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은수 변호사입니다.
저희 법무법인 진심파트너스는 정말 많은 지역주택조합 소송을 진행했는데요,
그 중 대표적인 소송이 조합원이 조합을 상대로 조합가입계약을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지급한 분담금 일체를 반환 받는 분담금 반환 소송입니다.
위와 같은 분담금 반환 소송은 통상 안심보장증서의 무효성을 근거로 해서 조합가입계약을 무효로 만드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래 소개하는 사례는 의뢰인이 안심보장증서로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분담금반환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한 귀한 사례입니다.
안심보장증서가 없이 소송해서 난이도는 매우 높았습니다. 이번 건은 단순히 이겼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어서, 오늘은 그 이야기를 좀 써보려고 합니다.

그동안 지역주택조합을 상대로 한 분담금 반환 청구 소송이 진행된 방식
지역주택조합 분담금 반환 소송을 오래 하다 보면 일종의 '공식'처럼 굳어지는 논리가 생깁니다.
조합원을 모집할 때 추진위원회나 조합 측에서 흔히 내미는 게 있습니다. 안심보장증서입니다. "사업이 무산되면 납입금을 전액 돌려드린다"는 내용인데, 조합원 입장에서는 이게 있으면 안심이 되니까 계약을 결심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이 안심보장증서에 법적 함정이 있습니다.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는 법적으로 비법인사단에 해당하고, 비법인사단이 총유물을 처분하려면 사원총회의 결의를 거쳐야 합니다. 조합원들이 납부한 분담금은 그 총유물에 해당하는데, 사원총회 결의도 없이 "그 돈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한 보장특약은 결국 무효가 됩니다. 그리고 이 무효인 보장특약이 가입계약과 경제적·사실적으로 한 몸처럼 체결된 경우라면, 민법 제137조에 따라 가입계약 자체도 무효로 볼 수 있습니다.
저희 뿐만 아니라 많은 변호사님들께서 지역주택조합 사건에서 이 논리를 적용해 많은 승소사례를 가지고 있습니다. 추진위원회가 교부한 안심보장증서가 사원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아 무효이고, 그 특약과 일체로 체결된 가입계약 역시 무효라는 결론이었지요.
2025. 5. 15.자 대법원의 판례 이후 상황
그런데, 대법원 2025. 5. 15. 선고 2024다269808 판결이 나오면서, 안심보장증서 무효 → 가입계약 무효라는 논리가 종전처럼 쉽게 통하지 않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 판결 내용은 따로 정리해서 포스팅할 예정입니다만(매우 중요한 판례라서요), 짧게 말씀드리면 조합원들이 분담금을 돌려받기 위한 법적 경로가 한층 좁아졌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이 판결이 나왔을 때, 저를 포함한 많은 변호사들이 '앞으로 이 사건들을 어떻게 끌고 가야 하나' 고민에 빠졌습니다. 저도 솔직히 그랬고요.
그래서 안심보장증서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승소한 본 판결이 더 의미 있게 느껴지는 겁니다.
이 사건엔 안심보장증서가 없었습니다
저희 의뢰인의 경우 부산문현지역주택조합과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할 때 안심보장증서를 교부받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안심보장증서의 무효를 통한 조합가입계약 무효 주장은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디테일하게 의뢰인과 소통하였습니다.
의뢰인인 조합 홍보관을 방문했을 때 상담사로부터 들은 말은 이랬습니다. "524세대 사업 부지는 이미 80% 이상 사용권원이 확보되어 있고, 나머지 215세대를 추가할 주거환경개선지구 부지는 지금 매입 중입니다." 홍보관 교육자료에는 "국공유지 포함 63% 토지 확보, 토지확보 어려움 없다"고 적혀 있었고, 홍보관 안에는 "조합설립 임박", "2023년 12월 내 착공 예정"이라는 현수막과 배너가 걸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확보된 사업 부지 사용권원 비율은 49.10%였습니다. 계약서에도 그 숫자가 적혀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인쇄된 부동문자로 작게 들어가 있었고, 바로 옆에서 상담사가 80% 이상 확보됐다고 설명하는데 그 숫자에 주목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원고는 당연히 그 숫자가 오래된 기준이고 지금은 훨씬 더 진행됐다고 믿었을 겁니다.
법원의 판단
저는 법원에 이러한 부분과 맥락을 꼼꼼하게 주장하였습니다.
"토지사용권원 확보율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조합설립인가의 요건이고, 매도청구권 행사의 기준이며, 조합원이 앞으로 분담금이 얼마나 오를지, 사업이 제때 진행될지를 판단하는 핵심 지표이다. 특히 주택법 제11조의5도 이 비율을 사실과 다르거나 불명확하게 제공하는 행위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을 정도이다."
법원은 조합이 이처럼 중요한 사항에 관해 신의성실의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로 원고를 속였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의뢰인 사실을 정확히 알았더라면 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도 인정했습니다. 결론은 기망에 의한 계약 취소, 부당이득으로 납입금 전액과 지연이자 반환이었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 사건에서 변론 종결일까지도 조합이 설립인가를 받지 못한 사실이 기망의 실체를 뒷받침하는 근거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곧 됩니다, 임박했습니다"라고 해놓고 실제로는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은 현실이 판결에 고스란히 반영된 거죠.

왜 이 판결이 중요한가
정리해드리면 이렇습니다.
안심보장증서 없어도, 가입계약 당시의 기망이라는 본질적 하자가 있는 경우 분담금 반환 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24다269808 판결 이후 기존의 주요 논리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이 사건은 다른 접근 방식이 가능하고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이 논리가 모든 지역주택조합 사건에 만능으로 통하진 않습니다. 홍보관에서 어떤 말이 오갔는지, 계약서에 무엇이 어떻게 적혀 있었는지, 실제 토지 확보 상황은 어땠는지, 이런 사실관계를 하나하나 입증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역주택조합과 관련된 소송의 경우 지역주택조합 소송에 정통하고 많은 소송을 진행한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치며
지역주택조합 사건을 하면서 느끼는 건, 법률 환경이 생각보다 빠르게 변한다는 겁니다.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을 찾아야 하고, 그 문이 또 닫히면 또 다른 길을 찾아야 합니다. 그게 이 일의 숙명 같기도 하고, 재미 같기도 합니다.
위와 같은 사례가 지역주택조합과 관련된 문제를 가지고 있으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지역주택조합 문제로 고민 중이시라면, 사안마다 적용되는 법리가 다를 수 있으니 꼭 전문가와 상담해 보시기 바랍니다.
ps. 대법원 2024다269808 판결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따로 풀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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