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을 마련하려고 계약금을 건넸는데, 알고 보니 같은 부동산을 여러 사람에게 팔며 계약금만 챙긴 사기였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이런 이중계약 사기는 애초에 소유권을 넘길 의사가 없으면서 목돈인 계약금을 노린다는 점에서 단순한 변심에 의한 계약 파기와 성격이 다릅니다. 그러나 막상 고소하려 하면 상대는 사정이 생겨 못 판 것일 뿐 속인 적은 없다며 사기를 부인하기 마련입니다. 이 글에서는 이중계약이 사기죄가 되는 기준인 편취 고의를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는지, 배임죄와는 어디에서 갈리는지, 그리고 떼인 계약금을 실제로 회수하는 방법까지 차례로 정리했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이중계약 계약금 사기 — 무엇이 문제인가
부동산 이중계약 사기는 하나의 부동산을 두 명 이상과 매매 또는 임대차 계약으로 동시에 묶어 두고, 각 상대방에게서 계약금을 받아 챙기는 수법을 말합니다. 계약금은 매매대금의 10퍼센트 안팎으로 적지 않은 금액이어서, 몇 명만 걸려들어도 가해자가 손에 쥐는 돈이 상당해집니다. 문제는 이 행위가 겉으로는 정상적인 계약처럼 보인다는 데 있습니다. 계약서가 오가고 도장이 찍혀 있으니, 피해자는 상대가 처음부터 팔 생각이 없었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알아차리게 됩니다.
이중계약은 몇 가지 전형적인 형태로 나타납니다. 소유자가 아니면서 소유자 행세를 하거나 위임장을 위조해 계약금을 받는 경우, 실제 소유자가 같은 물건을 여러 매수인과 겹쳐 계약하고 먼저 등기를 넘겨줄 한 명만 남긴 채 나머지에게서 받은 계약금을 삼키는 경우, 이미 팔렸거나 담보로 잡힌 부동산을 아무 문제 없는 것처럼 속여 계약하는 경우 등이 대표적입니다. 어느 유형이든 핵심은 계약을 이행할 의사가 처음부터 없었거나, 이행이 불가능하다는 사정을 숨겼다는 점에 있습니다.
무권리자 유형 — 소유자가 아닌 사람이 위임장 위조 등으로 소유자 행세를 하며 계약금을 편취
동시 다중계약 유형 — 진짜 소유자가 같은 부동산을 여러 명과 겹쳐 계약하고 다수의 계약금을 확보
하자 은폐 유형 — 이미 매도했거나 근저당·가압류가 걸린 사정을 숨기고 정상 물건처럼 계약
계약서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사기가 아닌 것은 아닙니다. 관건은 계약금을 받을 당시 상대에게 계약을 이행할 진정한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입니다.
사기죄의 핵심은 편취 고의 — 형법 제347조
이중계약 사기의 근거 조문은 형법 제347조입니다.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여기서 기망이란 거래관계에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성실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소극적 행위를 뜻하므로, 팔 수 없는 부동산을 팔 것처럼 계약하는 행위, 이미 다른 사람과 계약한 사실을 숨기는 행위가 모두 기망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피해 규모가 크면 처벌은 더 무거워집니다. 편취한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경법)이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가중되고,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여러 명에게서 계약금을 받은 이중계약 사기는 피해자별 금액이 합산되므로, 개별 계약금은 크지 않아도 전체 편취액이 커져 특경법 영역으로 넘어가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기망행위와 함께 편취 고의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편취 고의란 상대를 속여 재물을 취득하겠다는 인식과 의사를 말하는데, 이중계약 사건에서는 계약금을 받을 당시 애초에 소유권을 이전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는지가 승부를 가르는 지점이 됩니다. 이행 의사가 있었으나 이후 사정이 나빠져 이행하지 못한 것이라면 이는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그칠 수 있어, 형사와 민사의 경계를 정확히 짚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사기죄의 편취 고의는 계약을 이행하지 못한 결과가 아니라, 계약금을 받던 그 순간의 의사와 능력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이중매매 배임죄와 사기죄의 경계 — 중도금이 가른다
같은 부동산을 두 번 판다고 해서 언제나 사기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8도3619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매매계약에서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르면 그때부터 매도인은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에 협력할 의무를 지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된다고 보았습니다. 이 단계 이후에 매도인이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그 앞으로 등기까지 넘겨 주면 배임죄가 성립합니다.
여기서 두 죄의 경계가 드러납니다. 매도인이 처음에는 진정으로 팔 의사를 가지고 첫 매수인에게서 중도금까지 받았다가, 값을 더 쳐주는 사람이 나타나자 이중으로 처분한 경우라면 신임관계를 저버린 배임의 문제가 됩니다. 반면 처음부터 넘겨줄 의사가 전혀 없이 여러 사람과 계약을 벌여 계약금만 챙기려 했다면, 이는 신임관계 위배 이전에 상대를 속여 돈을 편취한 것이므로 사기의 문제가 됩니다.
실무에서는 두 죄가 겹치거나 어느 쪽인지 애매한 사안이 많습니다. 예컨대 계약금만 받은 단계에서 이중계약이 드러났다면 아직 중도금 이행단계 전이므로 배임보다 사기 구성이 우선 검토됩니다. 반대로 중도금까지 지급된 뒤 제3자에게 등기가 넘어갔다면 배임 성립 여부가 정면으로 문제 됩니다. 어느 죄명으로 다투느냐에 따라 입증의 초점과 회수 전략이 달라지므로, 사실관계를 시간순으로 정리해 어느 단계에서 배신이 일어났는지 특정하는 작업이 출발점이 됩니다.
법원은 편취 고의를 어떻게 판단하나
편취 고의는 가해자가 자백하지 않는 한 직접 증거로 드러나는 일이 드뭅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확립된 판례를 통해, 편취의 범의는 범행 전후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피해자와의 관계 등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한다는 기준을 세워 두었습니다. 또한 이 고의는 확정적일 필요가 없고, 그럴 수도 있다고 인식하면서 감수하는 미필적 고의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이중계약 사건에서는 특유의 정황들이 편취 고의를 뒷받침합니다. 짧은 기간에 같은 부동산을 여러 사람과 겹쳐 계약한 사실, 소유권이 없거나 이미 담보로 무겁게 잡혀 있어 애초에 깨끗하게 이전할 수 없었던 사정, 받은 계약금을 곧바로 개인 빚을 갚거나 다른 곳에 써 버려 반환이 불가능해진 정황, 계약 직후 연락을 끊고 잠적한 행태 등이 그것입니다. 이런 사정들이 모이면 계약 당시 이행 의사가 없었다는 판단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한 달 사이에 같은 빌라를 세 명과 매매계약하고 각각 2천만 원씩 계약금을 받은 뒤, 그 돈으로 자신의 카드빚을 갚고 등기 이전은 누구에게도 하지 않은 채 연락을 끊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경우 소유권 이전이 처음부터 불가능하거나 의도되지 않았다는 점, 계약금이 즉시 사적으로 소비된 점이 겹쳐 편취 고의가 넉넉히 인정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한 명과만 계약하고 계약금을 보관하다가 사정으로 해제된 사안이라면 고의 인정이 훨씬 까다로워집니다.
떼인 계약금 회수하기 (1) — 민사적 방법
형사처벌과 별개로, 계약금 자체를 돌려받는 것은 민사의 영역입니다. 상대가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제하고 원상회복 청구로 계약금 반환을 구하거나,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매수인이 계약금만 지급한 단계라면 민법 제565조의 해약금 법리에 따라 계약금 상당액을 기준으로 정산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상대의 기망이 개입된 사기 사안에서는 편취당한 계약금 전액의 반환과 손해배상을 함께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회수에서 가장 현실적인 관건은 상대의 재산을 미리 묶어 두는 일입니다. 사기 가해자는 판결이 나기 전에 재산을 빼돌리거나 잠적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소송 전이나 소송과 동시에 가압류·가처분으로 부동산·예금·채권을 동결해 두어야 나중에 승소하더라도 실제로 집행할 대상이 남습니다. 승소 판결을 받아도 상대에게 재산이 없으면 종잇조각이 되기 쉬운 만큼, 회수 전략은 판결 이전에 재산을 확보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예컨대 계약금을 받은 상대 명의로 다른 부동산이나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이 남아 있다면, 이를 대상으로 가압류를 걸어 둔 뒤 본안 소송을 진행하는 방식이 유효합니다. 반대로 재산 추적을 미루다 가해자가 명의를 정리해 버리면 회수는 사실상 어려워집니다. 따라서 계약금 사기가 의심되는 순간, 형사 고소만 서두를 것이 아니라 상대의 재산 상황을 함께 파악해 보전조치를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떼인 계약금 회수하기 (2) — 형사절차의 활용
형사절차는 처벌만이 아니라 피해 회복의 지렛대로도 쓰입니다. 사기로 유죄가 인정되는 형사재판에서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에 따라 피해자가 배상명령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배상명령이 확정되면 별도의 민사소송 없이도 그 자체로 집행권원이 되어 강제집행이 가능하므로, 시간과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습니다. 다만 피해 금액이 특정되지 않거나 배상책임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고 공판 지연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배상명령이 각하될 수 있어, 청구 금액과 근거를 명확히 정리해 신청해야 합니다.
가해자 측이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해 피해 회복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것도 중요한 회수 경로입니다. 사기 사건에서 피해 변제와 합의는 양형에 큰 영향을 주므로, 가해자로서는 형을 줄이기 위해 계약금을 돌려주고 합의하려는 유인이 생깁니다. 2022년 시행된 형사공탁 특례 제도로 가해자가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몰라도 사건번호 등으로 공탁할 수 있게 되면서, 피고인이 공탁을 통해 피해 회복을 시도하는 사례도 늘었습니다. 피해자는 이 국면을 협상 지렛대로 활용해 실질적 회수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형사 고소는 처벌을 넘어 회수의 수단이기도 합니다. 배상명령과 합의·공탁이라는 지렛대를 형사절차 안에서 함께 설계하는 것이 실질적 피해 회복의 핵심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계약금만 받고 잠적하면 무조건 사기인가요?
A. 잠적했다는 사실만으로 사기가 확정되지는 않습니다. 사기죄는 계약금을 받을 당시 이행 의사와 능력이 없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계약 직후 연락 두절, 계약금 즉시 소비, 소유권 이전 불능 같은 정황이 겹치면 편취 고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Q. 이중계약을 했지만 한 명에게는 실제로 등기를 넘겼습니다. 나머지 계약자에게는 사기가 아닌가요?
A. 한 명에게 이전을 마쳤더라도, 나머지 계약자들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이전할 의사 없이 계약금만 받은 것으로 평가되면 그들에 대한 사기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이전받지 못한 계약자 각자가 별개의 피해자가 되며, 편취액은 피해자별로 합산됩니다.
Q. 배임죄와 사기죄 중 어느 쪽으로 고소해야 하나요?
A. 사실관계의 시점이 기준이 됩니다. 처음부터 팔 의사 없이 계약금만 노렸다면 사기, 진정하게 팔려다가 중도금 이행단계 이후 제3자에게 이중으로 처분했다면 배임이 문제 됩니다. 두 죄가 겹치거나 애매한 사안도 많으므로, 계약 진행 단계를 시간순으로 정리해 죄명을 특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Q. 형사고소만 하면 계약금을 자동으로 돌려받나요?
A. 아닙니다. 형사처벌과 계약금 반환은 별개입니다. 회수를 위해서는 배상명령 신청이나 별도의 민사 청구가 필요하고, 그 전에 가압류 등으로 상대 재산을 확보해 두어야 실제 집행이 가능합니다.
Q. 상대가 재산이 없다는데 회수 가능성이 있나요?
A. 재산이 전혀 없으면 회수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최대한 이른 시점에 상대 명의의 부동산·예금·보증금반환채권 등을 찾아 가압류로 묶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형사절차에서 합의·공탁을 유도해 일부라도 회수하는 방법도 병행할 수 있습니다.
Q. 공인중개사가 이중계약에 가담했다면 중개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나요?
A. 중개사가 이중계약 사실을 알고도 가담하거나 확인·설명 의무를 소홀히 해 피해가 커졌다면,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중개사무소가 가입한 공제(보증) 등을 통한 회수 가능성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맺음말
부동산 이중계약 사기의 승패는 결국 편취 고의의 입증에 달려 있습니다. 계약금을 받던 당시 상대에게 이행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는 점을, 다중계약 정황·소유권 상태·계약금의 사용처·연락 두절 같은 객관적 자료로 촘촘히 엮어내는 것이 형사 대응의 핵심입니다. 여기에 배임죄와의 경계를 정확히 짚어 죄명을 특정하는 작업이 더해져야 수사와 재판에서 방향을 잃지 않습니다.
회수는 처벌과 별개의 문제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형사 고소만으로 계약금이 돌아오지 않으므로, 가압류로 재산을 먼저 묶고 배상명령과 합의·공탁을 형사절차 안에서 함께 설계해야 실질적 피해 회복에 다가설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기가 의심되는 순간 상대가 재산을 정리하기 전에 신속히 움직이는 것이 회수 가능성을 좌우합니다.
이중계약 사기는 사실관계가 복잡하고 형사와 민사가 얽혀 있어 초기 대응의 방향이 결과를 크게 바꿉니다. 수원·경기남부 지역에서 계약금을 떼여 고민 중이라면, 증거가 흩어지기 전에 사안을 정리해 형사 고소와 재산 보전을 함께 검토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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