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과 이별한 후 슬픔을 추스르기도 전에, 경찰로부터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죄)으로 고소가 접수되었으니 조사받으러 나오라"는 연락을 받게 된다면 온몸이 굳어버릴 만큼 당혹스러우실 겁니다. "연인 사이에 합의하고 찍은 건데 왜 문제가 되지?", "헤어지니까 앙심을 품고 거짓말을 하는 건가?" 억울한 마음이 앞서겠지만, 성범죄 사건은 감정적인 호소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특히 카메라등이용촬영죄(이하 카촬죄)는 초기 대응, 즉 '첫 경찰 조사'에서 어떤 태도와 진술을 하느냐에 따라 기소 여부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늘은 전 여자친구에게 카촬죄로 고소당했을 때, 경찰 조사를 어떻게 준비하고 진술해야 하는지 단계별 핵심 가이드를 전해드립니다.
1. 카촬죄 성립의 핵심 기준: '동의'와 '성적 수치심'
우선 내가 처한 상황을 냉정하게 파악하기 위해 법적 기준을 알아야 합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에 따른 카촬죄는 다음과 같은 경우에 성립합니다.
촬영 당시 동의가 없었던 경우: 상대방 모르게 나체, 신체 부위, 성관계 장면 등을 촬영한 경우 당연히 처벌 대상입니다.
촬영에는 동의했으나, 유포·유출한 경우: 연인 시절 합의하에 촬영했더라도, 이별 후 화가 난다는 이유로 이를 타인에게 전송하거나 인터넷에 올리면 더 무겁게 처벌받습니다.
촬영 당시에는 동의했으나,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소지·범행한 경우: 최근에는 촬영 동의 여부만큼이나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를 촬영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만약 전 여친이 "나는 찍는 줄 몰랐다"거나 "지우라고 했는데 안 지웠다"고 주장하며 고소했다면, 경찰은 고소인의 진술을 바탕으로 수사를 시작합니다.
2. 경찰 전화를 받았을 때의 '첫 단추' 끼우기
경찰서에서 전화가 오면 누구나 당황해서 하지 말아야 할 실수를 합니다. 전화 통화 단계부터 주의해야 할 점입니다.
① 출석요구에 바로 응할 필요는 없습니다.
경찰은 당장 내일이나 이번 주 내로 나오라고 압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가는 것은 호랑이 굴에 맨몸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습니다. "현재 경황이 없고 변호인 조력을 받거나 일정을 조율해야 하니, 1~2주일 뒤로 조사 일정을 잡아달라"고 정중히 요청하십시오. 피의자에게는 방어권 행사를 위해 일정을 조율할 권리가 있습니다.
② 고소장 정보공개청구는 필수입니다
내가 정확히 '어떤 날짜에, 어떤 사진/영상으로, 어떻게 촬영해서' 고소당했는지 모른 채 조사를 받으면 횡설수설하게 됩니다. 정부24 또는 정보공개포털을 통해 '고소장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해 고소 요지를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수사기관이 거부하지 않는 한, 조사 전에 고소장의 핵심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③ 전 여친에게 섣불리 연락하지 마세요
억울하다고 해서 전 여친에게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냐", "사진 다 지울 테니 고소 취하해달라"며 전화하거나 카톡을 보내는 행위는 절대 금물입니다. 이는 합의 강요, 협박 또는 증거인멸 시도로 비춰져 구속 사유가 되거나 혐의를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습니다. 모든 소통은 기록으로 남으므로 극도로 조심해야 합니다.
3. 경찰 조사를 앞두고 반드시 확보해야 할 증거
카촬죄는 객관적인 물증과 정황 증거의 싸움입니다. 무죄를 주장하든, 혐의를 인정하고 선처를 구하든 아래 자료들을 미리 수집해야 합니다.
카카오톡 및 대화 록: 촬영 전후로 "어제 찍은 영상 보내줘", "자기야 우리 동영상 볼까?" 등 촬영을 인지하고 있었거나 거부감이 없었음을 증명할 수 있는 대화 내용이 있다면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촬영 당시의 정황: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거나, 삼각대를 대놓고 설치했다거나, 거울을 통해 촬영하는 등 상대방이 촬영 사실을 알 수밖에 없었던 정황을 정리해 두세요.
휴대폰 내부 데이터 관리: 억울하다고 해서 사진을 급하게 지우면 '디지털 포렌식' 과정에서 증거인멸 의도로 파악되어 매우 불리해집니다. 임의로 데이터를 조작하지 말고 그대로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4. 실제 경찰 조사(피의자 신문) 시 행동 지침
① 일관된 진술 유지
경찰은 유도신문을 하거나, 과거 기억의 허점을 파고들 것입니다. 첫 조사 때 했던 말과 두 번째 조사 때 했던 말이 달라지면, 수사관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기억이 안 나는 부분은 솔직하게 "오래전 일이라 정확히 기억나지 않으니 확인 후 말씀드리겠다"고 해야지, 소설을 쓰듯 추측성 답변을 해서는 안 됩니다.
② 임의제출 요구와 디지털 포렌식 대비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휴대폰을 제출하라고 요구할 것입니다(임의제출). 카촬죄 수사에서 휴대폰 압수와 디지털 포렌식은 필수 과정입니다. 만약 고소당한 건 외에 다른 불법 촬영물이 나오면 '여죄'가 추가되어 걷잡을 수 없이 형량이 무거워집니다. 포렌식 과정에는 변호인과 함께 참관하여 고소 내용과 관련 없는 사생활 영역까지 과도하게 탈탈 털리는 것을 방지해야 합니다.
③ 피의자 신문조서 꼼꼼히 확인하기
조사가 끝나면 수사관이 타자 친 '피의자 신문조서'를 읽어보라고 줍니다. 이때 문맥상 내가 하지 않은 말이 적혀있거나, 뉘앙스가 나에게 불리하게 왜곡되어 있다면 반드시 수정 요구를 해야 합니다. 내가 사인하고 지장을 찍는 순간, 그 조서는 재판까지 가는 최종 증거가 됩니다.
5. 무죄 주장 vs 혐의 인정, 방향성을 확실히 해야
많은 분들이 "합의된 줄 알았다"며 억울해하면서도, 무서우니까 "잘못했다"고 사과하는 모순된 태도를 보입니다.
진짜 억울한 경우 (무죄 주장): 객관적 증거(대화록 등)를 바탕으로 상대방의 묵시적·명시적 동의가 있었음을 당당하게 주장하고, 불송치(무혐의) 처분을 목표로 가야 합니다.
실제 잘못이 있는 경우 (자백 및 선처): 혐의를 부인하다가 포렌식으로 증거가 나오면 괘씸죄가 추가됩니다. 이때는 초기부터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문을 제출하며, 피해자와의 합의(형사 전문 변호사를 통한 안전한 합의)를 최우선으로 추진해 '기소유예'나 집행유예를 노려야 합니다.
6. 결론
성범죄 전과가 남으면 취업 제한, 신상정보 등록 등 사회적 매장을 당할 수 있는 만큼 카촬죄는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닙니다. 특히 연인 간의 카촬죄는 감정 싸움이 섞여 있어 진술의 신빙성 싸움으로 흘러가기 쉽습니다. 조사 전 고소장을 확인하고 진술 방향을 정하는 과정이 너무나 복잡하고 두렵다면, 혼자서 경찰서에 가기보다는 첫 조사부터 형사전문변호사 또는 성범죄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동석하는 것이 내 인생을 지키는 가장 현명하고 확실한 방법입니다. 지금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마시고 냉정하고 차분하게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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