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장이 두 장 나왔다면 — 후행 유언과 진위 감정
사건 개요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유품을 정리하다가 자필로 쓴 유언장이 서랍과 금고에서 각각 한 장씩, 도합 두 장 발견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문제는 두 유언장의 내용이 다르다는 데 있습니다. 하나는 특정 부동산을 장남에게, 다른 하나는 같은 부동산을 배우자에게 준다고 적혀 있는 식입니다. 작성 시점도 애매합니다. 어느 쪽이 나중에 쓴 것인지 육안으로는 확신하기 어렵고, 필체마저 평소와 다르게 느껴지면 "이게 정말 아버지 글씨가 맞나"라는 의심까지 겹칩니다.
상속인들 사이에서는 곧바로 "내가 가진 유언장이 진짜"라는 주장이 부딪힙니다. 그러나 법원은 어느 쪽 주장이 감정적으로 더 그럴듯한지가 아니라, 각 유언장이 법이 정한 방식을 갖췄는지, 그리고 두 유언이 실제로 저촉되는지를 먼저 따집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나중에 작성된 유언이 무조건 앞선 유언 전부를 무효로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저촉되는 부분만 철회된 것으로 보고, 나머지는 여전히 유효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1109조). 그래서 이런 사건의 승패는 두 유언장을 얼마나 정밀하게 대조하고, 진위를 얼마나 객관적으로 입증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갈림길이 되는 지점은 네 가지입니다. 첫째, 두 유언장 각각이 그 방식에 필요한 요건 — 자필증서라면 전문·연월일·주소·성명의 자서와 날인(민법 제1066조 제1항) — 을 온전히 갖췄는지입니다. 요건을 갖추지 못한 쪽은 애초에 유언으로서 효력이 없어, 저촉을 따질 필요조차 없습니다. 둘째, 두 유언의 내용이 실제로 저촉되는지, 저촉된다면 그 범위가 특정 재산에 한정되는지 아니면 전면적인지입니다. 셋째, 저촉이 인정될 경우 어느 쪽이 시간상 나중에 작성됐는지를 무엇으로 증명하는가입니다. 넷째, 상대방이 "그 유언장은 위조됐다"거나 "필체가 다르다"고 다툴 때 진정성립을 어떻게 입증하는가입니다.
이 네 가지는 순서대로 이어져 있습니다. 방식 요건이 무너지면 저촉도 선후도 따질 이유가 없어지고, 저촉이 아니라면 두 유언이 함께 유효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은 "어느 쪽이 진짜냐"는 감정싸움이 아니라, 각 단계를 하나씩 확정해 가는 절차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두 유언장을 조항 단위로 대조해 '저촉 범위'를 정밀하게 가려내기
민법 제1109조는 전후 유언이 저촉될 때 "저촉된 부분"만 철회된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어, 두 유언이 다르다고 해서 앞선 유언 전부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접근합니다.
1) 두 유언장을 재산 목록 단위로 쪼개어 대조표를 만듭니다.
"내용이 다르다"는 인상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부동산·예금·주식 등 재산 항목별로 각 유언이 무엇을 정했는지 표로 정리합니다. 실제로 저촉되는 항목은 그중 일부에 불과한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부동산 지정만 서로 다르고 예금 배분은 두 유언이 동일하다면, 예금에 관한 부분은 애초에 저촉이 없어 다툴 실익이 없습니다.
2) 저촉되지 않는 부분은 선행 유언이 여전히 유효함을 명확히 주장합니다.
저촉 여부를 항목별로 가려낸 뒤에는, 저촉되지 않는 재산에 관한 선행 유언의 지정이 철회되지 않고 그대로 효력을 유지한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합니다. 상대방이 "나중 유언장이 나왔으니 앞선 것은 전부 무효"라는 식으로 주장한다면, 조문 자체가 "저촉된 부분"이라는 한정 문언을 쓰고 있다는 점을 들어 그 주장의 범위를 좁힙니다.
3) 후행 유언장이 방식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면, 저촉을 따지기 전에 그 효력부터 다툽니다.
자필증서 유언은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유언자 스스로 쓰고 날인해야 성립합니다. 나중에 발견된 유언장에 주소나 연월일 기재가 빠져 있거나 날인이 없다면, 그 유언은 애초에 무효이므로 선행 유언과의 저촉 여부를 따질 필요조차 없이 선행 유언이 그대로 유효하다는 점을 주장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필적·인영 감정으로 진위 다툼을 객관적 사실로 확정하기
방식과 저촉 관계가 정리돼도 상대방이 "그 글씨는 아버지 것이 아니다"라며 진정성립 자체를 다투면, 주관적 인상이 아니라 감정을 통한 객관적 사실로 맞서야 합니다.
1) 필적 감정을 위한 대조 자료를 먼저 확보합니다.
감정의 정확도는 대조할 표본의 질에 좌우됩니다. 생전에 유언자가 직접 쓴 편지, 메모, 서명이 담긴 계약서 등 필적 대조 자료를 최대한 폭넓게 모으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나 사설 문서감정기관에 필적 감정을 의뢰합니다. 감정 결과는 법원에 제출할 증거로서, "느낌이 다르다"는 주장을 뒤집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입니다.
2) 날인된 인영도 함께 대조합니다.
자필증서 유언은 날인이 필수 요건이므로, 찍힌 도장의 인영을 인감증명서상 인영이나 다른 문서에 찍힌 인영과 대조하는 인영 감정도 함께 진행합니다. 필적과 인영이 모두 일치한다면 진정성립을 다투는 상대방의 주장은 설 자리를 잃습니다.
3) 작성 당시 유언능력도 함께 대비합니다.
진위 다툼과 함께 "그 나이·건강 상태에서 유언을 쓸 정신적 능력이 있었느냐"는 유언능력 문제가 같이 제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작성 시점 전후의 진료기록·간병기록을 확보해, 유언자가 당시 의사결정 능력을 갖추고 있었음을 함께 뒷받침합니다.
4) 검인 절차와 소송을 구분해 대응합니다.
유언증서를 발견하면 가정법원에 검인을 청구해야 하지만(민법 제1091조), 검인은 위조·변조를 막고 보존 상태를 확인하는 절차일 뿐 유언의 진위나 효력을 판단하는 절차가 아닙니다. 진위와 효력을 다투는 진짜 승부는 별도의 유언무효확인소송에서 감정 결과와 증거로 가려집니다. 검인을 마쳤다고 안심하지 말고, 처음부터 소송을 염두에 두고 증거를 준비해야 합니다.
결론
유언장이 두 장 나왔다는 사실 자체는 무효나 위조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저촉되는 범위를 항목별로 가려내고, 각 유언이 방식 요건을 갖췄는지 확인하며, 진위가 다투어지면 필적·인영 감정으로 객관적 사실을 세우는 것 — 이 세 단계를 순서대로 밟아가는 것이 결과를 가릅니다.
두 장의 유언장을 두고 가족 간 감정 다툼으로 번지기 전에, 어느 부분이 실제로 저촉되는지, 어느 유언장이 방식을 온전히 갖췄는지부터 차분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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