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집행자가 편파적일 때 — 해임과 감독 신청까지
사건 개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유언장이 공개되면, 그 유언장에는 대개 '유언집행자'가 지정되어 있습니다. 흔히 자녀 중 한 명, 혹은 고인과 가까웠던 지인이나 변호사가 그 역할을 맡습니다. 문제는 이 유언집행자가 모든 상속인에게 공평해야 함에도, 실제로는 특정 상속인이나 수유자 쪽에 서서 움직이는 경우입니다.
재산목록을 요청해도 차일피일 미루고, 유증 목적물 처분이나 명의이전을 유독 한쪽 상속인과 관련된 부분만 서두르며, 다른 상속인에게는 진행 상황을 알리지 않는 식입니다. 나중에 알고 보면 유언집행자가 특정 상속인의 배우자이거나 사업 동업자인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배제된 상속인 입장에서는 "이 사람이 정말 유언의 취지대로 움직이고 있는가"라는 의심을 거두기 어렵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유언집행자가 그 임무를 게을리하거나 적당하지 아니한 사유가 있다면 법원에 해임을 청구할 수 있고, 해임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 재산이 흩어지지 않도록 별도의 보전 조치도 함께 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편파적으로 보인다"는 인상만으로는 법원을 움직이기 어렵습니다. 관건은 그 편파성을 법이 정한 해임 사유의 언어로 얼마나 구체적으로 옮겨 놓았는가입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결과를 가르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유언집행자의 행위가 민법 제1106조가 정한 '임무 해태' 또는 '적당하지 아니한 사유'에 해당하는지입니다. 둘째, 유언집행자가 취임 승낙 후 지체 없이 재산목록을 작성해 상속인에게 교부해야 할 의무(제1100조)를 실제로 이행했는지입니다. 셋째, 유언집행자는 상속인의 대리인으로서 위임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어(제1103조)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와 보고의무를 지는데, 이 의무를 저버린 정황이 있는지입니다. 넷째, 해임 심판이 확정되기까지 걸리는 시간 동안 유언집행자가 재산을 처분하거나 훼손하지 못하도록 중간에 막을 장치를 확보했는지입니다.
이 네 가지는 서로 이어져 있습니다. 해임 사유를 아무리 잘 구성해도 심리 도중 재산이 이미 처분돼 버리면 해임이 인용된 뒤에도 되돌릴 수 있는 것이 남지 않습니다. 그래서 해임 청구와 감독·보전 신청은 따로가 아니라 한 세트로 준비해야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편파적 행태를 '해임 사유'의 언어로 구성하기
가장 먼저 무너지는 지점이 "편파적으로 느껴진다"는 심증을 법원이 받아들일 수 있는 사유로 바꾸는 작업입니다. 감정적 호소만으로는 라류 가사비송사건인 해임 심판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사실관계를 정리합니다.
1) 재산목록 미교부·지연을 문서로 남깁니다.
민법 제1100조는 유언집행자가 취임을 승낙한 즉시 재산목록을 작성해 상속인에게 교부하도록 정합니다.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면, 그 자체가 임무 해태의 유력한 정황이 됩니다. 재산목록 교부를 요청한 서면과 그에 대한 무응답·지연 회신을 내용증명이나 문자메시지 등 기록에 남는 형태로 확보해 두어야, 나중에 "요청받은 적 없다"는 반박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2) 정보 비대칭의 정황을 시점별로 정리합니다.
유언집행자가 특정 상속인에게만 처분 계획을 알리고 다른 상속인에게는 알리지 않았다면, 언제 누구에게 무엇을 통지했는지를 시점 순서로 정리합니다. 유언집행자는 상속인의 대리인으로 간주되어 위임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므로(제1103조), 특정 상속인에게만 정보를 제공하고 다른 상속인에게는 은폐하는 행태는 수임인의 보고의무를 저버린 것과 같은 구조로 다룰 수 있습니다. 이 비대칭이 반복적·의도적이었음을 보여줄수록 '적당하지 아니한 사유'의 무게가 커집니다.
3) 이해상충 정황을 별도로 특정합니다.
유언집행자가 특정 상속인의 배우자·동업자·채권자 등 이해관계로 얽혀 있다면, 그 관계와 그로 인해 실제로 편파적 처분·지연이 발생한 지점을 연결해 특정합니다. 단순히 "가까운 사이"라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관계가 구체적으로 어떤 처분·통지·지연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사건별로 짚어야 법원이 임무 해태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쉬워집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해임 심리 공백을 메우는 감독·보전 절차 설계
해임 사유를 아무리 탄탄히 갖춰도, 심판이 확정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그 사이 유언집행자가 재산을 처분해 버리면 해임은 뒤늦은 승리에 그칩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함께 준비합니다.
1) 상속개시지 가정법원에 해임 심판을 청구합니다.
유언집행자 해임은 가사소송법이 정한 라류 가사비송사건으로, 상속이 개시된 곳의 가정법원이 관할합니다. 청구권자는 상속인뿐 아니라 수유자·유류분권리자 등 이해관계인도 포함되므로, 해임을 구하는 상속인이 소수이거나 단독이더라도 다른 이해관계인과 함께 청구인 적격을 넓혀 청구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2) 심리 도중에는 사전처분으로 현상을 묶어 둡니다.
가사소송법 제62조의 사전처분은 가사비송사건이 계속 중일 때 가정법원이 직권 또는 신청에 의해 현상변경·재산처분 금지 등 필요한 처분을 명할 수 있도록 정합니다. 해임 심판청구와 동시에 사전처분을 신청하면, 유언집행자가 심리 도중 유증 목적물을 처분하거나 계좌 자금을 이동시키는 것을 제도적으로 묶어 두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실무상 "집행을 감독한다"는 목적에 가장 근접한 수단입니다.
3) 해임 이후의 공백까지 함께 대비합니다.
해임이 인용되면 그 순간부터 유언집행자가 공석이 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민법 제1096조는 유언집행자가 없게 된 때 이해관계인의 청구로 법원이 새 유언집행자를 선임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해임 청구와 함께 후임 유언집행자 선임 청구도 미리 준비해 두면 집행의 공백 없이 절차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결론
유언집행자의 편파적 행태는 "느낌"으로 남아 있는 한 아무것도 바꾸지 못합니다. 재산목록 미교부, 정보 비대칭, 이해상충의 정황을 하나씩 기록으로 옮겨 두는 순간부터 그것은 법이 다루는 '해임 사유'가 됩니다.
그리고 해임 청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 재산이 흩어지지 않도록 사전처분으로 현상을 묶어 두는 절차가 함께 있어야, 해임 인용이 실제 회복으로 이어집니다. 지금 유언집행자의 태도가 미덥지 않다고 느껴진다면, 무엇을 먼저 기록하고 어떤 순서로 신청해야 할지 그 대응의 방향을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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