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싸움의 끝… 유죄는 도용이 아니라 협박
디자인 싸움의 끝… 유죄는 도용이 아니라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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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싸움의 끝… 유죄는 도용이 아니라 협박 

신동우 변호사

디자인을 둘러싼 분쟁은 자주 일어난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의 대응이다. 어떤 이는 정식 이의제기를 택하고, 어떤 이는 감정적인 폭로와 비방을 선택한다. 이번 사건은 후자의 선택이 어떤 결말을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디자인 싸움으로 시작된 다툼, 끝내 유죄 판결을 받은 건 표절 당했다고 주장하던 그 사람이었다.

해당 글은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에 공개된 판례의 내용에 기반하여 작성되었으나, 실제 인물, 장소, 배경 등은 모두 각색되었습니다.


서울 서초구에서 벌어진 이 사건의 시작은 공모전이었다. 그래픽 디자인 전공자 A는 SNS에 포트폴리오 일부를 올려 홍보를 해왔다. 며칠 뒤, B가 비슷한 스타일의 작품으로 한 대회에서 입상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를 본 A는 격분했고, B의 수상작이 자신의 스타일을 표절했다며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처음엔 단톡방과 SNS 게시물로 시작됐다. “내 걸 베낀 사람이 상을 받았다”, “도둑이 디자이너 행세를 한다”는 문구가 포함된 게시물이 올라왔다. 문제는 실명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 게시물엔 B가 속한 학교, 학과, 공모전명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A는 B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내 “디자인계에서 매장될 줄 알아라”, “너 같은 도둑이랑은 같이 일 못 한다”는 식의 협박성 문장들을 반복적으로 보냈다. 일부는 녹취까지 되어 있었고, B는 이 모든 내용을 정리해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B는 처음엔 당황했다. “도용은 절대 아니다. 영감의 범위일 뿐이고, 오히려 억울하다”고 했다. 하지만 SNS에 도는 게시물로 인해 학내에서 따가운 시선을 받았고, 강의 중 교수까지 해당 사건을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결국 B는 병원을 찾았고, 진단서까지 첨부해 정신적 피해를 호소했다.

경찰은 게시글 2건, 메시지 14건, 통화녹음 파일 3건을 확보 했다. 이 중 상당수는 “널 그냥 두지 않겠다”는 표현, “디자인 학원 강사들에게도 다 알렸다”는 등 협박과 명예훼손의 정황이 명확히 드러났다. 수사기관은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과 형법상 협박죄를 적용했다. 재판에선 쟁점이 분명했다. ‘표절 여부’가 아니라 ‘표절이라는 주장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했는가’였다. 재판부는 A가 사실관계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감정적으로 과잉 대응했으며, 그 과정에서 타인의 사회적 평판을 침해한 점을 지적했다.

또한 협박의 기준에 대해 “신체적 위해만이 협박이 아니다”라고 명시하며, “전공계열에서 매장될 것”이라는 반복적 발언은 직업적 생존권을 위협한 것으로 본다”고 판시했다. 명예훼손 역시 실명이 없더라도 특정성이 충족된다는 점이 인정되었다. 결국 A는 벌금 700만원과 80시간의 사이버 범죄 예방교육 명령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공모전 상금이 아니라, 사람을 망가뜨리려 한 방식이 문제였다고 강조했다. B는 이번 판결 이후 “표절이 아니란 사실보다, 인간으로서 무너진 내 시간들이 더 아팠다”고 남겼다. 실제로 SNS 상에선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도가 바뀌었다는 반응이 이어졌고, 학내 디자인 커뮤니티에선 "표절 논란은 조심스럽게, 공개 폭로는 법의 경계를 넘지 않게”라는 경각심이 퍼졌다.

법은 억울함을 설명할 권리를 보장하지만, 그 설명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해선 안 된다. 사실이더라도 허위일 수 있고, 피해자라도 가해자가 될 수 있다. 표현 방식과 수위, 전달 채널과 반복성은 언제나 법적 심판의 대상이 된다. 이 사건은 특히 예비 디자이너, 프리랜서, 1인 창작자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남겼다. 표절 대응은 공개 비방이 아니라 공식 절차로, 억울함을 표출하는 순간에도 ‘표현의 책임’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판결문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의심은 대화로, 확신은 절차로. 분노는 법 위에 있을 수 없다.” 디자인 도용 논란은 때때로 그 진위보다 대응의 방식이 더 큰 문제를 만든다. 이번 사건은 피해자로 보였던 인물이 결국 법정에서 책임을 지게 된 사례였다. 디자인 싸움의 끝, 유죄는 도용이 아니라 협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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