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성매매 수사가 현장을 덮쳐 알몸 상태의 피의자를 체포하는 물리적인 방식이었다면, 현대의 수사는 철저하게 기록을 추적하는 데이터 수사로 패러다임이 바뀌었습니다.
업주가 검거되는 순간 경찰이 가장 먼저 확보하는 것은 업주의 스마트폰과 컴퓨터, 그리고 수기로 작성된 고객 명부입니다. 이른바 장부라고 불리는 이 기록에는 수개월에서 수년 치의 예약 일시, 고객의 전화번호 뒷자리, 지불한 금액, 선호하는 종업원, 심지어 손님의 성격이나 신체적 특징까지 은어로 상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현장에서 걸리지 않았으니 나는 안전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은 디지털 증거의 영속성을 간과한 치명적인 착각입니다.
경찰은 압수한 장부 속 전화번호를 토대로 통신사에 사실조회를 요청하여 가입자의 성명과 주소 등 인적 사항을 신속하게 특정합니다. 이후 순차적으로 전화를 걸어 조사를 받으러 나오라고 통보하는데, 이때 피의자들은 방문 사실 자체를 부정하며 발뺌하려 합니다.
하지만 경찰은 이미 당신의 이동 동선이 담긴 기지국 위치 추적 자료나 업소 인근의 CCTV 영상, 그리고 계좌 이체나 카드 결제 내역을 확보한 뒤 질문을 던집니다. 장부에는 흔히 숫자가 13, 15, 18 같은 식으로 적혀 있는데, 이는 코스 가격을 의미하며 수사 기관은 이 숫자가 유사성행위가 포함된 코스임을 입증하는 데 주력합니다.
피의자가 마사지만 받았다고 주장해도 장부에 적힌 숫자가 성매매 전용 코스를 가리킨다면 진술의 신빙성은 파괴됩니다.
변호사의 역할은 이 장부라는 증거의 허점을 찾아내는 데 있습니다. 장부에 내 번호가 적혀 있다고 해서 그것이 곧 성매매 완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약만 하고 실제로는 방문하지 않은 건, 방문했더라도 단순 마사지만 받고 나온 건, 혹은 지인의 권유로 전화만 걸어본 건 등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변호사는 장부의 신빙성을 탄핵하거나, 의뢰인이 해당 업소가 불법 업소임을 인지하지 못한 채 방문했다는 정황을 법리적으로 소명합니다. 또한 장부 수사는 수많은 피의자를 동시에 처리하기 때문에 진술이 조금만 꼬여도 거짓말쟁이로 낙인찍히기 쉽습니다.
따라서 첫 경찰 조사 전 변호사와 함께 예상 질문을 검토하고, 장부상의 기록과 나의 기억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을 어떻게 논리적으로 설명할지 완벽한 방어 논리를 세워야 합니다.
디지털 증거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그 증거에 대한 법적 해석은 변호사의 역량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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