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제안권 거부당하면, 가처분부터 결의취소까지 | 기업법무 | 로톡
주주제안권 거부당하면, 가처분부터 결의취소까지
법률가이드
기업법무

주주제안권 거부당하면, 가처분부터 결의취소까지 

김상훈 변호사

소수주주로서 오랫동안 회사 경영에 문제의식을 느껴온 끝에, 정기주주총회에 직접 안건을 상정해보기로 마음먹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법이 정한 지분 요건과 절차를 갖춰 서면으로 제안했는데도, 회사로부터 뚜렷한 근거 없이 "이사회에서 검토한 결과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는 답변만 돌아오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총회일이 다가올수록 시간은 촉박해지고, 이대로 총회가 끝나버리면 다음 기회는 최소 1년을 더 기다려야 합니다. 회사가 어떤 사유로 거부했는지, 그 사유가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 있는지부터 먼저 확인해야 대응 방향이 잡힙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주주제안권 요건과 회사가 함부로 거부할 수 없는 이유

주주제안권은 일정 지분을 가진 주주가 주주총회의 목적사항(의제)이나 구체적 의안을 이사에게 제안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상법 제363조의2). 비상장회사는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3 이상을 가진 주주가, 상장회사는 6개월 전부터 계속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총수의 1,000분의 10(자본금 1천억 원 이상 상장회사는 1,000분의 5)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행사할 수 있습니다.

제안은 주주총회일의 6주 전까지 서면 또는 전자문서로 이사에게 해야 합니다. 이사는 제안을 받으면 이를 이사회에 보고하고, 원칙적으로 그대로 주주총회의 목적사항으로 삼아야 하며, 제안자가 요청하면 총회에서 의안을 직접 설명할 기회까지 주어야 합니다. 즉 회사가 안건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상정을 거부할 재량은 법이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실무에서는 "이사회 방침과 맞지 않는다", "총회 안건으로 부적절하다"는 식의 포괄적 이유만 대며 상정 자체를 거절하는 사례가 반복됩니다. 이런 거부가 실제로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 있는지, 아니면 위법한 거부인지를 가려내는 것이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시행령 제12조가 정한 거부 사유의 한계와 결의취소

회사가 주주제안을 거부할 수 있는 경우는 상법 시행령 제12조가 정한 사유에 해당할 때뿐입니다. 이 조항은 열거적(제한적) 규정으로 해석되어, 여기 없는 사유로는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이 실무의 확립된 태도입니다.

  • 최근 3년 내 같은 내용의 의안이 의결권의 100분의 10 미만 찬성으로 부결됐는데 같은 내용을 다시 제안하는 경우

  • 주주 개인의 고충에 관한 사항인 경우

  • 소수주주권에 관한 사항인 경우

  • 임기 중에 있는 임원의 해임에 관한 사항인 경우

  • 회사가 실현할 수 없는 사항이거나, 제안 이유가 명백히 거짓이거나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사항인 경우

이 다섯 가지 외에 제안 내용이 법령 또는 정관을 위반하는 경우에도 거부가 가능하지만, 그 판단 기준은 엄격합니다. 발행주식총수 1,000만 주인 비상장회사를 예로 들면, 100분의 3인 30만 주 이상을 가진 주주의 제안은 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이사가 임의로 뺄 수 없고, 이를 어기고 목적사항에서 제외한 이사에게는 상법 제635조 제1항 제21호에 따라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더 실질적인 문제는 부당한 거부 상태로 총회가 그대로 열려버리는 경우입니다. 적법한 주주제안을 목적사항에서 빼놓고 진행된 총회는 소집절차 또는 결의방법이 법령에 위반한 것이어서, 그 총회에서 이루어진 결의에 대해 상법 제376조의 결의취소의 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소는 결의일로부터 2개월 이내에 제기해야 하는 제척기간이 있어, 총회가 끝난 뒤 시간을 끌면 다툴 기회 자체가 사라집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가처분과 결의취소를 총회 전후로 나눠 준비합니다

거부를 통보받았다면 총회일까지 남은 시간에 맞춰 다음 순서로 움직여야 합니다.

  • 거부 근거 서면 요구 — 회사에 시행령 제12조의 어느 호에 해당해 거부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라고 서면으로 요청합니다. 회사가 근거를 특정하지 못하거나 포괄적 사유만 댄다면, 그 자체가 위법한 거부라는 증거가 됩니다.

  • 의안상정가처분 신청 — 총회일 전이라면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으로, 회사에 해당 안건을 소집통지·공고에 포함하고 총회 목적사항으로 상정하라는 결정을 구합니다. 총회가 임박할수록 법원 심리 시간이 촉박해지므로, 거부를 통보받는 즉시 신청을 준비해야 합니다.

  • 가처분 시기를 놓쳤다면 결의취소의 소 — 이미 총회가 끝났다면 결의일로부터 2개월 이내에 결의취소의 소를 제기해, 제안을 배제한 채 이루어진 결의의 효력을 다툽니다.

  • 이사 책임 추궁 — 이사가 고의 또는 중과실로 위법하게 제안을 거부했다면 상법 제401조에 따라 회사뿐 아니라 주주 개인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앞서 본 과태료 제재와도 별개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 다음 총회 재상정 준비 — 이번 거부 사유가 시행령 제12조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절차 요건(지분·기한·서면)을 다시 갖춰 다음 총회에 재상정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총회일까지 남은 기간이 대응을 결정합니다

주주제안 거부는 총회 전이냐 후냐에 따라 쓸 수 있는 수단이 완전히 달라지고, 가처분도 결의취소의 소도 모두 기한이 정해져 있어 시간을 끌수록 선택지가 줄어듭니다.

회사로부터 안건 상정 거부를 통보받았다면 총회일까지 남은 기간부터 먼저 확인하시고, 거부 사유의 적법성과 대응 순서를 함께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김상훈 변호사가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70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