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 명예훼손죄에서의 특정성과 공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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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훼손] 명예훼손죄에서의 특정성과 공연성 

김상윤 변호사

I. 명예훼손죄 구성요건 개관

명예훼손죄는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는 사실을 적시하여 그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범죄입니다.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여러 요건이 충족되어야 하는데, 그 중에서도 특정성과 공연성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핵심적인 구성요건입니다.

1. 특정성: 누구의 명예를 훼손했는가?

특정성이란 명예훼손 행위의 대상이 되는 피해자가 특정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건입니다. 형법 제307조에는 명시적으로 ‘특정성’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지 않지만, ‘사실을 적시하여’라는 표현에 특정성 요건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사실을 적시한다는 것은 구체적인 대상에 관한 사실을 외부에 표시하거나 전달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특정성은 반드시 실명이나 직접적인 개인정보를 언급해야만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명예훼손의 대상은 자연인뿐만 아니라 법인, 단체, 조직의 구성원도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해당 표현을 통해 누구의 명예가 훼손되는지 식별 가능한지 여부입니다.

예를 들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글의 주제가 이미 특정인에 관한 것으로 명확한 상태에서 댓글에서 주어를 생략하고 “거짓말쟁이다” 또는 “사기꾼이다”라고 작성했다면, 명시적으로 대상을 언급하지 않았더라도 특정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는 문맥상 누구를 지칭하는지 충분히 유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특정성 판단에 있어서는 해당 표현의 전체적인 맥락, 구체적인 상황, 일반적인 독자나 청자의 관점에서 누구를 지칭하는지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2. 공연성: 얼마나 널리 알려졌는가?

공연성은 명예훼손 행위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요건입니다. 즉, 명예훼손적 표현이 사회적으로 전파될 수 있는 환경에서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합니다.

공연성에 관한 학설과 판례의 입장

공연성에 관해서는 두 가지 주요 학설이 있습니다:

가. 직접 인식 상태 요구설: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직접 그 표현을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러야 공연성이 인정된다는 견해입니다.

나. 전파 가능성 이론: 특정된 한 사람에게만 전달된 표현이라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이 인정된다는 견해입니다.

대법원은 전파 가능성 이론을 채택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그 적용 범위를 점점 확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SNS뿐만 아니라 카카오톡에서 1:1로 전송된 메시지도 전파 가능성이 인정된다면 공연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전파 가능성 이론의 무분별한 확대 적용을 경계하면서, 공연성 판단에 있어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가. 증명책임의 엄격화: 검사는 전파 가능성에 대해 엄격한 증명책임을 부담하며, 단순한 ‘가능성’이 아닌 ‘개연성’을 입증해야 합니다.

나. 주관적 요건의 강화: 발언자가 전파 가능성을 인식했을 뿐 아니라, 그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다. 관계적 맥락 고려: 발언자와 상대방 또는 피해자 사이의 관계, 대화의 경위와 상황, 사실 적시의 내용과 방법, 장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환경에서는 특정성과 공연성의 판단이 더욱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온라인상에서는 정보의 전파 속도가 빠르고 범위가 넓어 공연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터넷 명예훼손의 경우 일반 형법이 아닌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게 되어 가중처벌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대법원 2020도5813 판결 사례를 살펴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집 뒷길에서 소수의 사람들이 듣는 자리에서 피해자에게 “저것이 징역 살다 온 전과자다”라고 큰소리로 말한 경우, 법원은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고려하여 공연성을 인정했습니다:

가. 피고인과 피해자가 갈등관계에 있었던 점

나. 발언을 들은 사람과 피해자의 관계가 가깝지 않았던 점

다. 공개하기 꺼려지는 개인사에 관한 내용으로 주변에 회자될 가능성이 컸던 점

라. 공개된 장소에서 큰소리로 말하여 다른 사람들이 들을 수 있었던 점

II. 실무적 조언

1. 특정성 관련 조언

가. 간접적 표현도 특정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이름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문맥상 누구를 지칭하는지 명확하다면 특정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나. 집단에 대한 표현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집단의 규모가 작고 구성원이 특정 가능하다면, 집단 전체에 대한 표현도 개별 구성원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2. 공연성 관련 조언

가. 1:1 대화라도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카카오톡 등의 1:1 대화도 상대방이 다른 사람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나. 전파 가능성을 줄이는 조치를 취하세요: 비밀유지 의무가 있는 관계에서의 대화라는 점을 명시하거나, 민감한 정보는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공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 인터넷 환경에서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인터넷상에서는 정보의 전파 속도와 범위가 넓어 대부분의 경우 공연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III. 결론

명예훼손죄에서 특정성과 공연성은 범죄 성립의 기본 요건입니다. 특정성은 피해자가 누구인지 식별 가능한지를, 공연성은 명예훼손적 표현이 사회적으로 전파될 수 있는 환경에서 이루어졌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입니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는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정보의 전파 속도와 범위가 크게 확대되어, 공연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법원은 전파 가능성 이론을 채택하면서도, 그 적용에 있어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온라인상에서의 표현, 특히 타인에 관한 사실을 언급할 때는 그것이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는지, 특정성과 공연성의 요건을 충족하는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가치이지만, 타인의 명예를 부당하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함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설령 특정성과 공연성이 모두 인정되어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이 충족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위법성이 조각되어 처벌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형법 제310조는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판례는 이를 더 넓게 해석하여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있더라도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이는 허위사실이 아닌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만 적용됩니다.

명예훼손법의 복잡한 법리와 판례의 변화를 이해하고, 일상생활과 온라인에서의 표현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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