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성범죄 혐의로 고통받는 당신을 위로하며
억울한 성범죄 혐의로 고통받는 당신을 위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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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성범죄 혐의로 고통받는 당신을 위로하며 

박승권 변호사

얼마 전 경찰 여청수사팀에서 근무 중인 경찰대 동기로부터 전화를 한 통 받았다. 평소보다 다소 격앙된 목소리였다. “이번엔 정말 강간 사건이야.” 그 한마디에 여러 감정이 스쳤다. 수사관으로서 진정한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얼마나 큰지 알기에, 동기의 긴장과 각오는 충분히 이해가 갔다. 실제로 명백한 강간 사건, 다시 말해 보호의 필요성이 절실한 ‘진짜’ 피해자가 발생하는 사건은 1년에 몇 건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담당 수사관 입장에서는 오히려 강한 동기부여가 될 수밖에 없다.

 

통화를 마친 뒤, 성실하게 사건을 파고드는 경찰관들의 노고에 감사함을 느끼는 동시에 씁쓸한 마음도 함께 들었다. ‘정말 말 그대로의 강간 사건은 이렇게 드물구나.’ 이 생각은 곧바로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마주하고 있는 수많은 성범죄 사건들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속에서 법과 원칙은 과연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실제로 폭행이나 협박을 동반한 진정한 의미의 강간 사건은 생각보다 드물다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인식이다.

 

변호사의 역할과 가치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범죄 영역은 어디일까. 경제범죄, 폭력범죄, 마약범죄 등 다양한 분야가 있지만, 최근 실무에서 체감하기로는 단연 성범죄 분야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이 영역만큼 편파적이고 주먹구구식으로 흘러가는 분야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객관적 증거보다는 피해자의 진술이 절대적 기준이 되고,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있어도 피의자에게 불리하게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혼자서는 대처하기가 참 어렵고 변호사의 도움과 역할이 가장 크리티컬하게 반영되는 분야가 되었다.

 

필자는 한 달에도 수많은 성범죄 사건의 피의자들을 만난다. 체감상 전체 상담 사건의 30% 이상이 성범죄 관련이다. 그런데 그중 상당수는 명확한 강제성이나 범죄적 의도가 있었다기보다는, 사후적으로 상대방 여성의 감정 변화나 인식에 따라 문제가 제기된 경우였다. 시간이 흐른 뒤 관계가 불쾌한 기억으로 재구성되고, 그 결과가 형사 고소로 이어지는 장면을 반복해서 보게 된다. 그럴 때마다 상대방이 원망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 고작 스무 살 남짓한 나이에,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수 있는 힘을 쥐게 되는 구조가 과연 정상적인 것인가.

 

여성의 성범죄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대의는 분명 중요하다. 그러나 그 명분 아래에서 수많은 무고한 피의자들이 양산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국가가 감당해야 할 책임을 개인, 특히 남성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문제를 정면으로 판단하고 책임지기보다는,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이라는 말 한마디로 모든 판단을 넘겨버리는 모습은 너무나도 익숙하다. 그 과정에서 무고한 사람은 쉽게 범죄자가 되고,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은 도덕적 우위를 점한 채 스스로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돌아보게 된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 특히 ‘성’과 관련된 사안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은 공허한 구호처럼 느껴진다. 경찰 조사실에서, 그리고 법정에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의 진술 동기와 내용의 허점을 하나하나 짚어보려 하면, 그 시선은 고스란히 변호인에게로 향한다. 마치 이미 결론은 정해져 있고, 그 결론에 이의를 제기하는 행위 자체가 부도덕한 것처럼 취급된다.

 

피해자가 눈물을 흘리고, 과학적 근거도 부족한 거짓말 탐지기 결과가 조금이라도 피해자에게 유리하게 해석되면, 경찰은 송치하고 검사는 기소를 서두른다. 그 사이 수많은 남성들은 극도의 공포 속에서 자신이 하지 않은 일에 대해 사과를 한다. 그리고 그 사과는 다시 유죄의 정황으로 둔갑한다. 피해자의 눈물과 ‘일관된 진술’ 앞에서, 피의자의 억울한 외침은 반성하지 않는 파렴치한의 변명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그러나 묻지 않을 수 없다. 일관된 진술이란 무엇인가. 소설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면 진실이 되는가. 형사사법에서 중요한 것은 감정이 아니라 증거이고, 도덕적 평가가 아니라 법과 원칙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해서 말하고 싶다. 당신은 억울하다. 수사와 재판에서 법과 원칙, 증거보다 특정 가치관과 도덕관념이 앞서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 그래도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당신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진실을 끝까지 주장하고 지켜내는 것, 그것이 지금 이 시대에 변호사가 존재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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