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로 기소되어 오랜 재판 끝에 무죄가 확정되면 대부분 가장 먼저 형사보상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형사보상과는 완전히 별개로, 재판 과정에서 실제로 지출한 변호사 선임료를 비롯한 소송비용을 국가로부터 돌려받을 수 있는 절차가 따로 있습니다. 형사보상은 구금 기간을 전제로 산정되는 제도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은 사람에게는 아예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지출한 비용을 회복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통로가 바로 이 소송비용보상입니다. 이 글에서는 형사보상과 소송비용보상이 어떻게 다른지, 성범죄 사건에서 무죄 확정 후 변호사 비용을 실제로 얼마나, 어떤 절차로 돌려받을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무죄가 확정되면 갈리는 두 갈래 — 형사보상과 소송비용보상
성범죄로 기소되어 길게는 1년 넘게 재판을 받다가 무죄가 확정되면, 대부분 가장 먼저 형사보상을 떠올립니다. 억울하게 구속되거나 재판을 받은 데 대한 보상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형사보상과는 완전히 별개로, 재판 과정에서 실제로 지출한 변호사 선임료를 비롯한 소송비용을 국가로부터 돌려받을 수 있는 절차가 따로 있습니다. 두 제도는 근거 법률도 다르고, 청구 요건과 산정 방식도 다릅니다.
형사보상은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수사·재판 과정에서 미결구금을 당했거나 형을 집행받은 사람이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을 때 그 구금·집행 기간에 대해 보상하는 제도입니다. 보상금은 구금일수 1일당 보상청구의 원인이 발생한 연도의 최저임금액 이상, 구금 당시 최저임금액의 5배 이하의 비율로 산정되는데, 이 구조 자체가 구금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애초에 구속되지 않고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은 사람에게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반면 소송비용보상은 형사소송법 제194조의2에 근거해, 무죄가 확정된 피고인이 그 재판을 위해 실제로 지출한 비용을 보상하는 제도로, 구속 여부와 관계없이 무죄가 확정된 모든 피고인에게 문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두 청구는 심리하는 근거 조문이 다를 뿐 서로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구속되어 재판을 받다가 무죄가 확정된 사람이라면 형사보상과 소송비용보상을 각각 별도로 청구해 두 가지 금전을 모두 받을 수 있고,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은 사람이라면 소송비용보상만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구조를 모른 채 형사보상만 알아보고 소송비용보상 청구 자체를 놓치는 경우가 실무에서 적지 않습니다.
소송비용보상이란 — 형사소송법 제194조의2가 정한 요건
형사소송법 제194조의2 제1항은 "국가는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당해 사건의 피고인이었던 자에 대하여 그 재판에 소요된 비용을 보상하여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보상할 수 있다"가 아니라 "보상하여야 한다"는 문언대로, 무죄가 확정되었다면 원칙적으로 국가는 비용을 보상할 의무를 집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준강간·강제추행 등으로 기소되었다가 1심 또는 항소심에서 무죄가 확정되면 이 조항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다만 예외 없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조 제2항은 다음 네 가지 경우 법원이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상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정합니다.
피고인이었던 자가 수사나 재판을 그르칠 목적으로 거짓 진술을 하거나 증거를 조작해 기소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하나의 재판에서 경합범 일부는 무죄, 다른 부분은 유죄로 확정되는 경우
형법 제9조(형사미성년자)·제10조 제1항(심신상실자)의 사유로 무죄판결을 받은 경우
비용 지출이 피고인이었던 자에게 책임을 돌릴 사유로 발생한 경우
성범죄 사건에서 특히 문제 되는 경우는 두 번째 예외입니다. 준강제추행과 카메라등이용촬영이 함께 기소되어 한쪽은 무죄, 다른 쪽은 유죄로 확정되면, 무죄 부분에 들어간 비용이라도 법원 재량에 따라 보상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보상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고, 무죄 판단 부분의 방어에 실제로 필요했던 비용인지를 법원이 개별적으로 심사합니다.
보상받는 비용의 범위 — 변호인 보수부터 여비·일당까지
형사소송법 제194조의4 제1항은 비용보상의 범위를 "피고인이었던 자 또는 변호인이었던 자가 공판준비 및 공판기일에 출석하는 데 소요된 여비·일당·숙박료와 변호인이었던 자에 대한 보수"로 정합니다. 실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단연 변호인 보수입니다. 성범죄 사건은 수사 단계 조력부터 1심, 필요하면 항소심까지 변호인을 선임하는 경우가 많고, 그만큼 지출한 선임료도 상당한 규모가 됩니다.
다만 지급한 변호사 보수 전액이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법 제194조의4 제2항은 법원이 보상금액을 산정할 때 "당해 재판에 소요된 변호인 보수액을 참작하여 이를 넉넉하게 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할 뿐, 정액표를 두고 있지 않습니다. 법원은 사건의 난이도, 심급, 실제로 지급이 확인되는 보수액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량으로 금액을 정하기 때문에, 실제 지급액과 법원이 인정하는 보상액 사이에 차이가 생기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 때문에 청구 단계에서 변호사 선임계약서와 실제 수임료 지급을 증명하는 자료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갖춰 제출하는 것이 인정 금액을 높이는 데 중요합니다.
소송비용보상에서 변호인 보수는 정액으로 정해져 있지 않고, 법원이 실제 지출 내역을 참작해 재량으로 산정한다 — 청구 시 지급 증빙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갖추느냐가 인정 금액을 좌우한다.
형사보상과 무엇이, 왜 다른가 — 구금 여부와 무관한 권리
두 제도의 가장 큰 차이는 구금 여부를 요건으로 하는지에 있습니다. 형사보상은 미결구금일수를 기준으로 산정되는 만큼, 구속되어 재판을 받은 적이 없다면 애초에 청구할 대상 자체가 없습니다. 성범죄 사건은 불구속 상태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는 경우가 드물지 않은데, 이런 사건에서 무죄가 확정되면 형사보상은 아예 검토 대상이 되지 않고, 소송비용보상만이 유일하게 금전적으로 회복받을 수 있는 통로가 됩니다.
두 제도가 보상하는 손실의 성격도 다릅니다. 형사보상은 구금이라는 신체 자유 제한 자체에 대한 보상으로, 정신적 고통과 재산상 손실을 포괄해 구금일수를 기준으로 산정됩니다. 반면 소송비용보상은 실제로 지출한 비용을 실비 위주로 보전하는 성격이 강합니다. 실무에서도 형사보상 결정에 포함된 변호인 보수 상당액은 형사소송법 제194조의2 제1항에 근거한 별개의 보상이므로, 형사보상의 위자료 산정에서 이를 공제하지 않는다는 것이 실무의 태도입니다. 두 청구가 서로 다른 목적과 근거를 가진 별개의 권리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절차 면에서도 별개입니다. 형사보상과 소송비용보상은 모두 무죄판결을 선고한 법원에 청구하지만, 신청서와 소명자료는 각각 따로 갖추어 개별적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하나를 청구했다고 다른 하나가 자동으로 함께 심사되지 않으므로, 구속되었다가 무죄가 확정된 경우라면 두 청구를 모두 챙겨야 지출한 비용과 구금에 대한 보상을 빠짐없이 받을 수 있습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비용보상 청구가 더 중요한 이유
성범죄 사건에서 소송비용보상이 특히 중요하게 취급되어야 하는 이유는 몇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 준강간·준강제추행·카메라등이용촬영 등 성범죄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이 진행되는 사례가 적지 않아, 형사보상을 아예 청구할 수 없는 피고인 비중이 다른 범죄군보다 높습니다. 둘째, 성범죄는 진술의 신빙성 다툼, 디지털 증거 분석, 전문가 의견 등 방어에 필요한 작업이 많아 변호사 선임료 자체가 다른 사건군보다 고액으로 형성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무죄를 다투려면 수사 단계부터 상당한 비용을 들여야 하는데, 이 비용을 회수할 통로가 소송비용보상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는 뜻입니다.
셋째, 성범죄는 1심에서 유죄가 나왔다가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히거나 그 반대의 흐름을 거치며 심급이 길어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소송비용보상은 심급마다 지출한 비용을 각각 청구할 수 있어, 1심과 항소심에서 각각 변호인을 선임했다면 그 비용을 나누어 청구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넷째, 여러 죄명이 병합기소된 사건에서 일부만 무죄가 확정되더라도, 판결 주문이 아닌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된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의 방어에 실제로 필요했던 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19. 7. 5.자 2018모906 결정은 판결 주문에서 무죄가 선고된 경우뿐 아니라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된 부분에 대해서도, 그 방어권 행사에 필요했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비용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성범죄처럼 여러 혐의가 함께 기소되는 사건에서는 이 법리가 실질적으로 중요합니다.
청구 절차와 기간 — 어디에, 언제까지, 무엇을 갖춰야 하나
소송비용보상 청구는 무죄판결을 선고한 법원에 서면으로 해야 합니다. 항소심에서 무죄가 확정됐다면 항소심 법원에, 상고심에서 무죄 취지로 확정됐다면 그 절차를 진행한 법원에 청구하는 식입니다. 청구서에는 판결문, 판결확정증명원과 함께 변호사 선임계약서, 수임료 지급 사실을 뒷받침하는 영수증이나 계좌이체 내역 등 실제 지출을 소명할 자료를 함께 제출해야 법원이 구체적인 보상 금액을 산정할 수 있습니다.
청구기간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194조의3 제2항은 청구기간을 "무죄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안 날부터 3년, 무죄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5년" 이내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이 처음부터 3년·5년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옛 조항은 청구기간을 무죄 확정일로부터 6개월로 짧게 정하고 있었는데, 헌법재판소 2015. 4. 30.자 2014헌바408 결정이 이를 지나치게 짧아 재판청구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고, 이후 법 개정으로 형사보상 청구기간과 같은 3년·5년으로 늘어났습니다. 두 제도의 청구기간이 나란히 맞춰진 것도 소송비용보상이 형사보상과 대등한 별개의 권리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 기간은 제척기간이어서 넘기면 아무리 정당한 청구라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므로, 무죄가 확정되면 되도록 빨리 준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1단계 — 무죄 확정판결문과 판결확정증명원 발급받기
2단계 — 변호사 선임계약서·수임료 지급 증빙 정리하기
3단계 — 무죄판결을 선고한 법원에 소송비용보상 청구서 제출하기
4단계 — 구속되었던 경우라면 형사보상 청구도 별도로 함께 준비하기
전부 보상받지 못하는 경우 — 일부 무죄와 상소의 예외
모든 성범죄 무죄 사건이 지출한 비용 전액을 보상받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본 대로 하나의 재판에서 여러 혐의 중 일부만 무죄가 되고 나머지가 유죄로 확정되면, 법원은 재량으로 비용보상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때 법원은 무죄 부분과 유죄 부분의 방어활동이 실제로 얼마나 구분되었는지를 살펴, 무죄 부분의 방어에 고유하게 들어간 비용인지를 개별적으로 따집니다.
검사만 상소했다가 상소가 기각되어 무죄가 그대로 확정되는 경우에도 그 상소심 절차에서 지출한 변호사 비용을 별도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법원이 상소 당시 이미 무죄가 확정될 것이 명백했다고 판단하는 등의 사정이 있다면 보상 범위가 제한될 수 있어, 심급이 늘어날수록 그 심급에서 실제로 방어활동에 들인 비용을 개별적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결국 소송비용보상은 무죄가 확정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자동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그 비용이 실제로 방어권 행사에 필요했다는 점을 청구인이 구체적으로 소명해야 인정되는 구조입니다.
실무에서는 이 소명 부담 때문에 청구를 아예 포기하거나, 소명자료 부족으로 일부만 인정받고 마무리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특히 수사 초기부터 변호인을 선임해 여러 단계에 걸쳐 비용을 지출한 경우라면, 어느 단계의 조력이 어떤 혐의의 무죄 판단과 직접 연결되는지를 정리한 자료가 있는 것과 없는 것 사이에 인정 금액 차이가 크게 벌어질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형사보상을 이미 받았는데 소송비용보상도 따로 청구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형사보상은 구금 기간에 대한 보상이고 소송비용보상은 재판에 지출한 비용에 대한 보상이라 근거 조문과 산정 기준이 다릅니다. 구속되어 재판을 받다가 무죄가 확정된 경우라면 두 청구를 각각 진행해 모두 받을 수 있습니다.
Q.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다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형사보상을 못 받는데 방법이 없나요?
A. 형사보상은 구금을 전제로 하는 제도라 불구속 상태였다면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다만 소송비용보상은 구금 여부와 무관하게 무죄가 확정된 피고인이면 청구할 수 있어, 지출한 변호사 비용은 이 절차로 회복할 수 있습니다.
Q. 국선변호인이 선임된 경우에도 비용보상을 받을 수 있나요?
A. 소송비용보상은 피고인이었던 자가 실제로 지출한 비용을 보상하는 제도입니다. 국선변호인 보수는 국가가 이미 부담하므로 별도로 지급한 사선 변호사 비용이 없다면 보상받을 비용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선 변호인을 함께 선임했다면 그 부분의 지출을 소명해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혔습니다. 1심 변호사 비용도 청구할 수 있나요?
A. 무죄판결이 확정되면 그 재판에 이르기까지 각 심급에서 실제로 소요된 비용을 심급별로 나누어 청구할 수 있습니다. 1심에서 변호인을 선임했다면 그 비용도 소명자료를 갖춰 함께 청구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Q. 청구 기간을 넘기면 정말 아무것도 받을 수 없나요?
A. 소송비용보상 청구기간은 무죄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안 날부터 3년, 확정된 때부터 5년의 제척기간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이 기간이 지나면 청구권 자체가 소멸해 아무리 정당한 청구라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므로 무죄 확정 후 되도록 빨리 준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지급한 변호사 선임료 전액을 그대로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법원이 실제 지급 내역을 참작해 재량으로 금액을 정하는 구조라 전액이 자동으로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사건의 난이도와 심급, 실제 지급이 확인되는 금액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해지므로, 선임계약서와 지급 증빙을 구체적으로 갖출수록 인정받는 금액이 실제 지출액에 가까워집니다.
맺음말
성범죄 사건에서 무죄가 확정되면 형사보상만 알아보고 소송비용보상 청구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두 제도는 근거 조문과 요건, 보상하는 손실의 성격이 전혀 다른 별개의 권리이고, 특히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은 경우라면 소송비용보상이 지출한 변호사 비용을 회복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통로가 됩니다.
청구기간은 무죄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안 날부터 3년, 확정된 때부터 5년으로 정해져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서류를 갖추기 어려워지고, 법원이 재량으로 금액을 산정하는 구조라 소명자료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준비하느냐가 실제 인정 금액을 좌우합니다. 무죄가 확정된 직후 판결문과 확정증명원, 변호사 선임계약서부터 챙겨 청구를 준비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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