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재산 내연 상대에게 넘어갔다면, 유증·증여 무효 다투기
사건 개요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상속 정리를 시작하면서 등기부등본을 떼어 본 자리에서 사건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분명 아버지 명의였던 아파트가 이미 낯선 사람 앞으로 넘어가 있고, 이전 원인은 '증여', 시점은 돌아가시기 1~2년 전입니다. 예금 거래내역을 확인해 보면 같은 시기에 수천만 원씩 같은 계좌로 빠져나간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수소문 끝에 그 이름이 부모님과 오랜 기간 관계를 맺어 온 상대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유언공정증서가 뒤늦게 나타나 "전 재산을 ○○○에게 유증한다"고 적혀 있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자녀들은 대개 "가족을 두고 어떻게 그 사람에게 전부 넘길 수 있느냐"며 분노하지만, 법정에서 그 분노는 그대로 힘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 법은 자기 재산을 누구에게 주든 그것은 소유자의 자유라는 원칙에서 출발하고, 유언의 자유 역시 폭넓게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미 넘어간 재산을 되돌리려면, 도의적으로 부당하다는 호소가 아니라 그 증여나 유증 자체에 법이 정한 무효 사유가 있다는 점을 상속인 측이 주장하고 증명해야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내연 상대에게 넘어간 재산 문제는 이전행위 자체가 무효인 경우와 무효는 아니지만 상속인의 유류분을 침해한 경우로 갈라지고, 회수할 수 있는 범위가 전혀 달라집니다. 무효라면 넘어간 재산 전부가 상속재산으로 돌아오지만, 유류분 문제로만 접근하면 침해된 비율만큼만 돌려받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어느 통로로 사건을 세우는지가 결과의 크기를 결정합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 판단의 갈림길이 되는 것은 네 가지입니다. 첫째, 재산이 넘어간 원인이 생전 증여인지 유증(유언)인지입니다. 둘 중 무엇이냐에 따라 공격해야 할 지점과 필요한 증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둘째, 생전 증여라면 그 증여가 민법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법률행위에 해당하는지입니다. 셋째, 유증이라면 그 유언이 민법이 정한 엄격한 방식과 유언 당시의 의사능력을 갖추었는지입니다. 넷째, 무효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유류분 반환청구를 어떤 요건으로 세워 둘 것인지입니다.
주의할 점은 이 네 가지가 서로 대체 관계가 아니라 층위가 다른 공격선이라는 것입니다. 무효 주장은 전부를 되돌릴 수 있는 대신 증명 부담이 무겁고, 유류분 청구는 인정 범위가 좁은 대신 요건이 정형화되어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두 갈래를 처음부터 함께 설계해 두어야 하며, 특히 유류분에는 짧은 제척기간이 걸려 있어 무효 다툼에만 매달리다 유류분까지 잃는 일이 실제로 생깁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이전행위를 무효로 무너뜨릴 지점을 찾아 구성하기
가장 먼저 할 일은 "부당하다"는 감정을 법이 무효로 보는 유형 중 하나에 정확히 얹는 것입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재산이 넘어간 경로를 하나씩 분해해 다음 순서로 무효 사유를 검토합니다.
1) 재산이 넘어간 경로부터 전부 특정합니다.
상속인은 대개 부동산 한 건만 보고 상담을 오지만, 실제로는 예금 이체·보험 수익자 변경·차명 계좌 등으로 여러 갈래로 빠져나간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부동산 등기사항증명서로 이전 시점과 원인(증여·매매)을 확인하고, 상속인 금융거래 조회와 안심상속 원스톱서비스로 금융기관별 계좌·보험·채무를 훑은 뒤, 소송 단계에서는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과 사실조회(민사소송법 제294조, 제344조)로 이체 상대방과 시점을 확정합니다. 경로가 특정되어야 어느 행위를 무효로 다툴지가 정해집니다.
2) 생전 증여라면 '관계 유지의 대가'였는지를 겨냥합니다.
민법 제103조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법률행위를 무효로 합니다. 여기서 결정적인 것은 증여의 목적입니다. 대법원은 부첩관계를 청산하면서 그동안의 희생을 위자하고 상대방의 장래 생활대책을 마련해 주는 뜻에서 금원을 지급하기로 한 약정은 공서양속에 반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1980. 6. 24. 선고 80다458 판결). 뒤집어 말하면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대가나 조건으로 준 재산이라면 무효 주장의 길이 열립니다. 그래서 증여 시점이 관계가 한창 지속되던 때와 겹치는지, 지급이 정기적·반복적이었는지, 관계 지속을 전제로 한 언동이 문자·메시지에 남아 있는지를 시점별로 정리합니다.
3) 유증이라면 유언의 방식과 유언능력을 정밀하게 검증합니다.
유언은 법이 정한 방식을 어기면 내용이 아무리 분명해도 무효입니다. 자필증서 유언은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유언자가 직접 쓰고 날인해야 하며(민법 제1066조 제1항), 주소를 자서하지 않았거나 날인이 없으면 효력이 부정된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입니다. 공정증서 유언은 증인 2인의 참여, 유언 취지의 구수, 공증인의 필기·낭독, 유언자와 증인의 승인 및 서명이 필요합니다(민법 제1068조). 특히 유언으로 이익을 받을 사람은 증인이 될 수 없으므로(민법 제1072조 제1항 제3호), 수증자 본인이나 그 배우자·직계혈족이 증인란에 있으면 그 자체로 무효를 다툴 수 있습니다. 공증사무소에 보관된 원본과 증인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4) 유언·증여 당시의 판단능력을 의무기록으로 재구성합니다.
고령이나 치매 진단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의사능력이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그 행위 당시 자기 행위의 의미와 결과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능력이 있었는지를 봅니다. 그래서 유언·증여 일자에 최대한 가까운 시점의 자료, 즉 진료기록과 간이정신상태검사 결과, 장기요양등급 판정자료, 간호기록, 요양급여 내역을 문서제출명령과 사실조회로 확보해 시간 순으로 배열합니다. 반혼수 상태의 유언자가 고개를 끄덕인 정도로는 유언 취지의 구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판례이므로, 당시 의사소통이 실제로 가능했는지를 기록으로 다투는 것이 핵심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재산을 묶어 두고 반환 청구를 이중으로 설계하기
무효 사유를 찾아냈다 해도, 그 사이 재산이 팔려 나가거나 청구 구조를 잘못 세우면 승소하고도 회수하지 못합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순서대로 챙깁니다.
1) 소 제기 전에 처분을 막습니다.
소송은 짧아도 1년 안팎이 걸리고, 그 사이 수증자가 부동산을 매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면 분쟁은 훨씬 복잡해집니다. 그래서 본안 소송에 앞서 부동산 처분금지가처분(민사집행법 제300조 제1항)을 신청해 등기부에 다툼이 있다는 사실을 공시하고, 넘어간 것이 금전이라면 수증자의 예금·부동산에 가압류를 걸어 책임재산을 확보합니다. 가처분은 담보 제공을 조건으로 비교적 신속히 발령되므로, 무효 사유를 소명할 자료가 모이는 대로 먼저 움직이는 편이 유리합니다.
2) 재산의 성격에 맞는 청구를 고릅니다.
증여나 유증이 무효이면 그에 기한 등기는 원인 없는 등기이므로, 부동산은 소유권이전등기 말소청구로 되돌립니다. 상속재산은 공동상속인의 공유이고(민법 제1006조), 원인무효 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것은 공유물의 보존행위(민법 제265조 단서)에 해당하므로 상속인 한 사람이 전부의 말소를 구할 수 있습니다. 반면 이미 소비된 금전이라면 부당이득반환청구(민법 제741조)가 되고, 이런 금전채권은 각 상속인에게 법정상속분대로 나뉘어 귀속되므로 각자 자기 몫만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차이를 모르고 청구취지를 짜면 일부 각하나 감축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3) 유류분 반환청구를 예비적으로 함께 세웁니다.
무효 주장은 실패할 수 있으므로, 처음부터 유류분 청구를 함께 걸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배우자와 직계비속의 유류분은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입니다(민법 제1112조). 다만 상속인이 아닌 제3자에게 한 생전 증여는 상속개시 전 1년간 행한 것만 산입되고, 당사자 쌍방이 증여 당시 유류분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았던 경우에 한해 그 이전의 증여도 산입됩니다(민법 제1114조). 반면 유증은 기간 제한 없이 산입됩니다. 그래서 증여 시점이 오래되었다면 '쌍방의 악의'를 뒷받침할 자료, 즉 증여 당시 남은 재산이 거의 없었다는 점과 이후 재산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사정을 함께 확보해야 합니다.
4) 상대방의 정형화된 항변과 기간을 함께 관리합니다.
수증자는 대개 두 가지로 방어합니다. 하나는 "관계를 끝내면서 그동안의 희생을 위자하고 생활대책을 마련해 준 것"이라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유언이 방식을 못 갖췄더라도 사인증여로서 효력이 있다"는 주장입니다. 앞의 항변은 지급 시점이 관계 종료 시점과 맞물리는지로 반박하고, 뒤의 항변에 대해서는 방식을 갖추지 못해 무효인 유언에 사인증여의 효력을 인정하는 판단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판례(대법원 2023. 9. 27. 선고 2022다302237 판결)를 근거로 다툽니다. 동시에 유류분 반환청구권은 반환하여야 할 증여·유증을 안 때부터 1년, 상속개시 시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하므로(민법 제1117조), 무효 다툼과 별개로 이 기간을 역산해 일정을 관리합니다.
결론
부모님의 재산이 내연 상대에게 넘어간 사건은, 도의적으로는 명백해 보여도 법적으로는 무효 사유를 찾아 증거로 채워 넣는 작업입니다. 증여였는지 유증이었는지, 관계 유지의 대가였는지, 유언이 방식과 능력을 갖췄는지에 따라 결과가 전부 회수와 일부 회수, 혹은 회수 불능으로 갈립니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시간은 상속인 편이 아닙니다. 재산은 다시 처분될 수 있고, 유류분 청구에는 안 때부터 1년이라는 짧은 기간이 걸려 있으며, 의무기록과 금융자료는 시간이 지날수록 확보가 어려워집니다. 등기부에서 낯선 이름을 확인하셨다면, 넘어간 경로가 무엇이고 어느 통로로 다툴 수 있는지, 지금 당장 묶어 두어야 할 재산은 없는지 이른 시점에 한 번 점검을 받아 보시기를 권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