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엔지켐생명과학, 퀀타매트릭스, 웰크론 등 코스닥 상장사들이 잇따라 정관에 황금낙하산 조항을 신설하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황금낙하산은 통상 상장사의 적대적 M&A 방어수단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무에서는 비상장 스타트업의 창업자와 투자자 사이에서도 유사한 장치가 설계되곤 한다. 오히려 투자자가 이사회를 장악하기 쉬운 지배구조 특성상, 스타트업에서 황금낙하산이 갖는 실무적 함의는 상장사 못지않게 크다. 황금낙하산의 의의와 스타트업에서의 활용, 그리고 창업자 투자자 각자가 주의해야 할 법적 쟁점을 짚어본다.
황금낙하산이란 무엇인가
황금낙하산 golden parachute이란 경영진이 해임되거나 직위를 상실할 때 거액의 퇴직금 위로금 스톡옵션 조기행사 등을 보장하는 약정이다. 상법 제388조에 따라 이사 보수는 정관 또는 주주총회 결의로 정해야 하므로, 황금낙하산도 상법의 틀 안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경영진이 해임 불안 없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인수자에게는 인수 후 지급해야 할 보상비용을 키워 적대적 M&A 시도 자체를 억제하는 효과를 노린다.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을 활용한 포이즌필 poison pill과 함께 대표적인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꼽히지만, 국내법상 근거가 없는 포이즌필과 달리 황금낙하산은 정관 변경 등만으로 도입할 수 있어 국내에서 자주 활용되고 있다.
비상장 스타트업에서도 의미가 있을까
적대적 M&A가 일어나기 어려운 비상장 스타트업에게도 황금낙하산이 의미가 있을까? 시리즈 C, D와 같이 투자유치가 거듭될수록 창업자 지분율은 희석되고, 이사회 구성도 투자자 측으로 기우는 경우가 많다. 이때 창업자가 오히려 소수주주로 전락하고, 후속 투자자나 인수자가 이사회를 장악해 창업자를 정당한 사유 없이 해임할 위험이 있다. 이에 대비하여 창업자는 주주간계약서나 임원 계약서에 예를 들어 “회사의 지배권이 변동된 날로부터 12개월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되는 경우, 잔여 임기 급여 및 12개월분 급여를 위로금으로 지급하고 미행사 스톡옵션은 즉시 베스팅한다”는 형태의 조항을 두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른바 이중조건형 Double Trigger 설계로, 단순히 지배권만 바뀌었다고 해서 발동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해임 직무축소가 뒤따라야 지급되도록 한 것이다. 상장사의 적대적 M&A 방어 목적과 달리, 스타트업에서는 창업자의 초기 헌신에 대한 보상이자 투자유치 이후 발생할 수 있는 경영권 상실 리스크 헤지 차원으로 볼 수 있다.
창업자가 황금낙하산 조항을 설계할 때 주의할 점
황금낙하산 조항을 설계할 때 창업자는 어떤 부분을 주의해야 할까? 첫째, 상법 제388조상 정관 주주총회 결의 없이 이사회 결의나 근로계약서만으로 거액의 위로금을 약정하면 절차 하자로 무효 주장에 노출될 수 있다.
둘째, 관련 대법원 판결에서 이사 보수가 회사 규모 재직기간 기여도에 비추어 “현저히 균형을 잃을 정도로 과다”하면 반환청구 대상이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2015다213308. 자본잠식 상태의 초기 스타트업이 창업자에게 과도한 액수를 약정하면 오히려 배임 시비에 휘말릴 수 있으므로, 업계 수준과 재무상태를 반영한 합리적 설계가 필요하다.
셋째, 투자계약서상 이해관계인 조항 경업금지 처분제한 사전동의권 등과 충돌하지 않는지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투자자와 인수자도 실사 단계에서 확인해야 한다
투자자 및 인수자 입장에서도 대상 스타트업 실사 단계에서 정관, 임원 근로계약서, 주주간계약서에 숨어 있는 황금낙하산 조항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뒤늦게 발견되면 인수비용이 급증하거나 딜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특히 동반매각요구권 Drag-Along이나 투자자 사전동의권 행사와 위로금 지급 조건이 상충하는 경우 우선순위를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 또한, 주식매매계약 SPA상 진술 및 보장 조항에서 “황금낙하산을 포함한 우발채무가 없다”는 내용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
※ 이 글은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법률 자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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