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시간을 내서 헌혈을 했다. 헌혈을 하기 전에 헌혈이 가능한 몸 상태인지 간단한 검사를 하는데, 그때 간호사분께서 이번이 내 103번째 헌혈이라고 말씀해주셨다. 100번째 헌혈은 작년 겨울 때였지만 그 이후에 해외도 나가고 여러가지 이유들로 많이 바빠서 굉장히 오랜만에 하는 헌혈이었다.
내가 헌혈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굉장히 단순했다. 그저 타인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것. 극심한 출혈이 발생한 응급환자는 즉시 피를 수혈 받지 못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때문에 의료당국은 적정 혈액보유량을 항시 유지하고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의 헌혈이 꼭 필요하다고 한다.
초기에는 혈액의 모든 성분을 채혈하는 '전혈' 헌혈을 주로 했다. 전혈 헌혈은 15분 정도면 채혈이 끝나기 때문에 헌혈 후의 피곤함이 다른 헌혈에 비해 덜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다가 24살 때쯤이었나, TV에서 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아이들에 관한 영상을 본 후 그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 지금은 혈소판 헌혈 위주로 하고 있다.
혈소판 헌혈은 전혈 헌혈과는 달리 성분채혈기를 이용하여 혈소판만을 채혈하고 나머지 성분은 내 몸에 다시 넣는 과정을 거친다. 때문에 채혈시간만 1시간에 달한다. 그래서 한 번 혈소판 헌혈을 하고 나면 정말 피곤하고 몸이 무겁다. 헌혈 뒤에는 다른 약속을 잘 잡지 않을 정도니까. 그래도 내 피가 투병생활로 고생하고 있을 백혈병 환자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헌혈의 집을 나서는 내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가볍다.
내가 변호사의 꿈을 꾸게 된 계기도 그 시작은 헌혈과 비슷했다. 나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한다. 낯선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그리 어색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즐긴다. 나 자신도 흠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들과 많이 다르거나 부족한 면이 있어 보이는 사람이라고 해서 차등을 두지 않는다. 중‧고등학교 시절 나는 소위 왕따를 당하는 친구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굉장히 많은 학생이었다. 왕따를 시키는 아이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고 약자는 무조건적으로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중학교 1학년 때, 성인이 되면 어떤 직업을 갖고 싶은지 생각해오라는 담임선생님의 말씀을 듣자마자 나는 바로 변호사를 떠올렸다. 길게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내 주변 사람들에게, 약자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그리고 변호사가 된 지금도 그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제게 기댈 곳은 변호사님 밖에 없습니다.", "변호사님만 믿고 있습니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다. 그 절박함의 크기를 잘 알기에 나에게는 그 어떤 사건도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다. 내 피로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듯이, 내 피나는 노력으로 의뢰인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할 수 있기를.
장미를 건네는 손에는 언제나 장미향이 묻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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