룽고엔터테인먼트는 2018년 라인게임즈에 1,250억원을 투자해 지분 27.6%를 확보했다. 이후 룽고 측은 라인야후가 주주간계약상 경업금지의무를 위반했다며 2023년 풋옵션을 행사하고 2,235억원 규모의 주식매매대금 청구소송을 냈다. 그러나 2025년 1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풋옵션 행사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해 룽고 측 청구를 기각했고, 룽고는 항소해 다음달 9월에 서울고법에서 항소심 첫 변론이 열린다. 그 사이 라인게임즈가 저가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룽고 측 지분율은 21.4%에서 0.5%로 급락한 바 있다. 경업금지 위반으로 인한 풋옵션 분쟁은 스타트업도 예외가 아니다. 투자계약 및 주주간계약상 경업금지·겸직금지 위반 분쟁의 유형과 실제 제재 수위를 설명해드리겠다.
주주 간 계약에서 경업금지·겸직금지 조항이 중요한 이유
주주 간 계약에서 경업금지·겸직금지 조항이 왜 중요할까? 주주간계약은 공동창업자 사이 뿐만 아니라 투자자 관계에서도 지분율만큼이나 신경 써야 할 핵심 문서다. 그 중에서도 경업금지·겸직금지 조항은 창업자나 대주주가 회사와 경쟁하는 사업을 직접 하거나 동종 회사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막는 장치다. 초기 스타트업은 소수의 창업자가 사업의 전부인 경우가 많아, 한 명만 이탈해 유사 사업을 시작해도 회사의 존립이 흔들린다. 그런데 창업자가 동시에 이사 지위를 갖고 있다면 문제는 계약 위반에 그치지 않는다. 상법상 이사는 이사회 승인 없이 회사의 영업부류에 속한 거래를 하거나 동종영업 목적의 다른 회사 이사가 될 수 없고, 회사의 사업기회를 자신이나 제3자를 위해 이용해서도 안 된다. 즉 경업 및 겸업금지 위반은 계약책임과 회사법상 책임이 동시에 발생하는 "이중 리스크" 영역이다.
경업금지·겸직금지 위반 시 실제 책임
그렇다면 실제 위반 사례는 어떤 모습일까. 서울중앙지방법원 사건(2021가합577954)에서 공동창업자 겸 이사였던 피고들은 재직 중 별도 법인을 차려 회사와 같은 업종의 입찰에 직접 참가해 도급계약을 따냈다. 사전 서면동의도 받지 않았다. 법원은 이를 겸업금지약정 위반으로 보아 피고 개인당 3억원씩 위약금 지급을 명함과 동시에, 이사로서 경업금지·사업기회 유용금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까지 인정했다. 손해액은 상실된 매출 감소분에 순이익률을 곱해 산정한 뒤 70%로 책임을 제한했고, 위반 직후 매출이 급증한 정황 등을 들어 감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위약금 조항은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
위약금 조항의 설계도 실무상 중요하다.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위약금은 원칙적으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며, 별도의 손해배상 조항이 있어 이중배상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위약벌로 해석될 수 있다고 한 바 있다(2018다248855). 손해배상예정은 법원이 직권으로 감액할 수 있지만, 위약벌은 민법 제398조 제2항의 감액 대상이 아니고 공서양속 위반 여부에 따라 무효로만 통제된다. 투자계약과 함께 경업금지약정을 맺었던 창업자가 퇴사 후 동종 여성의류 온라인쇼핑몰을 직접 운영한 사안이 대표적이다. 법원은 계약서상 "위약벌"이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조항의 실질을 손해배상예정으로 보아 7,800만원대 예정액을 2,000만원으로 감액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가합554593).
풋옵션·콜옵션은 위반의 중대성이 핵심
풋옵션·콜옵션이 걸린 사안은 더 예민하다. 룽고-라인야후 사건이 그 예다. 법원은 경업금지 위반이 있더라도 단순한 부수적 채무 위반만으로는 부족하고, 계약 목적 달성을 해칠 정도의 "주된 채무의 중대한 위반"이어야 풋옵션이 발생한다고 엄격하게 해석했다. 반면, 다른 사건에서 법원은 퇴사금지 위반이라는 명확한 사유를 갖춘 콜옵션의 효력과 행사통지를 그대로 인정해 주식양도의무를 확정한 경우도 있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가단5414666).
계약서 문구가 분쟁의 결과를 가른다
결국 창업자 입장에서 관건은 "위반의 존재"가 아니라 "위반의 중대성"과 "조항의 설계"다. 창업자라면 계약서에 위약벌과 손해배상 조항이 중복되지 않는지, 풋옵션 발동 요건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지 않은지 점검해야 한다. 반대로 투자자·동업자 입장에서 경업금지 위반을 옵션 행사사유로 못박고 싶다면, 그 위반이 "중대한 위반"에 해당함을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정의해 둘 필요가 있다. 룽고-라인야후 사건의 항소심 결론도 결국 이 지점에서 갈릴 것이다. 계약서 문구 하나가 수천억원의 향방을 가른다는 점에서, 주주간계약은 “잘 헤어짐”을 위한 이별의 매뉴얼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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