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병상에서 쓴 유언공정증서, 의사능력 없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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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 병상에서 쓴 유언공정증서, 의사능력 없었다면? 

김강희 변호사


말기 병상에서 쓴 유언공정증서, 의사능력 없었다면?


사건 개요


암 말기로 병원에 입원해 있던 부모가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 갑자기 공증인과 증인 두 명이 병실을 다녀갔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남겨진 것은 특정 자녀에게 재산 대부분을 물려준다는 내용의 유언공정증서 한 장입니다. 다른 상속인들은 "그 상태로 유언을 남길 수 있었을 리 없다"고 의심하지만, 정작 손에 쥔 것은 공증인의 도장이 찍힌 서류뿐입니다.

실제로 상담을 청해 오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유언 당시 고인은 진통제나 진정제를 지속적으로 투여받고 있었거나, 의식이 흐려 대화가 거의 불가능한 상태였던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도 공정증서에는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를 구술하였고 증인들이 이를 확인하였다"는 문구가 버젓이 적혀 있어, 유족들은 "저 상태에서 어떻게"라는 의문과 "그래도 공증인 도장이 찍혀 있으니 뒤집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불안 사이에서 상담을 청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유언 당시 유언자에게 의사능력이 없었다면 그 공정증서유언은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공정증서는 공문서로서 증명력이 강하게 추정되는 문서이기 때문에, 이를 뒤집으려면 "정신이 흐렸을 것"이라는 정황 추측이 아니라, 당시의 의식 수준을 시간 단위로 재구성할 수 있는 구체적 증거가 필요합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승패를 가르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유언 당시 유언자에게 의사능력—자신의 행위의 의미나 결과를 정상적인 인식력과 판단력으로 헤아릴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이 있었는지입니다(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1다10113 판결). 둘째, 공증 과정에서 유언자가 실제로 유언의 취지를 구수(口授)했는지, 아니면 공증인이 미리 작성해 온 서면을 읽어 주자 고개를 끄덕이거나 "예"라고만 답한 것에 불과한지입니다(민법 제1068조). 셋째, 유언자가 답변한 방식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답변이 유언자 본인의 진의를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었는지입니다.

대법원은 유언자가 공증인의 질문에 고개만 끄덕인 사안에서, 유언의 취지를 구수하고 이에 기하여 공정증서가 작성된 것으로 볼 수 없어 방식 위배로 무효라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94. 12. 22. 선고 94다13695 판결). 반대로 공증인이 사전에 작성한 서면에 따라 질문하고 유언자가 답변하는 방식이었더라도, 유언자에게 유언 취지를 정확히 이해할 의사식별능력이 있었고 그 답변으로 진의를 확인할 수 있었다면 구수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본 사례도 있습니다(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5다75019, 75026 판결). 즉 같은 '질문-답변' 방식이라도 결과가 갈리며, 그 차이는 유언자의 의사능력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재구성해 내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공증 당일의 의식 상태를 시간 단위로 복원하기


의사능력 흠결을 다투는 소송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는 지점은 "그때는 정신이 없었다"는 막연한 진술입니다. 법원은 막연한 인상이 아니라 시점이 특정된 자료를 요구합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공증 당일의 상태를 재구성합니다.

1) 공증 시각을 기준으로 의무기록·간호기록을 시간 단위로 대조합니다.

병원 의무기록에는 회진 기록, 간호기록지, 활력징후 및 의식수준 평가(GCS 등), 섬망 유무 관찰 기록이 시간대별로 남아 있습니다. 공정증서에 기재된 작성 시각을 기준으로 그 전후 몇 시간 동안의 기록을 대조하면, 공증인이 병실에 머문 그 짧은 시간 동안 유언자가 실제로 대화가 가능한 상태였는지가 드러납니다. 특히 진통제·진정제(모르핀 등 마약성 진통제 포함)의 투여 시각과 용량 기록은 의식 저하 여부를 뒷받침하는 핵심 자료입니다.

2) 공증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의 진술을 구체적으로 확보합니다.

증인으로 참여한 사람, 그 자리에 있었던 간호사나 보호자의 진술을 통해 유언자가 스스로 재산 배분의 취지를 말했는지, 아니면 공증인이 미리 준비해 온 문안을 읽어 주고 "예" 또는 고갯짓만 받아 낸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합니다. 앞서 본 대법원 94다13695 판결의 사안처럼 고개만 끄덕인 정황이 확인되면, 구수 요건 자체가 흠결되어 방식 위배로 무효를 다툴 수 있는 유력한 근거가 됩니다.

3) 유언 내용과 평소 의사의 정합성을 대조합니다.

평소 고인이 밝혀 온 뜻이나 재산 관계, 가족 관계와 유언 내용이 지나치게 어긋난다면, 그 자체가 유언자 본인의 온전한 판단에서 나온 것인지 의심할 정황이 됩니다. 문자메시지, 평소 대화를 아는 지인의 진술, 이전에 작성해 둔 다른 문서 등을 통해 이 정합성을 함께 짚어 둡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공문서의 추정력을 깨는 소송상 절차 설계


정황 증거를 모았다고 해서 저절로 법원이 무효를 인정해 주지는 않습니다. 공정증서는 공문서로서 강한 증명력을 인정받기 때문에, 그 추정을 실제로 깨는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진행합니다.

1) 진료기록감정을 통해 의사능력 판단을 객관화합니다.

법원에 진료기록감정을 촉탁해, 공증 시점을 전후한 의무기록을 근거로 전문의가 당시 유언자의 의식 수준과 인지 상태를 의학적으로 평가하도록 합니다. 이 감정 결과는 "정신이 흐렸을 것"이라는 유족의 인상을 "특정 시점에 대화나 판단이 어려운 상태였다"는 객관적 소견으로 바꾸어 주는, 소송에서 가장 무게가 실리는 증거입니다.

2) 입증책임의 구조를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증거를 쌓습니다.

유언무효확인소송에서 의사능력 흠결은 무효를 주장하는 상속인 측이 입증해야 합니다. 공정증서라는 공문서의 형식적 진정성립은 쉽게 깨지지 않으므로, 단발성 증거 하나에 기대기보다 의무기록·증인진술·감정 결과를 서로 맞물리게 배치해, 어느 한 조각이 흔들려도 전체 주장이 무너지지 않도록 구성합니다.

3) 무효 확정 이후의 상속관계까지 함께 설계합니다.

유언이 무효로 확정되면 그 유언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 되어 법정상속분에 따른 상속으로 돌아갑니다. 이미 유언에 따라 등기나 예금 인출 등이 이루어진 경우라면 부당이득 반환이나 등기 말소까지 함께 청구해야 실질적인 회복이 이루어지므로, 무효 확인과 후속 청구를 같은 소송 전략 안에서 함께 준비합니다.


결론


말기 병상에서 작성된 유언공정증서는 "공증인이 다녀갔으니 문제없다"는 인상과, "그 상태로 어떻게 유언을 남기느냐"는 유족의 의심이 정면으로 부딪히는 지점입니다. 이 둘 중 무엇이 맞는지는 법정에서의 주장이 아니라, 공증 당일 몇 시간 동안의 의식 상태를 얼마나 구체적인 기록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가에서 갈립니다.

의무기록과 진술, 감정을 결합해 그 짧은 시간의 진실을 얼마나 촘촘하게 채워 두었는가가 결과를 가르며, 고인의 상태가 의심스러웠던 정황이 있다면 관련 기록이 남아 있는 지금 그 증거부터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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