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세상을 떠나면, 자식은 재산을 물려받게 됩니다. 이를 상속이라고 부르죠. 그런데 안타깝게도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후 세월이 지나 부모 역시 세상을 떠나게 됐을 때 이 재산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이 경우 부모의 사망 후 상속은 자식의 배우자 등이 '대신' 받게 됩니다. 이를 대습상속이라고 합니다. 로톡은 다소 생소한 대습상속이 무엇인지, 성립 요건은 어떻게 되며, 어떤 경우에 받을 수 있는지 등을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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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습상속이란 무엇일까?
상속인(상속을 받는 사람)이 피상속인(사망하여 상속재산을 물려주게 된 사람)보다 먼저 사망하면, 상속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때 피상속인으로부터의 상속이 예정되었던 사람이 재산을 받지 못하게 되면, 그의 배우자와 자녀 등은 생계가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대습상속제도는 이러한 대습자의 상속에 대한 기대를 보호하고, 생계를 보장해 주기 위해서 존재합니다.
민법 제1001조(대습상속)⋅제1003조(배우자의 상속순위) 등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직계비속(자식 등) 또는 형제자매가 상속개시 전에 사망한 경우 그 직계비속이 있는 때에는 그 직계비속이 사망한 자의 순위에 갈음해 상속인이 된다. 이때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공동상속인이 되고, 그 상속인이 없는 때에는 단독상속인이 된다."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보자면, 이렇습니다. 아버지가 사망하기 전, 아들이 먼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이때 아들에게 자녀와 배우자가 있다면, 아버지의 사망 후 이들(며느리와 손주)이 대신해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편집 = 조소혜 디자이너>
제 몫의 재산상속 받을 수 있을까요?원문보기
친할아버지께선 돌아가신 지 오래됐고 친할머니는 2달 전 돌아가셨습니다. 친할머니는 3남 1녀를 두셨고 저의 아버지는 10년 전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할머니와는 조금 소원해졌는데 할머니 사후, 생전에 가족(삼촌)들에게 재산상속에 대한 이야기도 듣지 못했고, 증여받은 것도 없습니다. 제 몫의 재산 찾을 수 있을까요?
최민형 변호사
법무법인 에이시스
질문자분께서는 친조모의 대습상속권자입니다. 대습상속이란 상속인의 지위에 있는 자가 피상속인보다 먼저 사망하거나 결격한 경우 그를 갈음하여 배우자나 직계비속이 대신 그 상속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즉, 친조모의 사망 이전에 부친께서 이미 사망하신 바, 질문자분의 모친과 질문자분의 형제자매는 부친의 몫을 대신하여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대습상속이 일어나는 경우
대습상속은 특수한 경우에 일어납니다.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①상속인이 상속재산을 물려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생겨야 합니다. 상속인이 피상속인(상속재산을 물려줄 사람)보다 먼저 사망하여 상속재산을 물려받을 수 없는 경우, 상속인이 법적으로 상속결격자가 되는 바람에 상속을 받을 수 없게 된 경우 등 입니다.
다음은 ②대습상속을 받을 사람이 대습자로서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즉, 상속인이 될 사람의 '직계비속 또는 배우자' 여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배우자란 법률상 배우자로 사실혼 관계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 대습상속 받을 수 있을까
구체적인 예를 통해 언제 대습상속이 가능하고, 불가능한지 알아보겠습니다.
며느리도 대습상속 받을 수 있을까?
우리 민법 제1000조는 재산 등을 물려받을 수 있는 사람의 순위를 정해뒀습니다.

<편집 = 조소혜 디자이너>
제1순위는 자식 등 직계비속, 제2순위는 부모 등 직계존속(피상속인을 기준으로 부모, 조부모 등 윗세대), 제3순위는 형제자매, 제4순위는 삼촌 등 4촌 이내의 방계혈족입니다. 이때 며느리는 시부모의 혈족이 아닌 인척이므로 이러한 상속순위에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습상속 제도를 통해 며느리도 상속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변호사가 작성한 조언글을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며느리의 대습상속원문보기
최근 시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셨다고 연락을 받았습니다. 남편은 오래 전에 사별했고, 전 재혼을 했습니다. 저와 제 딸이 상속을 받을 수 있을까요?
김수한 변호사
법무법인 이로
남편분이 돌아가신 상황이라면, 대습상속으로 배우자인 아내와 자녀가 상속인이 되는 게 원칙입니다. 단, 재혼을 하신 경우엔 본인은 대습상속을 받을 수 없습니다. 대신 자녀가 남편분의 지분만큼을 상속받게 될 것입니다.
사위도 대습상속 받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사위는 어떨까요. 사실 약 30년 전까지만 해도 사위는 며느리와 달리 대습상속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지난 1960년 민법 제정 당시엔 며느리에게만 대습상속권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배우자와 사별한 뒤에도 재혼하지 않고 시부모를 봉양한 며느리에게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1990년 민법 개정 당시 "양성평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왔고, 결국 며느리에게만 인정하던 대습상속권이 사위에게도 확대됐습니다. 따라서 지금은 사위 역시 대습상속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 '사위가 대습상속을 받는 게 맞느냐'로 대법원까지 올라온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변호사가 작성한 조언글을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며느리, 사위도 상속받을 수 있는 대습상속이란원문보기
지난 1997년, 괌에서 KAL기가 추락해 200명이 넘는 한국인이 숨진 대형 참사가 있었습니다. 당시 약 1000억원대 재산을 가진 A회장 일가족 역시 참변을 당했습니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건 하루 늦게 출발하기로 했던 사위 뿐이었고, A회장의 부모는 이미 세상을 떠난 상황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재산은 A회장의 딸을 대신해 배우자인 사위가 받는 게 맞을까요? 대습상속에 해당한다면 그렇게 보는 게 맞고, 대습상속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A회장의 형제자매들에게 가는 게 맞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 2001년 "대습상속에 해당한다"며 "사위에게 가는 게 맞는다"고 했습니다.
동시사망으로 추정되는 경우에도 민법의 대습상속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당시 대법원은 동시사망의 경우에도 민법 제1001조에서 말하는 '상속인이 될 직계비속이 상속 개시 전에 사망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태아도 대습상속 받을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태아의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남편과 시부모가 갑작스럽게 사망하고, 임신 중인 아내만 살아남은 경우. 이때 배 속에 있던 태아는 상속인이 될 수 있을까요. 정답은 "될 수 있다" 입니다.
원칙적으론 상속 개시(피상속인의 사망 등) 시점에 살아있는 사람만이 상속인이 될 수 있지만, 예외적으로 태아의 경우 이미 출생한 것으로 간주합니다(민법 제1000조 제3항). 단 태아로 있는 동안엔 상속을 받을 수 없고 나중에 출생한 이후에 한해서 자신의 상속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시 예로 돌아가보겠습니다. 당초 1순위 상속인이었던 남편이 사망한 경우입니다. 따라서 아내와 자식이 남편을 대신해 시부모의 재산을 대습상속 받게 됩니다. 남편이 외동아들이라면 시부모의 전 재산을 아내와 태아가 공동으로 받게 되고, 다른 자녀가 있는 경우엔 이들과 동등한 비율의 재산을 물려받습니다.
대습상속을 못 받게 되는 경우는? 상속 결격 사유
대습상속을 받을 사람은, 민법상 상속결격자가 아니어야 합니다. 우리 민법이 "다음 중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상속인이 되지 못한다"고 못 박아두고 있기 때문입니다(제1004조).
상속결격사유
-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 등을 살해하거나 살해하려 한 자
-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 상속의 선⋅동순위자 등에게 상해를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자
- 사기 또는 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 또는 유언의 철회를 방해한 자
- 사기 또는 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을 하게 한 자
-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서를 위조·변조·파기 또는 은닉한 자
예를 들어 남편의 사망 뒤 부인이 임신중절을 한 경우 부인은 대습상속을 받을 수 없습니다. 자신과 같은 순위의 상속인인 태아를 살해한 것이므로(①) 상속 결격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상속포기 했다면, 대습상속도 못 받을까?
상속엔 재산을 물려받는 것 뿐만 아니라 채무(빚)도 함께 대물림됩니다. 이 때문에 부모의 재산보다 빚이 더 많은 경우엔 '상속 포기' 등을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상속포기란 말 그대로 상속을 아예 받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존 상속인 재산에 대해 이미 '상속 포기'를 했다면 대습상속 역시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볼까요. 변호사 상담 사례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상속은 어떻게 진행이 될까요?원문보기
아버지가 사망했을 때 상속포기를 했습니다. 이후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대습상속을 받게 됐는데, 혹시 상속포기가 취소되는 등 빚이 되살아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김지진 변호사
법무법인 리버티(libertylawfirm)
대습상속을 받을 수 있고, 대습상속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상속포기가 취소되지 않습니다. 대습상속과 상속포기는 별개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상속은 언젠가 겪을 수 있는 일이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올 경우 여러 현실적인 문제에 마주칠 수 있습니다. 특히 대습상속과 같은 상속 문제는 가족 구성원 사이의 내밀하고 복잡한 이해관계를 따져야하는 만큼 정확한 검토가 필수적입니다. 전문가인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