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 속에서 얻은 답, 다시 법정으로
고요 속에서 얻은 답, 다시 법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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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 속에서 얻은 답, 다시 법정으로 

장휘일 변호사

정신없던 평일이 지나 주말이 되면 나는 텐트를 비롯해 랜턴과 버너, 머그컵 등 가방에 이것저것 챙겨 캠핑장으로 향한다.

도착 후 텐트를 치고, 의자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는 순간 비로소 도시의 소음이 멀어진다.

오롯이 바람 소리, 숲의 냄새, 별빛만 남는다.

이 고요 속에서 나는 내 일상을 돌아본다.


해가 질 때쯤 불을 피우고, 타닥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지난 법정에서 했던 말들을 되감아 보기도 한다.

반드시 했어야 했던 질문, 조금 더 천천히 말했어야 했던 순간, 그리고 미처 확인 못 한 단서들···

불빛이 꺼질 듯 흔들리면 나는 장작을 조금 더 가까이 붙이고, 공기를 불어 넣는다.

그 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머릿속도 함께 정리된다.

사건도 결국 불과 같다.

과하게 부채질하면 꺼지고, 무심히 두면 식어버린다.

필요한 건 ‘적당한 거리’와 ‘지속적인 호흡’이다.


최근 다녀온 캠핑에서는 얼마 전 있었던 형사 공판이 문득 떠올랐다.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흘러가 순간 가슴이 철렁했지만, 그때 떠오른 건 지난주 캠핑장의 밤이었다.

바람이 갑자기 방향을 바꿔 불꽃이 한쪽으로만 기울던 장면.

그때 나는 불을 억지로 키우려 하지 않고, 장작의 배치를 바꾸고 의자를 옮겼다.

재판에서도 같은 방식을 택했다.

준비해 간 주장에만 매달리지 않고, 쟁점의 순서를 바꾸는 등 작은 디테일들을 조정하며 흐름을 다시 붙잡았다.

캠핑에서 배우는 건 거창한 철학이 아니다. 오히려 아주 사소한 것들이다.

물을 아끼는 법, 망치로 팩을 박을 때 손을 다치지 않는 각도, 새벽에 이슬이 맺히기 전에 타프 각도를 조금 낮춰두는 습관.

그런데 그 사소함이 법정에서도 그대로 효력을 낸다.

메모의 줄 간격을 넓혀 갑작스러운 질문을 적어 넣을 공간을 남겨두는 일, 판사가 묻기 전에 스스로 선택지를 정리해 두는 일, 의뢰인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을 시작하는 순서를 바꾸는 일.

이렇게 작은 것들이 모여 태도를 만든다.

이처럼 캠핑은 나에게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

법정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을 만들어주는 루틴이다.

무엇보단 숲속에서는 작은 것들이 크게 다가온다.

아침에 내려 마시는 커피 한 잔, 밤하늘을 수놓는 별빛,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소리. 그 사소한 것들이 마음을 정리해주고, 다시 법정으로 돌아갈 용기를 준다.


의뢰인들은 종종 내게 묻는다.

“변호사님은 어떻게 항상 침착하세요?”

사실 나는 침착한 사람이 아니다.

다만, 주말에 이 취미를 통해 내 마음을 비우고 돌아오기에 법정에서는 더 흔들리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다.

내가 지켜야 할 건 승소만이 아니라, 의뢰인이 무너지지 않도록 곁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태도이니까.


캠핑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은 늘 생각이 많다.

차창 너머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보며, 사건 기록 속에서 놓쳤던 부분들을 떠올리기도 한다.

숲에서 얻은 차분함이 머릿속을 정리해준다.

그래서인지 숲을 다녀온 뒤에는 글을 쓰거나 새로운 전략을 정리하는 시간이 많다. 집중이 더 잘 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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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변호사라는 일은 늘 흔들림 속에서 균형을 찾는 과정 같다.

판결은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많은데, 그럴수록 내가 어떤 태도로 임했는지가 남는다.

불멍을 하며 깨달은 것처럼 불은 꺼져도 다시 살릴 수 있고, 마음은 흔들려도 다시 다잡을 수 있다.

중요한 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차분함을 잃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자주 숲을 찾을 것이다.

사건이 많아질수록, 쌓인 긴장이 많을수록 더 자주 떠나야 한다.

자연 속에서 얻은 답이 다시 법정에서 나를 지탱해주기에 말이다.

숲에서 쉼을 얻고, 법정에서 힘을 쓴다.

그것이 지금의 나를 버티게 하는

단순하고도 확실한 공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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