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판사로 근무하면서 알게 된 형사재판 및 영장재판에서 이기는 노하우를 이 책에 넣고 싶었다. 하지만 망설여졌다. ‘혹시 형사재판 및 영장재판에서 이기는 노하우가 알려지면 사람들이 이를 악용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걱정이 들었다. Money소송이야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기에 이기는 노하우가 알려져도 상관없지만, 형사재판 및 영장재판은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내포하고 있기에 이기는 노하우를 공개하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나는 영장전담판사를 하고 있을 때 법원에서 배포한 영장재판 관련 자료를 참조해서 영장재판을 처리했다. 지금도 전국에 근무하고 있는 많은 판사가 해당 자료를 참조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자료를 통해서 익힌 노하우를 공개해도 될까? 이런 생각 끝에 형사재판 및 영장재판에서 이기는 노하우를 이 책에 넣지 않기로 했다. 여기서는 형사재판 및 영장재판의 포괄적, 추상적 수준에서의 핵심만 언급하려 한다. 형사재판 및 영장재판에서는 검사의 프레임과 피고인, 피의자의 프레임이 충돌한다. 피고인, 피의자의 프레임으로 검사의 프레임을 흔들어야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나오든, 집행유예가 나오든, 보석으로 풀려나든, 영장 재판에서 영장기각을 받아 내든 할 것이다. 그렇기에 어떤 프레임이 판사에게 더 잘 채택될 프레임인지를 예상하지 못한다면, 검사의 프레임을 흔들 수 없게 되고 결국 형사재판 및 영장재판에서 우울한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검사의 프레임에 흠집을 낼 수 있는 피고인, 피의자의 프레임은 뭘까? 첫째는 바로 건전한 상식에 부합하는 프레임이다. 건전한 상식에 부합하는 프레임이 아니면 판사의 마음을 움직이기 어렵다. 하지만 건전한 상식에 부합하는 프레임만으로는 부족하다. 따라서 둘째는 피고인, 피의자에게 유리한 프레임이다. 건전한 상식에 부합하는 프레임이면서 동시에 피고인, 피의자에게 유리한 프레임을 구축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사건의 당사자는 자기에게 유리한 프레임만 구축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게 인간의 본능이다. 그렇게 되면 건전한 상식에 부합하는 프레임에서 멀어지게 된다. 반대로 건전한 상식에 부합하는 프레임만 강조하면, 안타깝게도 피고인, 피의자에게 불리한 프레임이 되고 만다. 피고인, 피의자가 자기에게 유리한 이야기만 하면 신빙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반대로 건전한 상식에 부합하는 측면만 강조하면 유죄, 높은 형량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수사를 받는 사람, 형사재판 및 영장재판을 앞둔 사람은 하루라도 빨리 훌륭한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피고인, 피의자에게 유리하면서도 건전한 상식에 부합하는 균형 있는 프레임을 구축해야 한다. 예를 들어 보겠다. 2명이 재산문제, 치정문제 등으로 서로 다투고 있다고 하자. 각자가 선택할 수 있는 프레임은 크게 3가지이다. 당신은 어떤 프레임을 선택하겠는가? ① 나와 상대방 모두 좋은 사람이다, ② 나는 좋고 상대방은 나쁜 사람이다, ③ 나와 상대방 모두 나쁜 사람이니 법대로 해 달라는 사람이다. 대부분 본능적으로 ②의 프레임을 구축한다. 하지만 수사기관, 재판기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아니 건전한 상식을 가진 일반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그들 모두 2명에 대해서 ‘둘 다 똑같은 놈이네.’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에 ③의 프레임을 구축하는 것이 좋다. ③의 프레임을 구축하면 나도 나쁜 놈이라고 인정한 것이니 나한테 안 좋은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그런 부분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 부분은 ②의 프레임을 구축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③의 프레임을 구축하면, 수사기관, 재판기관으로 하여금 ‘나쁜 놈이지만 맞는 말은 하는 놈이네.’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렇게 신뢰감을 높인 상태에서 유리한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신뢰감이 없는 상태에서 유리한 자료를 제출하다간 ‘콩으로 메주를 쑨다.’해도 안 믿어 주는 벽에 부딪히게 될 위험이 있다. 그런 작은 노력들이 모이고 모여 검사의 프레임에 작은 흠집을 내고 나비효과를 거쳐서 판사에게 합리적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판사에게 합리적 의심을 불러일으키면 어떻게 될까? 바로 무죄판결, 집행유예판결, 보석결정, 영장기각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기에 피고인, 피의자는 수사 초기, 재판 초기부터 건전한 상식에 부합하는 프레임과 동시에 자신에게 유리한 프레임을 균형 있게 구축해야 한다. 그것이 방어권 행사의 기초이자 기본이다. 피고인, 피의자가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프레임만 구축하는 것 같다면, 그때는 주변 사람들이 나서야 한다. 주변 사람들은 피고인, 피의자에게 유능한 변호사를 찾아가라고 적극적으로 조언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가족이고 친구고 선후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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