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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회생절차 개시신청, 기존 대표 경영권 유지 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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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회생절차 개시신청, 기존 대표 경영권 유지 요건 

김상훈 변호사

매출이 무너지고 은행 대출 상환일이 코앞인데도, 정작 대표님들이 회생절차 신청을 망설이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법정관리 들어가면 회사 뺏긴다"는 말 때문입니다. 법원이 낙하산으로 관리인을 내려보내 대표이사 자리를 빼앗고, 직원들도 새 관리인 지시를 따라야 한다는 인식이 여전히 퍼져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회생절차는 그렇게 설계돼 있지 않습니다. 원칙은 오히려 정반대이고, 경영권이 흔들리는 경우는 정해진 사유가 있을 때뿐입니다. 문제는 그 사유가 무엇인지, 신청 전에 무엇을 준비해야 안전한지를 정확히 모른 채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개시신청 자격부터 관리인 선임까지, 경영권이 걸리는 지점

회생절차는 크게 두 단계로 나뉩니다. 법원에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하는 단계와, 법원이 개시 결정을 하면서 관리인을 선임하는 단계입니다. 경영권 문제는 정확히 이 두 번째 단계, 즉 "누가 관리인이 되는가"에서 갈립니다.

개시신청 자체는 채무자회생법 제34조에 따라 법인이 사업의 계속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지 아니하고는 변제기에 있는 채무를 변제할 수 없거나, 파산의 원인이 될 사실이 생길 염려가 있을 때 할 수 있습니다. 신청권자도 대표이사 본인만이 아닙니다. 자본의 10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채권을 가진 채권자나, 같은 비율의 주식·지분을 가진 주주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즉 대표이사가 주저하는 사이 채권자나 소액주주가 먼저 신청서를 낼 수도 있다는 뜻이고, 이 경우 방어적으로라도 회사 측 입장을 정리해 둘 필요가 커집니다.

여기서 많은 대표님들이 놓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신청 자체는 경영권과 무관합니다. 회사가 신청하든 채권자가 신청하든, 법원이 개시 결정을 내리면서 관리인을 정할 때 비로소 "기존 대표가 계속 회사를 맡을 것인가"가 결정됩니다. 그리고 이때 법이 정한 원칙은 기존 경영자 유지입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관리인 선임의 원칙과, 경영권을 빼앗기는 세 가지 예외

채무자회생법 제74조는 법원이 회생절차개시결정과 동시에 관리인을 선임하도록 하면서도, 원칙적으로 법인인 채무자의 대표자를 그대로 관리인으로 선임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흔히 기존 경영자 관리인 제도(DIP, Debtor In Possession)라 부릅니다. 2006년 통합도산법 시행 이후 자리 잡은 원칙으로, 회생절차 신청이 곧 경영권 상실을 의미하던 옛 회사정리법 시절의 인식과는 다릅니다. 실무상으로도 별도의 관리인을 선임하지 않고 대표자를 법률상 관리인으로 간주하는 관리인 불선임 결정이 널리 쓰입니다 — 이 경우 형식적인 선임 절차조차 없이 대표이사가 종전과 같은 직함으로 회사를 계속 이끕니다.

다만 이 원칙에는 명확한 예외가 있고, 여기가 실제 분쟁의 핵심입니다. 회사의 재정적 파탄의 원인이 대표이사 등 이사나 지배인의 재산 유용·은닉, 또는 중대한 책임이 있는 부실경영에 있는 경우에는 법원이 제3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경영을 잘못해서 회사가 어려워졌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시장 상황 악화, 매출 감소, 무리한 투자 실패처럼 통상적인 경영 판단의 결과는 배임·횡령과 다릅니다. 법이 문제 삼는 것은 회사 재산을 빼돌리거나 숨기는 행위, 배임·횡령처럼 위법성이 있는 행위가 재정 파탄의 원인이 됐는지입니다. 이 밖에도 채권자협의회가 상당한 이유를 들어 교체를 요청하거나, 법원이 회생에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도 제3자 선임으로 이어질 수 있어, 채권자와의 관계 관리 역시 경영권 유지의 변수가 됩니다.

이 판단에서 실제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법원이 선임하는 조사위원입니다. 조사위원은 개시 전후로 회사의 재무 상태를 실사하고, 대표자나 임원의 배임·횡령 여부, 자금 유용 정황을 조사해 법원에 보고서를 제출합니다. 법원은 이 보고서를 근거로 관리인 유지 여부를 판단하므로, 조사위원 조사 단계에서 어떤 자료가 제출되고 어떻게 소명되는지가 사실상 경영권의 향방을 가릅니다. 관리인으로 유지되더라도 완전한 자유가 주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제61조에 따라 관리인이 회사 재산을 처분하거나 자금을 차입하는 등 법원이 정한 행위를 하려면 사전에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허가 없이 한 행위는 무효가 됩니다. 즉 경영권 유지는 종전과 동일한 독립 경영이 아니라, 법원의 감독 아래 놓인 경영권 유지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제3자 관리인으로 교체되면 실무적으로 잃는 것도 구체적입니다. 외부에서 선임되는 제3자 관리인은 통상 회계법인·법무법인 출신 전문가로, 회사의 거래처 관계나 현장 사정을 새로 파악하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들어갑니다. 그 사이 거래처 이탈이나 핵심 인력 유출이 이어지기 쉽고, 제3자 관리인에게 지급되는 보수 역시 회사 재산에서 지출되어 결과적으로 회생채권자들에게 돌아갈 변제 재원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법원이 원칙적으로 기존 경영자를 유지시키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 경영 노하우와 거래 관계를 그대로 살려야 회생계획의 이행 가능성 자체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뒤집어 말하면, 대표이사 본인이 재정 파탄에 위법하게 관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분명히 소명할수록 법원 입장에서도 굳이 이 이점을 포기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신청 전 소명자료부터 조사위원 대응까지

경영권을 지키는 싸움은 신청서를 내는 순간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시작됩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다음 순서로 준비합니다.

  • 재정 파탄의 원인이 위법행위가 아님을 보여주는 자료부터 정리 — 최근 3~5년치 재무제표·세무조정계산서, 자금 흐름을 보여주는 통장 거래내역, 주요 계약서와 손실 원인을 설명하는 내부 보고자료를 미리 정리해 둡니다. 재정 악화가 시장 상황이나 특정 거래처 부도처럼 통상적인 경영 위험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조사위원 조사 전에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신청 전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 활용을 검토 — 법원이 개시 여부 판단을 보류한 채 포괄적 금지명령과 보전처분으로 개별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막아 주는 동안, 주요 채권자와 자율적으로 구조조정 조건을 협의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협의가 성사되지 않더라도 채권자 과반의 동의가 모이면 사전계획안(P-Plan) 방식으로 넘어가 개시 이후 절차를 크게 단축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쌓인 채권자와의 협조 관계가 관리인 유지 판단에도 우호적으로 작용합니다.

  • 채권자협의회가 구성되기 전에 주요 금융채권자와 선제적으로 소통 — 채권자협의회의 교체 요청은 관리인을 바꾸는 별도 사유가 되므로,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신이 교체 요청으로 번지지 않도록 자금 상황을 먼저 설명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 조사위원 조사에 대비해 임원의 배임·횡령 관련 이력을 사전 점검 — 진행 중이거나 종결된 관련 형사·민사 사건이 있다면 그 경위와 결과를 정리해 소명 전략을 미리 세워 둡니다. 문제 될 소지가 있는 거래가 있었다면 자진 시정하거나 반환한 사실까지 함께 준비해 둘수록 조사 결과에 유리하게 반영됩니다.

  • 개시 이후 법원 허가사항 목록을 미리 숙지 — 자금 차입, 중요 재산 처분, 소 제기 등 관리인이 법원 허가 없이 할 수 없는 행위를 사전에 파악해 두어야, 절차 위반으로 인한 관리인 해임이라는 불필요한 리스크를 피할 수 있습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신청 시점이 늦어질수록 소명이 어려워지는 이유

회생절차 신청을 미루는 사이 가장 먼저 벌어지는 일은 개별 채권자의 가압류·강제집행입니다. 회사 계좌가 묶이고 주요 자산에 압류가 걸리기 시작하면, 그 시점부터는 자금 흐름 자체가 꼬여 조사위원 조사 단계에서 "재산을 유용하거나 은닉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더 쉬워집니다. 반대로 자금 사정이 아직 관리 가능한 단계에서 미리 준비된 상태로 신청에 들어가면, 재정 파탄의 원인이 통상적인 경영상 어려움이었다는 점을 훨씬 수월하게 보여줄 수 있습니다.

법인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검토하고 계시다면, 경영권 유지 여부를 좌우하는 것은 신청 그 자체가 아니라 신청 전 준비 상태라는 점을 먼저 살펴보시고, 조사위원 조사와 채권자협의회 대응까지 염두에 둔 순서로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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