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의 블랙아웃으로 준강간죄 혐의를 받았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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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의 블랙아웃으로 준강간죄 혐의를 받았을 때 

박석주 변호사

■ 준강간죄의 특성

[형법]
제299조(준강간)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 자는 제297조의 예에 의한다.
제297조(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준강간죄는 폭행이나 협박 등의 유형력의 행사가 없더라도 이미 존재하고 있는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한 범죄가 성립되기 때문에, 당시 피해자의 실제 상태에 따라 유·무죄 여부가 크게 갈리는 범죄입니다.



□ 심신상실


: 심신상실’이라 함은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경우에 제한되지 않고, 잠시 수면 중이거나 일시적으로 정신을 잃은 경우도 포함된다.


□ 항거불능

: ‘항거불능의 상태’라 함은 형법상 강간죄 등과의 균형상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 때문에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한다.

■ 술 때문에 발생하는 성범죄, 준강간

실무상 상대방이 잠을 자고 있거나 술에 취해있는 상태에서 관계를 가졌을 때 준강간 사건이 문제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즐거웠던 술자리가 잠자리까지 이어진 경우, 가해자 측은 상대가 관계에 있어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고 생각하게 되는 때가 많은데 막상 피해자는 "관계에 동의한 적 없고, 당시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의 상태였다"라며 신고나 고소를 진행합니다. 더욱이 서로 술에 많이 취해 사실관계가 부정확한 상황이라면, 둘 중 어느 사람의 진술도 믿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사건은 더욱 불거지게 됩니다. 


법원은 사건을 판단하기 위해 당사자의 진술 등을 포함한 직접 증거부터 둘의 관계, 목격자 진술, CCTV 영상, 문자메시지 등 다양한 간접 증거를 종합해 당시 상황을 파악합니다. 술에 잔뜩 취해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라면 보통 '심신상실'이라고 보기는 하나, 사실상 이는 명확한 기준이 없는 주관적 판단영역이고, 때문에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적극적 조사를 통해 피해자의 당시 상태를 파악해보는 것이죠. 


이 때문에, 얼핏 보기엔 매우 비슷해 보이는 사건들이라도 사안에 따라 각자 다른 판결이 내려지기도 합니다.

■ 블랙아웃 현상 배제할 수 없어 


일례로, 피해자가 술에 만취해 당시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이른바 '블랙아웃' 상태라면,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로 볼 수만은 없다는 판결이 있기도 했습니다. 피해자가 당시에는 의식을 갖고 관계를 가졌고, 이후 과음의 부작용으로 인해 단기 기억상실에 빠졌을 수도 있다는 판단입니다.

피해자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스스로 행동한 부분도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피해자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성관계에 응하였다는 취지의 피고인의 일관된 변호사 거짓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성관계를 비롯한 술에 취한 당시의 상황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과의 성관계 등의 행동이 피해자가 의식이 있을 때 이루어졌음에도 나중에 기억해내지 못하는 것으로, 주취에 따른 일시적 기억상실증인 블랙아웃 증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울고등법원 2015. 1. 31. 선고 2014노 3517 판결]


흔히, 음주 후 ‘필름이 끊긴다’고 표현되는 단기 기억 상실 상태를 의학 용어로 ‘블랙아웃’이라 합니다. 의식이 아주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대개 목적적이고 자발적인, 그리고 비교적 어려운 행위들까지도 수행할 수 있는 상태인데, 단지 술이 깨고선 음주 중 일어난 행동을 기억하지 못할 뿐입니다. 그러나 음주 직전에 습득한 정보나 그전부터 가지고 있는 장기적 기억엔 큰 영향이 가지 않습니다. 따라서 음주 안팎으로 잠깐 동안의 행동을 유지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상대방은 그 사람이 현재 기억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잘 의식하지 못하고 오로지 '정상 상태'라고 판단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종합하자면, 상대의 상태에 따라 피의자로써도 동의나 합의가 있었던 상태라고 충분히 착각할 수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행위 당시 피해자의 심신상실 상태가 입증되어 사실상 준강간이 인정되는 상황이라면, 역으로 '피해자가 블랙아웃 상태였다'라고 주장하며 준강간죄의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 직접적 증거 확보가 필수

피해자가 블랙아웃 상태라고 주장하기 위해선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자료가 충분해야 합니다. 서로 합의했던 정황증거도 없이 무작정 '피해자가 필름이 끊겼다'라고 주장한다면 이는 오히려 '동의 없는 성관계'로 인한 기타 다른 성범죄 혐의가 씌워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때 두 사람이 함께 걷는 모습이 촬영된 CCTV가 중요 객관 증거가 됩니다. 위에 나온 판결도 '블랙아웃'은 간접적 증거자료에 해당할 뿐, 실제 무죄 판결에 영향을 준 것은 CCTV 화면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A 씨는 B 씨가 스스로 모텔 객실로 걸어들어가는 CCTV 장면 등도 무죄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이같이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자신의 행동도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피해자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성관계에 응했다는 피고인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대법원까지 갔던 래퍼 정상수 준강간 사건의 무죄 판결도 CCTV 증거자료가 큰 역할을 했다는 중론이 많습니다.



1,2심 재판부는 "폐쇄 회로(CC) TV 영상 등을 볼 때 피해자가 얼굴 위로 흘러내린 머리카락 귀 뒤로 넘겨 고정하는 등 (잠결에 무의식적으로 할 수 없는 세밀한 동작) 팔이나 목을 가누지 못하는 모습이 아니었다"라며 "피해자가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로 볼 수 없다"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결이 법리 오해가 없다며 무죄를 확정 판결했다.


따라서, 합의가 있었다 판단하고 관계를 맺은 상태에서 준강간죄로 수사를 받는다면, 수집 가능한 증거를 최대한 확보해 피해자의 의식 상태를 다퉈보고, 그런 다음 피해자의 기억이 왜곡되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해 무죄 판결을 이끌어내야 할 것입니다. 


■ 나가며

준강간죄는 피해자에 대한 폭행 또는 협박이 없었다는 점에서 강간죄보다 죄의식이 덜 할 수 있으나, 준강간죄 역시 강간죄에 준하는 중범죄로 벌금형이 따로 규정돼 있지 않고 징역형만 규정되어 있습니다. 만일 유죄판결을 받게 되면 선고에 따르는 실형뿐만 아니라 신상정보 등록의 대상으로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도 뒤따를 수 있어 쉽게 볼 사안은 아닙니다. 


따라서 부당하게 준강간죄 혐의에 휘말렸다면, 무엇보다 초기 수사 단계부터 성범죄 사건 수임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를 선임해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변호사를 통해 충분한 증거를 수집하고 논리적인 진술을 펼쳐 무혐의 및 기소유예 처분을 이끌어내는 게 현명한 대응법입니다.



법무법인 오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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