일 뿐, 응할수록 상대의 통제력만 커집니다.


2. 그 요구 자체가 이미 협박죄를, 응하면 강요죄까지 완성시킵니다

촬영물의 존재를 언급해 공포심을 일으키는 순간, 직접 보여주지 않아도 범죄는 성립합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3 제1항은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촬영물 또는 그 복제물을 이용하여 사람을 협박한 자를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지워줄 테니 하나만 더 보내라”는 말 뒤에는 “안 보내면 그동안 받은 것을 유포하겠다”는 해악의 고지가 숨어 있고, 이것만으로도 이미 이 조항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은 “상대가 실제로 사진을 다시 보여주거나 유포한 적은 없다”는 사정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요건을 폭넓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촬영물 등을 이용하여’는 ‘촬영물 등’을 인식하고 이를 방편 또는 수단으로 삼아 협박행위에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실제로 촬영, 제작, 복제 등의 방법으로 만들어진 바 있는 촬영물 등을 방편 또는 수단으로 삼아 유포가능성 등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의 해악을 고지한 이상 죄는 성립할 수 있고, 반드시 행위자가 촬영물 등을 피해자에게 직접 제시하는 방법으로 협박해야 한다거나 협박 당시 해당 촬영물 등을 소지하고 있거나 유포할 수 있는 상태일 필요는 없다(대법원 2024. 5. 30. 선고 2023도17896 판결).

즉 상대가 촬영물을 다시 보여주지 않았더라도, 이미 존재하는 촬영물의 존재를 넌지시 언급하며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의 말을 했다면 그 자체로 협박죄가 완성됩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협박에 못 이겨 실제로 사진이나 영상을 추가로 보냈다면, 이는 협박으로 인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된 경우에 해당해 같은 법 제14조의3 제2항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적용되는 촬영물등이용강요죄로 형이 더욱 무거워집니다.

“지워줄 테니 한 번 더”라는 말 자체가 협박이고, 그 요구에 응하면 형이 더 무거운 강요죄로 넘어갑니다.


3. 새로 보낸 촬영물이 무엇을, 어떻게 찍은 것인지에 따라 혐의가 겹겹이 쌓입니다

협박에 쓰인 자료의 실체를 확인하는 작업이 사건 초반의 방향을 정합니다.

최초 촬영물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따라 상대에게 적용되는 혐의는 크게 달라집니다. 피해자 모르게 몰래 촬영된 것이라면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의 카메라등이용촬영죄(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가, 얼굴이나 신체를 합성한 영상이라면 제14조의2의 허위영상물 편집·반포등 죄(역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가 별도로 성립합니다.

실제로 유포까지 이루어졌다면 제14조 제2항 또는 제14조의2 제2항의 반포죄가 협박·강요죄와 함께 문제 되고, 영리를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유포했다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까지 가능합니다. 피해자가 미성년자라면 여기에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가중처벌과 신상정보 등록·공개 등 별도 절차까지 더해집니다.

다만 협박에 쓰인 “촬영물”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피해자 본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 맞는지는 별개로 확인해야 할 문제입니다.

‘촬영물 등’이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면 ‘촬영물 등’을 이용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그 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25. 6. 12. 선고 2024도14039 판결).

즉 상대가 언급한 자료가 실제로는 다른 사람의 영상이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허위의 협박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형법상 협박죄나 공갈죄 등 다른 죄책은 남을 수 있지만, 촬영물등이용협박죄가 적용되는지는 그 자료의 실체를 확인해야 판단할 수 있어 초기 상담에서 대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몰래 찍은 것인지, 합성인지, 실제 유포로 이어졌는지에 따라 적용 조문과 형량이 달라집니다.


4. 요구에 응하지 않아도, 오히려 가해자 쪽의 처벌 위험이 훨씬 큽니다

협박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반복되면 형량은 누적되어 무거워집니다.

앞서 본 것처럼 촬영물등이용협박죄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기본형이고, 협박에 못 이겨 피해자가 실제로 요구에 응하면 촬영물등이용강요죄로 3년 이상의 유기징역까지 올라갑니다. 여기에 상습으로 반복했다면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3 제3항에 따라 그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됩니다.

실제로 유포까지 이루어지면 반포죄(7년 이하의 징역)가 별도로 성립해 강요죄와 함께 처벌되고, 요구가 한 번에 그치지 않고 몇 주, 몇 달에 걸쳐 반복되면 각 요구가 누적되어 실제 선고 형량은 기본형보다 훨씬 무거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형이 한층 더 무거워지고, 요구가 반복되었거나 피해자가 여러 명으로 확인되면 검찰 단계에서부터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사례도 드물지 않습니다.


5. 신고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무엇보다 먼저, 대화 내용과 파일을 지우지 말고 그대로 보존해야 합니다.

촬영물을 이용한 협박·강요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사이버수사팀) 신고 → ②피해자 진술 및 증거자료 제출, 필요 시 가해자 특정을 위한 수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요구가 반복되었거나 피해자가 여러 명인 경우에는 구속 수사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상대의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무작정 요구에 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1. 주고받은 대화 내용, 상대가 보낸 협박 메시지, 아이디·전화번호·계좌 등 상대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삭제하지 말고 화면 캡처와 원본 파일로 모두 보관합니다.

  2. 추가 요구에는 응하지 말고 대화를 중단하되, 끊기 전에 상대의 프로필·계좌 등 확보 가능한 정보는 최대한 남겨둡니다.

  3. 경찰 신고와 함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삭제 지원을 함께 신청해, 이미 퍼진 자료가 있다면 확산을 최대한 막습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다면, 형사 고소와 함께 실제로 자료가 삭제·차단되도록 하는 절차를 동시에 진행해 피해 확산을 줄일 수 있습니다.


마치며

이런 요구를 받는 분들은 “애초에 내가 보낸 사진이니 나도 할 말이 없다”는 자책감 때문에, 혹은 신고하면 오히려 사진이 더 퍼질까 두려운 마음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직 요구에 응하지 않고 버티고 계신 분이라면, 지금까지의 대화와 자료를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가장 먼저입니다. 감정적으로 상대와 협상하려 하기보다, 증거를 남기고 전문가와 함께 신고 시점과 방법을 정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이미 요구에 못 이겨 추가로 보내버리신 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응했다는 사정이 피해자로서의 지위를 흔들지 않으며, 지금부터라도 대화를 중단하고 자료를 확보하면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습니다.

저는 협박에 시달리며 신고를 고민하는 피해자와, 이미 요구에 응한 뒤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뒤늦게 찾아오신 의뢰인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대응이 하루 늦어질수록 상황이 얼마나 더 어려워지는지를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한 번만 더”라는 말에 흔들리고 계시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더 늦기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지워준다는 말을 믿고 한 번 더 보내면 정말 지워주나요?

A. 지켜지는 경우는 드뭅니다. 파일이 이미 여러 곳에 복제되어 있을 수 있고, 실무상 요구에 응한 뒤 오히려 요구 주기가 짧아지는 사례가 많아 권해드리지 않습니다.

Q. 제가 먼저 사진이나 영상을 보낸 것도 처벌 대상인가요?

A. 스스로 촬영해 상대에게 보낸 행위 자체는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문제는 그것을 상대가 협박의 수단으로 쓰는 부분이며, 이 경우 보낸 사람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입니다.

Q. 이미 추가로 사진을 보내버렸는데, 지금이라도 신고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요구에 응했다는 사정이 협박·강요 피해자로서의 지위를 없애지 않으며, 오히려 강요죄 성립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될 수 있습니다.

Q. 상대가 익명 계정이라 누군지 모르는데 신고가 의미 있나요?

A. 대화 내역, 접속 정보, 송금 계좌 등을 통해 특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원을 모르더라도 자료를 최대한 보존한 상태로 사이버수사팀에 신고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Q. 상대가 실제로 유포하면 어떻게 되나요?

A. 반포까지 이루어지면 협박·강요죄와 별도로 반포죄(7년 이하의 징역)가 성립하고,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영리 목적 유포라면 형이 더욱 무거워집니다. 유포 정황이 확인되면 즉시 삭제 지원과 신고를 병행해야 합니다.

Q. 피해자가 미성년자라면 무엇이 달라지나요?

A.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가중처벌되고, 신상정보 등록·공개 등 성인 사건보다 엄격한 절차가 함께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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