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왜곡죄 정밀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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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왜곡죄 정밀분석 

김현철 변호사

형법 제123조의2 법왜곡죄 정밀분석

1. 개관 및 입법 배경

가. 신설 경위

형법 제123조의2(법왜곡죄)는 2026. 3. 12. 신설된 조문으로, 형사사건의 재판·수사·소추에 관여하는 법관, 검사, 수사관 등이 타인에게 위법 또는 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법을 왜곡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입니다. (형법 제123조의2)

나. 입법 논의의 역사

법왜곡죄 도입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경찰, 검사, 법관 등 범죄수사나 재판의 직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이 법을 왜곡하여 적용하는 경우 기존 직권남용죄(형법 제123조)의 성립 여부가 애매하였기 때문입니다. 이에 법관과 검사의 자의적인 법적용 행위를 방지하고, 사법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하여 법관·검사 등의 법왜곡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입법이 시도된 바 있으며, 독일형법은 법왜곡죄에 대하여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사법기관이 사법권이라는 미명 아래 자행하는 제도적인 불법행위에 대하여 명확한 형사처벌규정이 없다는 것은 국민의 인권보호를 통한 형사사법의 공정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형평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습니다.

다. 외국의 사례

(1). 독일: 나치 불법 국가에 대한 사법적 반성

독일 형법 제339조(법왜곡죄)가 현재의 엄격한 형태로 자리 잡은 결정적 계기는 '나치 사법부의 청산'입니다. 나치 정권 당시 판사들은 실정법에 충성한다는 명목으로 히틀러의 명령과 인종차별적 이데올로기를 재판에 그대로 적용했습니다. 이들은 법률의 문언을 왜곡하여 정권 반대파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등 '법복 입은 살인귀'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독일은 이후 '법률적 불법(Gesetzliches Unrecht)' 개념을 수용하며, 법관이 헌법적 가치와 보편적 정의를 의식적으로 배제하고 특정 정파나 목적을 위해 법을 도구화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법왜곡죄를 공고히 하였습니다.

(2). 스페인: 프랑코 독재 정권의 유산과 민주화

스페인의 법왜곡죄 역시 프랑코(Francisco Franco)의 장기 독재 기간 동안 왜곡된 사법권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강화되었습니다. 36년간 지속된 프랑코 독재 시절, 사법부는 독재자의 통치를 정당화하고 정치적 반대 세력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기능했습니다. 법관의 전단적(Arbitrary)인 결정은 통제되지 않았습니다. 1975년 프랑코 사후, 스페인은 민주주의로 이행하면서 사법부의 독립성을 보장함과 동시에 '자의적인 사법권 행사'를 철저히 경계하게 되었습니다. '불법임을 알면서도(A sabiendas)' 부당한 결정을 내리는 법관을 형사 처벌(형법 제446조)함으로써 사법 행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고자 했습니다.

2. 조문 내용

형법제123조의2의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형사사건의 재판에 관여하는 법관, 공소를 제기하거나 유지하는 검사 또는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가 타인에게 위법 또는 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재판 또는 수사 중인 형사사건에 관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각 호의 행위태양은 다음과 같습니다.

1호: 법령의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아니함을 알면서도 이를 적용하거나, 적용되어야 할 법령임을 알면서도 이를 적용하지 아니하여 의도적으로 재판 및 수사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 다만, 법령 해석의 합리적 범위에서 이루어진 재량적 판단은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제2호: 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또는 변조하거나 위조 또는 변조된 증거를 그 사정을 알면서 재판 또는 수사에 사용한 경우​

제3호: 폭행, 협박, 위계, 그 밖의 방법으로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하거나, 적법한 증거가 존재하지 아니함을 알면서도 범죄사실을 인정한 경우​

(형법 제123조의2)​


3. 구성요건 분석

가. 주체 (신분범)

1) 법관

형사사건의 재판에 관여하는 법관이 주체가 됩니다. 본죄는 진정신분범으로, 현직에서 해당 직무를 수행하는 자에 한합니다. 공무원이 퇴임하면 해당 직무에서 벗어나기 때문입니다.

2) 검사

공소를 제기하거나 유지하는 검사가 주체가 됩니다.

3)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

경찰 등 수사기관도 포함됩니다. 조문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라고 규정하여 검사 외의 수사기관도 포함합니다.

나. 목적 (초과주관적 구성요건)

본죄는 "타인에게 위법 또는 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을 요건으로 합니다. 이는 목적범으로서, 단순한 법령 해석의 오류나 과실에 의한 잘못된 적용은 본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않습니다. (형법 제123조의2)

다. 행위태양별 분석

1) 제1호 - 법령의 의도적 왜곡 적용

  • 적극적 왜곡: 법령의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아니함을 알면서도 이를 적용하는 경우

  • 소극적 왜곡: 적용되어야 할 법령임을 알면서도 이를 적용하지 아니하는 경우

  • 결과: 의도적으로 재판 및 수사의 결과에 영향을 미쳐야 합니다.

  • 중요한 단서 조항: "법령 해석의 합리적 범위에서 이루어진 재량적 판단은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단서가 명시되어 있어, 법관의 독립성 및 검사의 소추재량을 보호합니다. (형법 제123조의2 제1호)

2) 제2호 - 증거 관련 왜곡

  • 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또는 변조하는 행위

  • 위조 또는 변조된 증거를 그 사정을 알면서 재판 또는 수사에 사용하는 행위 (형법 제123조의2 제2호)

3) 제3호 - 위법한 증거수집 및 허위 범죄사실 인정

  • 폭행, 협박, 위계, 그 밖의 방법으로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하는 행위

  • 적법한 증거가 존재하지 아니함을 알면서도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행위 (형법 제123조의2 제3호)​


4. 고의의 문제

가. 확정적 고의 vs. 미필적 고의

법왜곡죄의 주관적 구성요건과 관련하여 학설상 논쟁이 있습니다.

확정적 고의 필요설: 법관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법왜곡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에는 미필적 고의로는 충분하지 않고 확정적 고의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미필적 고의 포함설: 그러나 이러한 입장에 따르면, 예컨대 법관이 법률을 왜곡·부당하게 적용하여 피고인에 대해 사형을 선고하거나 징역형의 유죄판결을 선고하고 이에 따라 형이 집행된 경우, 미필적 고의로 법왜곡행위를 범했을 때에는 처벌할 수 없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합니다. 살인죄의 경우 미필적 고의로도 충분한 점을 감안할 때, 미필적 고의를 포함한 고의의 모든 형식에 의한 법왜곡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고 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유력합니다.

나. 현행 조문의 해석

현행 형법 제123조의2는 제1호에서 "알면서도"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어, 적어도 인식 있는 고의를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다만 미필적 고의의 포함 여부는 향후 판례의 해석에 맡겨진 부분입니다.​


5. 직권남용죄(형법 제123조)와의 관계

가. 기존 직권남용죄의 한계

기존 직권남용죄(형법 제123조)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를 처벌하는 규정으로, 법왜곡행위를 포섭하기에는 구성요건이 불명확하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형법 제123조)

나. 법왜곡죄의 독자성

본죄는 직권남용죄와 달리 국가의 사법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독립적 범죄입니다. 직권남용죄가 개인의 권리행사 방해를 주된 보호법익으로 하는 것과 구별됩니다. 본죄는 국가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적 법익에 대한 범죄로서 개인적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강요죄와는 그 성질을 달리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다. 경합 문제

법왜곡행위가 동시에 직권남용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법조경합 또는 상상적 경합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법왜곡죄가 직권남용죄에 대하여 특별관계에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으나, 이는 향후 판례의 해석에 따라 정립될 것입니다.


6. 법정형 및 처벌

본죄의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입니다. (형법 제123조의2)

이는 직권남용죄(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보다 징역형의 상한이 높고, 벌금형이 없다는 점에서 입법자가 법왜곡행위를 직권남용보다 중하게 평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형법 제123조, 형법 제123조의2)​


7. 단서 조항의 의미와 한계

가. 재량적 판단의 보호

제1호 단서는 "법령 해석의 합리적 범위에서 이루어진 재량적 판단은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합니다. 이는 법관의 독립성과 검사의 소추재량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법령 해석에 관한 합리적 견해 차이에 기한 판단은 본죄의 구성요건에서 제외됩니다. (형법 제123조의2 제1호)

나. 해석상 쟁점

"합리적 범위"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가 실무상 핵심 쟁점이 될 것입니다. 자기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소위 아전인수식 법해석이나 이른바 내로남불식 법해석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법왜곡죄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논의가 있어 왔는데 , 이 단서 조항이 지나치게 넓게 해석될 경우 법왜곡죄의 실효성이 약화될 우려가 있습니다. 앞으로 판례를 통하여 합리적 범위와 재량적 판단의 범위가 구체화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8. 사법권 독립과의 긴장 관계

법왜곡죄를 신설하는 경우에는 법왜곡행위의 대부분이 형사법적으로 처벌되기 때문에 법관과 검사의 사법권행사는 상대적으로 위축되어 사법권의 독립이 제한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법권독립의 원칙은 사법기관이 사법권을 공정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의 하나이지 사법권독립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닙니다. 사법기관이 자신에게 부여된 권능을 부당하게 행사하는 경우에는 사법작용의 공정성을 침해하게 되어 국민의 기본권보장을 임무로 하는 사법기관의 신뢰를 상실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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