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당 내용은 장일희 변호사의 실제 업무 수행 경험을 기록했으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일부 각색됐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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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일희 변호사는 대구지검 및 인천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성범죄·강력범죄 전담부)장을 지낸 '성범죄전문변호사'로 현재는 국내 7대 로펌인 법무법인 YK 「형사1그룹 부그룹장」(성·강력전담)을 맡고 있습니다.
만취하여 휘청하던 순간,
순식간에 성범죄자 되다
살다 보면 의도치 않게 타인의 신체에 접촉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좁은 길에서 마주치거나 만원 버스에서 부딪치는 순간을 예로 들 수 있겠죠.
문제는 이러한 신체 접촉이 일어날 때, 상대가 성적 수치심이나 불쾌감을 느껴 문제를 삼으면 성범죄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불가피한 상황이었어도, 고의가 없었어도 말이죠.
본문의 사건도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1. 사건의 발단
그날, 의뢰인 김민석(가명) 씨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1차 술자리에서 주량을 한참 넘는 술을 마시고 2차까지 간 상황이었죠. 문제는 집에 가려고 2차 술집을 나서는 순간 발생했습니다.
“저는 나가려는데 그분이 들어와서 휘청였던 거고, 그럴 의도는 전혀 없었거든요.”
민석 씨가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마주한 것은 앞을 막고 있는 A씨였습니다. A씨가 들어올 때 민석 씨가 문을 연 것이었죠. 만취한 상태에서 당황한 민석 씨는 손잡이를 놓쳤습니다. 몸을 가누기 어려웠던 민석 씨가 손잡이를 놓친 반동으로 휘청하던 순간, A씨의 신체 일부에 민석 씨의 손이 닿았습니다.
A씨는 그 자리에서 경찰을 불렀고, 민석 씨는 강제추행 피의자로 조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민석 씨는 ‘추행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민석 씨를 검찰로 송치했죠.
그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실감한 민석 씨는 법무법인YK를 찾아오셨습니다.
#2. 사건의 쟁점
강제추행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타인을 추행했을 때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이때 ‘폭행 또는 협박’은 실제 폭행이나 협박뿐 아니라,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도망치거나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것까지 포함하는 개념인데요.
예를 들어, 가벼운 신체 접촉이어도 상대방의 팔이나 손을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 상태에서 했거나 상대방이 거부할 틈 없이 기습적으로 이루어졌다면 강제추행이 될 수 있습니다.
즉, 상대방의 의사와 상관없이 신체 접촉이 발생했고, 이 때문에 상대방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꼈다면 강제추행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민석 씨의 경우, 사정을 보면 억울한 부분이 없지 않았습니다.
“제가 만취해서 몸을 못 가눈 건 잘못입니다.
하지만 상황이 그랬던 거지, 그럴 의도는 전혀 없었어요.”
민석 씨의 말대로, A씨가 들어오는 순간과 민석 씨가 문을 나서는 순간이 겹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말은 아무 의미 없었죠. 신체 접촉이 일어난 사실은 분명했고, 피해자인 A씨가 민석 씨의 신체 접촉으로 인해 불쾌감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민석 씨의 이런 호소는 경찰 조사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했습니다.
경찰은 ‘술에 취해 당시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강제추행할 의도는 절대 없었다’는 민석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민석 씨 입장에선 억울한 일이지만, CCTV로 피의사실(신체 접촉)이 확인된 상황에선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죠.
피해자인 A씨가 일관적으로, 강경하게 성적 수치심을 주장하는 것도 큰 몫을 했습니다.
저희(사건수행팀)는 민석 씨의 상황을 파악한 후 경찰 조사 진술에서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고, 검찰 조사에서 전략적으로 대응하여 ‘불기소 처분’을 이끌어내기로 했습니다.
#3. 검찰 조사 대응
1. 피해자와의 합의 노력
강제추행을 포함한 성범죄에서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는 양형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성범죄 특성상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과 태도가 중요하게 반영되기 때문인데요.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인 A씨와의 합의가 쉽지 않았습니다. A씨는 사건 발생 당시부터 민석 씨의 행동에 대해 크게 화가 난 상태였죠. 그러다 보니 민석 씨가 A씨에게 연락하여 사과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피의자’ 입장에서 ‘피해자’에게 연락을 하는 게 추가적인 가해 행위가 될까 봐 우려됐던 것입니다.
“저는 그분께 정말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민석 씨의 뜻을 반영하여 변호인으로서 A씨와의 합의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A씨의 태도가 완강하여 쉽지 않았죠. 저희는 민석 씨의 변호인으로서 ‘사과하고 싶다’는 마음이 반복적인 합의 시도로 흐려지는 걸 원치 않았습니다.
고민 끝에 상호간 원만한 합의에 이르고자, 직접적인 연락을 중단하고 ‘형사조정’ 제도를 활용하였습니다.
(* 형사조정제도: 형사 사건에서 검찰청에 설치된 형사조정위원회가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 원만한 합의를 중재하여 실질적인 피해 회복과 화해를 도모하는 제도입니다.)
이를 통해 민석 씨의 진심어린 사과를 전달해 A씨와 원만히 합의할 수 있었고, 처벌불원서를 받았습니다.
2. 변호인의견서 제출
이후 변호인사건회의를 거쳐 변호인의견서를 작성했습니다. 작성된 초안은 민석 씨에게도 즉각 공유했습니다. 사실 관계를 정확하게 정리하고 민석 씨의 입장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였죠.
이후 변호인의견서를 수정하여 검찰에 제출했습니다.
변호인의견서 최종본에는 대법원 판례 및 유사 사안에서의 판결을 참고하여 관련 법리를 정리하고 이를 통해 ▲의뢰인의 신체 접촉에는 강제추행의 고의가 없었던 점(CCTV 증거 포함), ▲의뢰인과 상대방의 접촉이 좁은 이동경로로 인해 일어난 점, ▲의뢰인이 상대방에게 사과한 것은 강제추행에 대한 것이 아닌, 술김에 제대로 응대하지 못한 점에 대한 사과인 점 등에 대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4. 검찰, 기소유예 처분
의견서 제출 후 검찰로부터 불기소이유통지서가 왔습니다. 결과는 ‘기소유예’.
민석 씨가 A씨의 신체 일부에 접촉한 피의사실 자체는 부정할 수 없지만, 기타 사실관계를 참작하여 불기소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그 결과, 사건은 검찰 단계에서 종결되었습니다.
법무법인 YK 장일희 변호사의 한 마디
민석 씨 사건처럼, 형사고소 당한 의뢰인 중에는 상황만 보면 억울한 분들이 꽤 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 입장에서는, 피의자 특히 성범죄 피의자의 이러한 주장을 아무 근거 없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밖에 없죠. 따라서 의뢰인의 억울한 사정을 재판부에 법리에 맞게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변호사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억울하게 성범죄자가 될 상황에 놓여 있다면, 최대한 빠르게 변호사의 조력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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