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상속인에게 준 증여, 10년 지나도 유류분 대상일까
사건 개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상속재산분할을 논의하던 중, 셋째 딸 A씨는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됩니다. 15년 전 장남이 아버지로부터 시가 5억 원 상당의 상가를 증여받았다는 것입니다. 당시에는 "장남이니까"라는 말로 넘어갔던 일이지만, 막상 아버지의 상속재산을 나누는 자리에서 그 상가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A씨가 문제를 제기하자 장남은 "그건 15년 전 일이고, 이미 끝난 문제"라고 잘라 말합니다.
이런 상담은 실제로 상당히 많습니다. "5년 전, 10년 전, 심지어 20년 전에 이루어진 증여도 유류분 소송에서 문제 삼을 수 있느냐"는 질문입니다. 언뜻 생각하면 너무 오래된 일이라 이제 와서 다시 꺼낼 수 없을 것 같지만, 결론은 그 반대에 가깝습니다.
제3자에게 준 증여와 달리, 공동상속인에게 준 증여는 시기와 무관하게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됩니다. 다만 그 사실과, 그 증여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이 남아 있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하면 있는 권리도 스스로 포기하게 됩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결과를 가르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문제의 증여가 민법 제1008조가 정한 '특별수익', 즉 상속분을 미리 당겨 받은 성격의 것인지입니다. 둘째, 특별수익에 해당한다면 민법 제1114조의 '상속개시 전 1년'이라는 제한이 애초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법리를 정확히 알고 대응하는지입니다. 셋째, 상대방이 그 증여를 '기여에 대한 보상'이었다고 다투며 특별수익에서 빼내려 하지는 않는지입니다. 넷째, 반환청구권 자체에 걸려 있는 소멸시효를 넘기지 않았는지입니다.
이 네 가지는 서로 다른 층위의 문제이면서도 한 사건 안에서 동시에 다뤄집니다. "증여 시기"만 붙들고 있다가는 정작 챙겨야 할 소멸시효를 놓치고, 반대로 소멸시효만 신경 쓰다가는 상대방의 '기여 보상' 항변에 특별수익 자체를 빼앗기기도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증여 '시기'가 아니라 '특별수익 해당 여부'로 쟁점을 옮기기
가장 먼저 바로잡아야 할 오해가 "1년이 지난 증여는 유류분과 무관하다"는 것입니다. 이 조항은 원래 상속인이 아닌 제3자에게 한 증여를 겨냥한 것입니다. 공동상속인 사이의 증여에는 처음부터 다른 법리가 적용됩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쟁점을 재구성합니다.
1) 증여받은 재산이 '특별수익'임을 먼저 확정합니다.
대법원은 공동상속인이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을 증여받아 민법 제1008조의 특별수익에 해당하는 경우, 민법 제1114조의 적용이 배제되어 증여 시기와 관계없이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산입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1996. 2. 9. 선고 95다17885 판결). 결혼자금·사업자금·부동산 증여처럼 상속분의 선급 성격을 가진 재산이라면, 15년이든 20년이든 지난 시간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특별수익인지는 증여의 동기와 경위, 금액이 상속재산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다른 형제자매에게는 비슷한 증여가 없었는지 등을 종합해 판단하므로, 이런 사정들을 먼저 정리해 그 증여가 특별수익의 실질(상속분의 선급)을 갖췄다는 점을 계약서, 등기 이력, 증여세 신고 자료 등으로 소명합니다.
2) 제3자 증여와의 차이를 재판부에 분명히 구분해 제시합니다.
상대방은 종종 "증여 후 1년이 지났으니 유류분과 무관하다"는 제3자 증여의 법리를 끌어와 다툽니다. 이는 상속인 아닌 사람에게 한 증여에 국한된 이야기이므로, 공동상속인 간 증여에는 애초에 적용될 수 없다는 점을 판례를 근거로 명확히 구분해 주장합니다.
3) '기여에 대한 보상'이라는 항변에 대비합니다.
2026년 개정된 민법 제1008조는 상속인이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재산의 유지·증가에 기여한 데 대한 보상으로 받은 증여는 특별수익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2024년 4월 25일 이후 개시된 상속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이 조항을 근거로 "그 증여는 기여의 대가였다"고 다툴 것에 대비해, 실제 부양·기여의 기간과 내용이 증여 규모에 견주어 상당했는지를 미리 따져 반박 자료를 준비해 둡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소멸시효를 지키며 청구를 설계하기
증여가 유류분 산정에 포함된다는 사실과, 그 증여를 이유로 소송을 낼 수 있는 기간이 남아 있다는 것은 별개입니다. 아무리 오래된 증여라도 포함시킬 수 있다는 점에만 안심하다가, 정작 청구 자체가 시효로 막히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1)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정확히 계산합니다.
민법 제1117조에 따라 유류분반환청구권은 유류분권리자가 상속이 개시된 사실과 반환해야 할 증여가 있었다는 사실을 모두 안 날로부터 1년, 또는 그와 무관하게 상속이 개시된 때로부터 10년 중 먼저 도래하는 시점에 소멸합니다. "안 날"은 단순히 상속 사실을 안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반환 대상 증여의 존재까지 인식한 시점을 의미하므로, 언제 그 증여 사실을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는지를 문자·상담 기록 등으로 특정해 시효 완성 여부를 미리 점검합니다.
2) 반환 방식을 상속 개시 시점에 맞추어 설계합니다.
2026년 3월 17일 개정 민법 제1115조가 시행되면서, 그 이후 개시된 상속은 유류분 반환을 원칙적으로 금전(가액)으로 받는 쪽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이전에 개시된 상속에는 여전히 원물반환을 우선하던 종전 법리가 적용되므로, 상속 개시일이 그 기준일의 전후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청구 취지와 반환 방식을 다르게 설계해야 합니다.
3) 가액 산정의 기준 시점을 다툽니다.
유류분 부족액은 상속개시 당시의 가액을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증여 당시에는 값싼 임야였던 땅이 개발로 수십 배 올랐다면, 그 오른 가치까지 반영해 유류분 부족액을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감정평가를 통해 상속개시 시점 기준의 객관적 가액을 확보해 두면, 상대방이 증여 당시의 낮은 가액을 근거로 청구액을 깎으려는 시도를 막을 수 있습니다.
결론
15년, 20년 전의 증여라 해서 유류분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공동상속인 사이의 증여는 시기를 묻지 않고 유류분 산정에 포함된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의 입장입니다.
다만 그 권리를 실제로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은 별도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오래된 증여라서 안심할 것이 아니라, 언제 그 사실을 알았는지, 상속이 언제 개시됐는지를 먼저 점검해야 합니다. 반대로 소멸시효가 걱정돼 문제 제기 자체를 미리 포기하는 것도 성급합니다. 기산점을 다시 따져보면 아직 기간이 남아 있는 경우도 드물지 않기 때문입니다. 형제자매 중 누군가만 유독 재산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그 증여가 유류분 계산에 포함될 수 있는지, 그리고 아직 청구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아 있는지를 함께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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